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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금니 임플란트는 제가 해드릴게요
2013-10-04 07:57:11최종 업데이트 : 2013-10-04 07:57:1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나의 본 직업은 치과위생사이다. 치과위생사는 쉽게 말하면 치과에 귀속되어 있는 간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족 친지, 친구들은 치과 치료를 하기 전에 나와 꼭 상담을 한다. 

그렇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지인들의 치아관리 전문가가 되어 버린지도 면허증을 따고 난 이래로 3년이 흘렀다. 올바른 잇솔질 방법부터 시작해서, 치실사용의 중요성 등을 항상 강조하며 가끔씩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아버지의 치아에 스테인(담배를 피는 사람의 치아에 나타나는 일종의 얼룩무늬)을 제거 해 드리기도 한다. 

아버지가 담배로 인한 스테인 생성 말고는 치아관리를 잘 하시는 편이다. 굉장히 튼튼하신편이셨던 아버지시지만 나이는 속일수가 없는 것이 맞는지, 점점 치아의 잇몸이 내려앉으시고, 치아 뿌리도 약해지시는 등 치과를 들락거리는 횟수가 현저하게 잦아지셨다. 어금니가 계속 아프시다고 하셔서 치과를 가서 신경치료를 여러 번 받고 치아통증 완화제와 같은 진통제를 매일같이 드셨다. 

옆에서 지켜 보는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치통은 제3대 통증 안에 있을 정도로 통증의 강도가 세다. 그뿐만 아니라 치아 안에 퍼져 있는 신경들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 되어 가는 것이 치아의 특징이다. 

최대한 치아발치를 하지 않는 선에서 흔히 금이나 세라믹(도자기)을 씌워서 몇 년간 치아를 보존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발치를 하게 되고 그 공간에 브릿지나 임플란트를 하게 되는데, 아버지도 맨 처음에는 치아가 썩어서 신경치료를 하시고 금을 위에 덮어씌우셨고, 몇 년간 관리를 하시다가 금 씌운 치아가 문제가 생겼더니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최종적으로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하시게 되었다. 

결국엔 까치가 이를 물어 갈 시기가 온 것이다.
임플란트를 하기까지 여러 날 동안 고민이 많으셨다. 치아를 뺀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나이가 먹어서 불가항력으로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 들이는 때가 오면 이상한 기분을 받는다고 한다. 내가 이제 치아 발치까지 하게 된 나이까지 먹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치아가 사라질수록 그만큼 몸의 변화도 많이 생긴다. 가장 기본적인 저작부터가 힘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안 좋은 쪽으로 변화가 오기 때문에 무조건 자연치 상태일 때, 최대한 보존을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철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최악의 상태에서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아버지가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시고 임플란트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겪으시면서 고생 아닌 고생을 엄청 하셨다. 나도 개인적으로 중년층들의 임플란트 시술에 직접 참여하여 수술과정을 보고 도운 의료기사로서 판단하자면 임플란트가 정말 쉬운 수술은 아니다.

잇몸의 골밀도도 중요하고, 막말로 치아를 대신할 하나의 철 구조물을 잇몸에 박는 것이기 때문에 생체와 철 구조물의 적합성도 중요하고, 수술 후에 관리도 굉장히 열심히 해야 한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관리를 하지 않으면 제 임무를 하기도 전에 식립한 임플란트의 실패사례로 자신이 채택 될 수가 있다.

아버지가 치과를 여러 번 내원 하시면서 최종적으로 임플란트를 하기까지 한 달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아마 더 걸렸을지도 모른다.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다시 문제를 해결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지만 이제는 완벽한 임플란트를 심으시고 저작도 잘 하시는 편이시다. 임플란트를 하느라 아버지의 두달 치 월급이 통째로 들어 갔다. 

자식된 도리로서 해드렸어야 했는데, 나의 금전적 상황이 안 되어 결국에는 아버지가 번 돈으로 직접 임플란트를 하셨다. 불효 자식이 따로 없다. 죄송스런 마음에 관리나 잘하시라고 치실과 칫솔정도만 서너개 정도 사서 드렸는데,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지금 임플란트를 식립한 세 개의 어금니 치아 말고도, 임플란트가 필요한 치아가 아직 두 세개 더 있다는 것이다. 

내가 봤을 때 우리 아버지는 치아관리를 되게 잘 하셨던 분인데, 이런 분도 결국에 나이 앞에 장사 없고, 노화 앞에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신 것이었다. 요즘에는 식후에 양치를 아주 공들여 열심히 하신다. 

칫솔이 어금니 구석까지 들어갈 수 있게 있는 힘껏 닦으시는데 그 시간이 3분이 아닌 5분을 매번 넘는걸 보고 결심한다. 나머지 두 세개 임플란트 할 어금니는 제 손으로 꼭 아버지 해드릴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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