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우리 엄마는 너무 바쁘다
종이로 편지를 써서 받는 방법 괜찮을것 같아요
2012-09-28 18:13:55최종 업데이트 : 2012-09-28 18:13:5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순자

아이 방 청소를 하다가 쭉 찢어서 버린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뭔가 끄적거리다 만 종이다.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를 그리다 만 종이였다.
그걸 아이 책상 밑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린 뒤 비우려고 들고 나가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대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마치 비밀 첩보요원이 요주의 대상 인물을 밀행 감시하다가 그의 방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를 열고 정보를 캐내듯, 그리고 그가 쓰다 만 물건들을 버린 쓰레기통을 뒤져 아주 중요한 정보나 단서를 얻듯.

우리 엄마는 너무 바쁘다_1
우리 엄마는 너무 바쁘다_1

쓰레기통 안에 아이가 구겨서 버린 종이를 하나 하나 열어 보다가 정말 내 눈을 크게 만든 종이 한 장이 보였다.
"우리 엄마는 너무 바쁘다. 다른 아이들 엄마는 함께 손잡고 쇼핑도 가고 밖에 나가서 떡볶이도 사 주는데. 우리 엄마는 너무 바빠서 그런 말 꺼내기도 힘들다"

종이를 들고 있던 손이 축 처지면서 팔을 떨구고야 말았다. 내가 정말 집안 일에, 회사 일에, 남편 챙기랴, 아이들 학교 챙기랴, 시댁에 친정 일까지 챙기다 보니 몸이 9개라도 모자랄 판인데...이거야 원, 직장을 관두지 않을 바에야 정말 이렇게 바쁠 수밖에 없는건데.

나는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하는건데, 이게 정말 그렇게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게 맞는 건지, 아이들 생각처럼 바쁘기만 하고 아이들과 대화 할 시간조차 없다면 이건 가족을 위한게 아닐수도 있는데.
오만가지 상상에 머릿속이 복잡해 지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힘들게 일하지만 아이들은 그걸 잘 모른다. 물론 아이들이 그걸 몰라 준대서 서운한것도 아니고, 아이들더러 알아 달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엄마는 지금 항상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아이들이 학교갈 수 있게 이것저것 챙긴다. 아이들이 학교에 보내면서 동시에 내가 출근할 채비도 한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 나는 가족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하지만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일하는 엄마는 엄마와 아빠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래서 나의 삶에 온갖 시련이 닥쳐와도 맞서 싸울 만큼 밝고 강해야 한다. 

나는 단지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할 뿐이다. 내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시켜주고 싶기 때문에 만약 신의 뜻이라면 다른 나라로 유학보내고 싶다. 돈이 없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좀 성장하면 이제 엄마가 그들을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스스로 방청소를 하기도 하고 정리정돈이나 유리창 닦기 등을 하면서 엄마를 돕겠지? 
아이들은 항상 함께 어울려 논다. 하지만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엄마가 너무 바빠서 얘기를 나누기가 어렵다. 

결국 나는 묘안을 짜냈다.
나는 아이의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쪽지 이야기는 모른척 하면서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적어 두라고 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나중에 그 편지를 읽으면서 아이들과 대화 나눌 시간을 대신하면서 따로 시간을 낼 것을 스스로 약속한다.

그러면 그때 내가 할 일은 오직 아이들과 웃고 떠들면서 함께할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우선 엄마로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 즉, 어떻게든 아이들과 함께 놀고 대화할 시간을 확실히 챙겨야 하겠기에. 하루 종일 학교에서 뭐했는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누구랑 싸우지는 않았는지 등등에 대해서 편지로나마 얘기를 나눌 것이다. 

아이들은 기꺼이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일단 그런 방법으로라도 서로의 소통이 되고 공감대를 얻었으니 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이건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일하는 엄마들의 다 같은 애환일걸로 안다. 워킹맘들은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만 없는 것이 아니다. 하루 일과에 지쳐있다. 일단 아침에 대문을 나서면 집에 들어오는건 일곱시는 기본이고 여덟시, 아홉시가 될 때도 있다. 

그래도 우리 엄마들은 아이들과 이런 방법으로라도 '소통'을 하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가족과 항상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만큼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