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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장묘문화의 필요성
중국의 모택동의 정책중 부러운것 한가지
2012-10-07 09:39:54최종 업데이트 : 2012-10-07 09:39:5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지영

친한 친구로부터 돈을 좀 융통해 달라는 부탁 전화가 걸려왔다. 원래 친구들한테 돈 이야기 안하는 성격 깔끔한 친구인데 갑자기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줄 알고 깜짝 놀랐으나 다행히 그런건 아니었다.
남편은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요즘 경기가 너무 안좋아 자금이 전부다 묶여 있어서 큰 돈은 아니지만 당장 융통하기가 어려워 나에게까지 손을 빌리게 됐노라 말했다.

하지만 돈을 쓸 일은 남편의 사업자금이 아니라 남편 고향 마을의 선친 묘를 이장하고, 다른 산소들도 모두 한데 모으는 가족형 묘를 만들어야 하는데 들어가는 돈이라 했다.
묘를 이장해서 한곳에 모시는 일이라면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는 마당에 참 잘생각한거라고 여져졌는데 그 과정도 우연이었다고 한다. 

시골 마을에 농공단지가 들어서게 되어서 남편의 선친 묘가 있는 곳이 수용이 되어 어쩔수 없이 이장을 해야 하는데 이번 기회에 다른 선대 모든 분들을 함께 한자리에 모시기로 가족회의에서 결정 했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400만원을 빌려줬다. 큰 봉분을 새로 만들고 그 안에 각각의 고인 유골을 모두 화장 한뒤 작은 칸에 빙 둘러 유골함을 안치시키는 방식으로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정도라 했다. 지금은 10여분이 모셔지지만 앞으로 많은 자손들이 자리할 공간까지 미리 해둔다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사람이 세상을 뜰때마다 묘지를 만들어 오던 관례가 사라지니 옳은 결정을 본듯 했다.
이미 지난번 추석때도 성묘를 다녀오며서 선산을 오르는 길 여기저기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무덤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시골에서는 그런 묘를 '묵묘'라고 불렀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서 묵고 있는 묘라는 말을 줄여서 쓰는 말 표현이었다.

각 가정마다 대대로 조상들을 모셔온 선산에는 이제 묘지 쓸 무덤자리 조차 비좁다. 산이란 산마다 양지바르고 나무가 잘 자랄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자리를 잡고 있는 무덤들을 보며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묘지강산이 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는 대가족이 아니라 가족제도가 완전 변화하면서 2, 3대만 지나면 조상들의 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토지만 차지한 채 연고자 없이 버려진 이런 묵묘가 어느 산에 가봐도 즐비하다.

 

성숙한 장묘문화의 필요성_1
성숙한 장묘문화의 필요성_1

한 사회의 장묘문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장 깊은 의식수준을 드러낸다고 한다. 산을 헐어서라도 묘지를 꾸며 집안의 출세를 과시하고 험준한 산꼭대기에 명당을 잡아서라도 자손번영을 추구하는 우리의 문화는 아직도 원시시대의 의식수준인것 같다.
아름다운 산을 파헤치고 보란 듯이 자리 잡은 호화묘지와 산골짝에 버려진 무덤은 아직도 우리가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허약한 자기과시의 자화상이 아닐까?

오래전에 중국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세계인구의 20%가 사는 나라이자 엄청난 크기의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그 나라인데도 봉분묘지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사실은 풍수지리 사상의 원조인 중국도 모택동이 혁명을 완수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나라 전체가 "거대한 묘지"라고 불리울 정도로 어디를 가나 묘지가 들어차 있었다고 한다. 연간 평균 사망자수가 6백만명에 달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땅이 무덤자리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모택동이 이끄는 혁명정부가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시키는 '장묘문화혁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중국은 전국 어디에서나 봉분을 한 무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역사적으로 우리와 같은 문화권으로 장묘제도도 비슷했던 중국이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지도층의 솔선수범에 힘입어 심각했던 묘지문제를 해결한 것은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장묘문화도 이제는 매장에서 화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며 후손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사후관리에도 안정적인 새로운 장묘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어 가니 늦은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산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한 줌 흙으로 돌아가야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그 허약한 육신을 넘어서는 고귀한 의식으로 삶을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우리 부모들이 앞장 서서, 솔선수범하여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성숙한 장묘문화를 생각하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걸 올바르게 가르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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