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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속 부모님의 사랑
2013-10-04 15:15:55최종 업데이트 : 2013-10-04 15:15:5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요즘 우리 밥상에 오르는 메뉴중 하나가 풋고추이다.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함을 느낄 수 있는 때깔 좋은 진한초록빛으로 물들인 고추인 것이다. 얼마 전에 아는 지인이 친정집에 다녀오면서 친정 부모님께서 큼지막한 보따리에 정성을 한 아름 담아 주셨나보다. 덕분에 쌈장에 싱싱한 풋고추를 먹고 지내고 있다.

개천절인 3일 날 경부고속도로는 많은 차량들로 혼잡하고 정체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그 차량 속에 내가 탄 차도 끼dj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그들의 행선지가 궁금해진다. 휴게소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중에는 알록달록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가을 산행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이다. 단체로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려서는 종종걸음으로 휴게실로 향한다. 가을볕이 눈을 살짝 찌푸리게 하지만 가을 햇살의 따사로움이 어느새 평온함과 아늑함을 느끼게 해준다.

보따리속 부모님의 사랑_1
친정집 대추나무에서 장대를 이용해 대추 따기

보따리속 부모님의 사랑_2
이만큼 대추를 땄네요.

친정 부모님이 계시는 영동에 도착을 했다. 언제부터 나와 계셨는지 두 분이 마당 한쪽에 앉아 계시다가 차 소리와 함께 반사적으로 일어나 딸들을 맞이해주신다.

얼마 전에 마당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대추나무의 대추를 따야하는데 연세 많으신 부모님께서 할 수가 없어서 딸들에게 연락을 하신 것이다.
예전에는 이십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골이었는데 지금은 열가구도 채 남지 않은 적막하기 그지없는 마을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그립고 그 그리움이 딸들을 보고파하는 마음으로 변하신 것이다. 

대추나무 아래 포장을 쳐놓고 장대를 가지고 나무를 흔들어 대추를 따기 시작했다. 연두 빛과 붉은 빛깔이 섞여 있는 대추가 우두둑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듯 사정없이 땅으로 떨어진다. 연한빛깔의 대추를 쓰윽 닦아서 입에 베에 무니 향긋한 사과 냄새와 달콤함이 입속에 스며든다. 
한바탕 대추 따기가 벌어지고 떨어진 대추를 살펴보니 대부분이 갈라지고 벌레가 먹어있었다. 지금껏 한 번도 약을 한 적이 없어도 탱탱하고 실한 놈들이었는데 올해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리시는 부모님이시다.

보따리속 부모님의 사랑_3
자식에게 주기 위해서 따 놓은 호박

보따리속 부모님의 사랑_4
친정부모님의 사랑이 들어 있는 고구마예요.

부모님을 모시고 영동읍내에 나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두 분만 계셔서 늘 적적했는데 함께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으니 좋다고 하신다.
반주로 맥주 한 잔 하고 난 아버지의 뺨이 발그레해진다. 나오신 김에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해드렸다. 깔끔하고 정갈해진 모습을 뵈니 기분이 좀 더 가벼워진다.

힘에 부쳐서 농사지을 엄두가 나지 않지만 가끔 오는 자식들 손에 뭐라도 하나 들려 보내고 싶은 부모마음 때문인지 고구마를 두 고랑 심어 놓으셨다. 함께 고구마를 캐다보니 호미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밭을 갈고 고구마 모종을 심었어야했는데 그것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맨 땅에 비닐만 씌워서 심었던 모양이다.
장정의 힘으로도 고구마 캐기가 쉽지가 않다. 겨우 작업을 끝내고 나니 그것도 큰일이라고 힘에 부친다.

돌아갈 준비를 하는 자식들에게 들려줄 보따리를 싸느라 구부러진 허리를 제대로 한 번 펴지 못하고 이것저것 준비하시는 엄마이시다.
집에 와서 가지고 온 보따리를 풀어보니 자주빛깔의 고구마와 실한 놈으로 골라서 준비한 대추와 아이들 구경시키라고 어디서 얻어 온 호두 몇 알과 도시에 가면 다 돈 주고 사먹어야 한다면서 대파 한 묶음 둥글이 호박 상추 한 봉지와 알밤이 들어 있었다.

감사하다. 친정 부모님이 건강하게 계셔 주셔서 투정을 부릴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자식들을 염려하고 사랑하는 당신들만의 표현법을 보여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부모님이 계시기에 든든하게 내 생활 터전에서 충실할 수 있기에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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