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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내게 주는 여유
버스에서 학생들을 쉬게 해 주고 싶은 마음
2012-10-01 14:02:06최종 업데이트 : 2012-10-01 14:02:0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편리하기 위해 승용차를 산 것이지만, 출퇴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차를 가지고 다니는것 말고는 나는 버스를 항상 이용한다. 

우리 수원은 가장 번화한 수원역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시내버스 교통체계가 아주 잘 돼있다. 남쪽에서는 오산에서 올라오는 간선 버스가 1번 국도를 따라 북쪽의 지지대 고개를 넘어가면서 도심을 관통해 남북을 연결해 준다. 동서쪽도 마찬가지로 용인과 영통 쪽에서 출발해 시내 수원역을 거쳐 호매실이나 인천, 부천 쪽과 발안 서해안쪽으로 죽죽 빠져 나간다.

버스가 내게 주는 여유_1
버스가 내게 주는 여유_1

버스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는 때는 그 나름대로 바람 쏘이며 쉬는 기분을 느끼고, 시내에서 볼일을 볼 때 역시 교통 혼잡이 크게 없으니 불편하지도 않고 지루하거나 짜증나지도 않다. 설사 조금 막히고, 좀 멀면 어떻고, 가까우면 어떤가. 버스에 몸을 놓고 느긋이 흔들리면 된다. 차창에 눈을 주면 바깥 풍경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수원의 자랑이자 특징이라면 도심에서 버스를 타도 동서남 어느 쪽으로 가든 지금 누렇게 익은 들녘도 볼 수 있다. 화성과 발안 쪽이든, 용인과 오산 쪽이든... 누런 가을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눈으로 보며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여기서 눈길 닿는 것들을 짜집기하면 작은 세계가 되어 내 안에 자리를 튼다. 버스가 아니고는 만날 수 없는 운치이고 쉬 얻을 수 없는 소득이다. 반대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주변의 경치를 본답시고 한 눈 팔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쩔 텐가. 그러나 버스는 그런 어려움 없이 내게 주변의 모든 것을 관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이는 버스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다.

물론 항상 아무 생각 없이, 어떤 목적도 없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목적지를 정해서 가면서 나는 그 시간마저 휴식과 삶의 여유로 활용하는 것이다. 재래시장에 갈 때도 역시 시장의 풍경을 떠올리며 미리 기대감을 갖고 간다. 끼니때가 되어 그곳에서 찐빵도 사 먹고, 잔치국수도 먹을 주전부리까지 생각하면 마치 어린애처럼 기쁘기까지 하다. 

아침저녁 버스 안은 학생들로 꽉 차 있다. 예전 같은 콩나물시루는 아니나 많이 붐빈다. 
나는 차의 시발점에서 얼마 안돼 타므로 좌석이 늘 비어 있는 편이다. 앉을 자리가 있으면 역시 편하다. 물론 좌석이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그냥 손잡이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린다. 약간 다리야 아플지언정 그 나름대로 버스의 운치 아닌가. 가끔 덜컹거리는 버스의 리듬에 몸을 맡겨 흔들리기도 하고, 버스 안에 있는 광고판도 보면서 정보도 얻는다.

한데, 문제가 있다. 
버스 안을 꽉 채운 학생들의 표정이 그것이다. 학생들의 표정이 밝고 환했으면 좋겠건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피곤해 보이고 대부분 무표정하다. 그나마 표정이 있는 아이들은 십중팔구 모두 스마트 폰에 빠져있을 뿐이다. 공부에 지친 것일까, 부모로부터 꾸중을 들어서일까, 아니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서일까, 공부 하느라 날밤을 새운 탓에 피곤해서겠지. 
물론 가장 큰 근본적 원인은 학업과 성적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런 우리 청소년들의 무거운 얼굴을 보는 게 내가 버스를 탈 때 느끼는 가장 큰 안타까움이다.

다시금 가만히 차 안을 한 번 더 훑어본다. 그나마 차에서 자리를 잡아 앉은 아이들은 눈을 감고 쪽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 그렇게라도 잠을 보충해야지' 싶어 내 아이가 그러는 것처럼 반갑고 기쁘다. 
그 후부터 나는 버스 안에서 자리가 생겨도 가급적 앉지 않는다. 공부에 지친 우리 아이들이 앉아서 단 10분이라도 좀 편히 가기를 바라서이다. 설사 내가 앉지 않은 자리에 엉뚱한 사람들이 앉아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 스스로 내가 앉지 않아서 학생이든 아줌마든 아가씨든 누구나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다면 만족하니까.
그러고 보니 시내버스는 내게 인내와 양보심도 가르쳐 주었다. 고것 참, 장점 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에는 자리는 비어 있고 사람들도 별로 없기에 그냥 앉아 있는데 마침 한 정류장에서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탔다. 나는 마치, 할아버지가 차를 타자 학생이 자리를 양보하며 벌떡 일어서서 듯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아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앉았다.
속으로 "그래, 학생. 거기 앉아서 푹 쉬면서 가"라며 웃었다. 우리들의 희망, 어린 학생들 파이팅을 외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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