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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홀로 화성에서 즐기다
2013-10-08 09:25:46최종 업데이트 : 2013-10-08 09:25:46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수영복차림의 여성 사진을 보고 여성은 노출된 부분에 대하여 아름답다 아니다를 생각하지만 남성은 노출 되지 않은 곳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에 따라 같은 것이라도 판이하게 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날씨가 화창한 가을에 걸어서 화성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낮의 햇살은 따갑고 조금 덥다싶을 때도 있지만 잠깐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엄살을 부릴 정도는 아니다. 

지동시장에서 간식거리로 잡곡이 들어가지 않은 백설기를 사고 가방 속에 들어있는 커피와 과일에 어떤 것이 궁합이 잘 맞을지 생각해 본다. 길고 짧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곳이라도 동행이 누구인가에 따라 간식의 종류가 달라지고 즐거움이 달라진다. 그러나 오늘은 바쁠 것도 없고 조급할 일도 없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화성 제대로 즐기기다.

성곽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한가롭다. 파란 하늘 밑 고택 지붕에는 둥그렇고 누런 늙은 호박이 서너덩어리 매달려 있다. 잎사귀는 말라가고 언제 떨어질지 모르게 대롱거리는 모습이 불안하게 보였지만 주인이 거둬들일 때까지 안전하게 매달려 있을 것을 믿는다.

시작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마주 걸어오는 한 쌍의 커플모습이 불안하다. 어쩌자고 여자는 하이힐을 신고 성곽을 돌자고 했을까 무심코 뱉은 남자의 제안에 아무 생각 없이 동의한 결과일 것이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누구의 손길에 이다지도 예쁘게 피었을까? 제철 없이 피는 꽃들이지만 가을꽃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코스모스가 아닐까?

가을볕이라고는 하지만 무시할 것은 아니었나보다. 제법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난다. 
창룡문에 들어서니 냉방이 잘된 시설에 들어온 것처럼 시원하다. 역시 쉬어가기에는 그늘이 최고다. 창룡문에서 동장대를 바라보니 넓게 펼쳐진 연무대가 보인다. 화성문화제란 거사를 무사히 끝낸 넓은 잔디밭에는 기마병들의 함성 소리는 온데간데없고 텅 비어 있었다. 가끔씩 지나다니는 차량들이 액자의 주인공처럼 섰다가 다시 사라졌다.

가을, 홀로 화성에서 즐기다 _1
가을, 홀로 화성에서 즐기다 _1
 
동장대를 지나 잠깐 화성열차를 탈까 고민했다. 화성열차를 타고 팔달산까지 오른다면 힘들이지 않고 쉽게 오를 수 있겠다 싶다가 꼭 팔달산까지 갈 이유도 없고 오늘 가다가 못가면 다음을 기약해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출발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지루하여 다시 성곽을 따라 발길을 옮겼다. 

눈앞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성곽 틈새로 보는 방화수류정과 용연의 멋스러움이 프레임 안에서 명품으로 나타났다. 
방화수류정은 사진 찍는 사람에게는 인기 있는 명소로 프로, 아마추어들의 좋은 모델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각도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이렇게 아름다움이 달리 보이다니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가을, 홀로 화성에서 즐기다 _2
가을, 홀로 화성에서 즐기다 _2

가을, 홀로 화성에서 즐기다 _3
가을, 홀로 화성에서 즐기다 _3

항상 문 안에서 방화수류정을 바라보았던 시선을 달리하여 암문을 통하여 밖에서 바라보았다. 문 안에서 문 밖으로 통하는 문은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 경계선 같다. 
군사시설의 용도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선녀라도 내려와 양금이라도 켰으면 꼭 어울릴 여가의 전설이 남아 있다고 해도 믿지 않을 수 없겠다. 맑은 양금 소리에 춤추는 모양인가 오리 한 쌍이 용연을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징검다리를 따라 졸졸졸 흐르는 개울을 건넌다. 수초가 우거진 물속에 피라미 떼가 천지에 널렸다. 물살을 헤치고 올라가는 작은 물고기들의 기상이 넘친다. 시선을 돌려 흐르는 수원천을 바라본다. 일곱 개의 아름다운 문이 나타났다. 무지개문이라고도 불리는 화홍문의 수로를 통하여 분수대가 보인다. 

가을, 홀로 화성에서 즐기다 _4
가을, 홀로 화성에서 즐기다 _4

옛 이름이 유경이라고 했던가. 바람 따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가 수묵화의 작품처럼 가는 이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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