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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옛날이 좋았다고 하는 이유
2012-10-01 04:00:18최종 업데이트 : 2012-10-01 04:00:18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요즘 가끔 나오는 모 건강음료 광고중 젊은 남자 둘이 술집에서 소주 한잔 하면서 TV를 보던중 군대에서 군기가 바짝 든 신병이 부동자세를 취하며 기합을 넣는 장면을 보면서 "아, 그때가 좋았는데. 그래도 그때는 제대만 하면 됐잖아"라며 웃는 내용이 나온다. 지금 세상이 너무 빡세고 만만찮음을 빗대어, 그래도 군대에서는 치열한 경쟁 없이 마음은 편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도 옛날이 좋았다고 하는 이유_1
그래도 옛날이 좋았다고 하는 이유_1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아주 흔히 쓰는 말, "그래도 옛날이 좋았어"라는게 있다.
그 말을 쓰는 쓰임새는 군대 이야기 할때, 학창시절 이야기 할때, 젊은 층과의 비교를 할때 등이다.  '옛날엔 그렇지 않았는데…' 혹은 '옛날이 좋았다'는 등 과거지향적인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그 말 속에는 요즘 흘러가는 세태가 마음에 안들어 과거의 시절을 그리워 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 

영화 친구, 아이러브 스쿨 같은 사이트의 인기가 복고라는 이런 흐름을 대변하면서 대유행했던 2000년대 초반 이후 부쩍 더 그런듯 하다.
여기서 '옛날'이 언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갓 쓰고 상투 틀던 시절부터 바로 얼마 전까지 사용자에 따라 달라진다. 지적하는 현상들을 유추해 보면 그리 먼 시간적 거리보다는 요즈 우리의 기준으로 볼때 대체로 지난 60년대부터 70∼80년대를 가리킨다.

'좋았다'는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차라리 지하철이 없었더라면...'하는 얘기부터 나온다. 지하철이 없었다면 대구 지하철 같은 사고가 났을 리 없다. 백화점이 없던 시절에 역시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재앙이 없었을 테고. 
로또 광풍에 밀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함께 날려버린 사람들은 아예 복권발행이 없던 시기를 뒤늦게 아쉬워하기도 한다. 
또, 젊은이들이 연세 드신 분들을 깍듯이 모시던 모습을 자주 떠올리는 얘기들도 빠지지 않는다.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으면서 담장 위로 떡과 음식을 맛있게 나눠 먹던 풍습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더러는, 부하직원으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고 해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반대적 흐름의 입장도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비해 인간적인 정이 메말라간다는 아쉬움의 표현이 많다. 
또한 경제성, 비용, 능률의 개념을 앞세우기보다는 나눔, 참여, 질서, 배려, 비경쟁, 조화로움 등을 새삼 강조한다. 개발 위주보다는 보전, 이성 이외에 감성을 추가하기도 한다. 외형적으로는 지금이 살기 좋아졌지만, 실질적으로나 내면적으로는 옛날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지적이다.

왜 그럴까? 또 그래야만 할까?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나 향수는 바꿔 말하면 지금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두려움, 미래에 대한 희망 대신 절망이 자리잡을 때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과거를 항상 좋고 아름다운 것으로 기억하는 것은 사람들 개개인의 가슴속 어딘가에서 밀려오는 인간으로서의 정서가 그 본질이 아닌가도 싶다.

그러나, 분명 시간의 흐름에는 역류가 있을 수 없다. 오직 앞으로만 내닫는 게 세월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복고'의 흐름이 강한 지금, 추억으로 가는 기차를 탈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는 열차를 탈 것인지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상황인 것 같다. 

일전에 읽은 책 중에 베스트셀러였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에서도 풍족했던 치즈가 갑자기 사라진 위기 앞에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향수 어린 과거로 돌아가기만을 바라며 절망에 빠지는 쥐가 나온다. 
반면 동일한 상황 앞에서 어느 순간 자신이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지냈다는 것을 깨닫고, 위기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다른 쥐가 나온다.
그 쥐는 곧 과거를 박차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변화된 모습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도전해 나간다. 그리고 이 쥐가 새로운 기회를 찾는 일은 결코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어렵지 않았다.

'옛날이 좋았다'는 얘기는 어차피 부분적인 일이다. 몇 가지 부문에서 부족하다고 해서 오늘 전체가 어제보다 못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와 무조건 단절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에게 빵은 중요하지만, 빵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도 각박하고 암담한 현실로 인해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적잖은 것 같아 안타깝다.
초특급 열차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우리의 인생에서 완행열차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처럼 우리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의 여유는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마음의 양식이다.

과거의 애틋한 기억을 통해 완행열차의 바깥 풍경을 보듯 나와 이웃을 돌아보고, 절망을 희망의 새싹으로 틔우는 온고지신의 지혜와 여유로움으로 가끔씩 옛날을 그리워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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