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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의 비결은 무한한 이해와 양보와 배려
2012-10-02 01:07:57최종 업데이트 : 2012-10-02 01:07:57 작성자 : 시민기자   이기현

추석날 마주 앉은 가족끼리 나온 대화중 우연찮게도 이혼 이야기가 나왔다. 동생이 자기네 직원중 하나가 지난 봄에 이혼을 했는데 그로부터 석달만에 다른 여자 만나서 재혼을 했고 그 재혼한 여성과 이번 추석에 같이 부모님께 명절을 쇠러 갔다는 말을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지금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위해 양육비를 대 주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새 여자를 만나 살림을 차렸고, 한쪽에는 아이들 양육비를 대 주자니 벅차 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그 말을 받으신 어머니는 동네 누구누구의 아들이 얼마전에 이혼했고, 옆 마을 이장네 누구는 아들이 이혼을 한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이 그 손주를 지금 데리고 산다는 소식까지 전해주셨다.

"에구, 잘 살겠다고 짝을 지어 놓구선 왜들 이혼들을 쉽게 하는지 원. 그 노친네덜 밭에 일하러 나가면 애덜을 데리고 간다니까. 그 어린것들이 흙속에서 뒹굴어 봐. 몰골이 원 말이 아니지. 애덜이 뭔 죄가 있어. 죄가..."
어머니는 한숨을 쉬시며 혀를 찼다.  명절날 가족간에 나누는 대화의 소재 치고는 상당히 우울한 내용들이었다.

백년해로의 비결은 무한한 이해와 양보와 배려_1
백년해로의 비결은 무한한 이해와 양보와 배려_1

가을은 역시 결혼의 계절인지라 결혼식장에 오라는 청첩장이 많이 날라오는데 예쁜 젊은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모습은 참 보기가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이혼 소식을 들을때마다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도시에서의 일만이 아니라 이렇게 농촌에서도 흔한 이야기가 되었으니.
20~30여 년간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서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 결혼을 하여, 문화도 다르고 풍습도 달라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하고, 참지 못해서 결혼한 지 4년 이내에 이혼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거기다가 요즘은 황혼이혼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보다는 가정과 자녀가 우선시 되었던 사회 분위기에 의해, 불만이 있어도 평생을 참고 살다가 노후에 자식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상황이 되었을 때를 기다렸다가 이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혼율이 높아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성(性) 격차로 이혼하는 율이 가장 높다는 말도 하지만, 통계자료에 의하면 이혼의 가장 큰 이유가 성격차이 이고 그 다음이 경제적인 이유라는데 요즘은 여성 경제활동참여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그래, 나도 능력 있다. 어쩔래? 한번 갈라서 볼까?" 이런 의식이 커지는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옛날 부모들과 달리 요즘의 부모들은 자식이 이혼한다고 하면 '참고 살아라'는 말 대신 '이혼하라'고 가차 없이 말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큰 탓일까? 또한 요즘의 드라마들도 이혼 부추기는데 한 몫 하는 것 같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혼 한 부부들의 모습은 다양하게 비춰지는데 남성들은 이혼을 한 후에 전 부인보다 더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만나게 되고, 예전보다 더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혼녀임에도 불구하고 전 남편보다 좋은 가문 출신의 훌륭한 인품을 지닌 전문직의 멋진 남성으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그런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도 이혼을 하고나면 백마를 탄 왕자님을 만나 드라마처럼 그런 멋진 삶을 살게 될 것 같은 착각을 주는건 아닌지 싶다. 
그러다 보니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은 없다는 생각에다가 드라마 같은 이혼신화를 가지고 과감하게 이혼을 결단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결혼 생활을 계속 하기에 너무 힘든 경우에는 이혼을 하는 게 낫지만, 실제로 내 주변에서는 이혼 후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면 옛날보다 더 힘들어 진 경우들을 많이 본다. 
판단력이 부족해서 결혼을 하고, 참을성이 부족하여 이혼을 하고, 기억력이 부족해서 재혼은 한다는 말이 있다.
결혼해서 사는 부부 중 이혼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부는 없다고 할 만큼 부부가 한 마음으로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남도 아니고 가족을 이루고 사는 부부인데 서로에 대해 조금만 배려하고 조금씩 양보하고 살면 어떨까? 요구하기를 포기한다면, 기대하기보다 손해 보는 마음으로 산다면 미운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입장에서 역지사지해본다면 이해 못할 부분도 없을 것이다.  

백년해로 하면서 잘 사는 부부들은 정말 성격이 척척 맞아서 그렇게 살았을까? 양쪽 다, 혹은 어느 한쪽의 무한한 이해심과 배려하고 양보하며 역지사지 하는 노력으로 그런 것이다.
그게 부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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