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로부터 돈을 좀 융통해 달라는 부탁 전화가 걸려왔다. 원래 친구들한테 돈 이야기 안하는 성격 깔끔한 친구인데 갑자기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줄 알고 깜짝 놀랐으나 다행히 그런건 아니었다. 성숙한 장묘문화의 필요성_1 한 사회의 장묘문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장 깊은 의식수준을 드러낸다고 한다. 산을 헐어서라도 묘지를 꾸며 집안의 출세를 과시하고 험준한 산꼭대기에 명당을 잡아서라도 자손번영을 추구하는 우리의 문화는 아직도 원시시대의 의식수준인것 같다. 아름다운 산을 파헤치고 보란 듯이 자리 잡은 호화묘지와 산골짝에 버려진 무덤은 아직도 우리가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허약한 자기과시의 자화상이 아닐까? 오래전에 중국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세계인구의 20%가 사는 나라이자 엄청난 크기의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그 나라인데도 봉분묘지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사실은 풍수지리 사상의 원조인 중국도 모택동이 혁명을 완수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나라 전체가 "거대한 묘지"라고 불리울 정도로 어디를 가나 묘지가 들어차 있었다고 한다. 연간 평균 사망자수가 6백만명에 달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땅이 무덤자리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모택동이 이끄는 혁명정부가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시키는 '장묘문화혁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중국은 전국 어디에서나 봉분을 한 무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역사적으로 우리와 같은 문화권으로 장묘제도도 비슷했던 중국이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지도층의 솔선수범에 힘입어 심각했던 묘지문제를 해결한 것은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장묘문화도 이제는 매장에서 화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며 후손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사후관리에도 안정적인 새로운 장묘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어 가니 늦은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산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한 줌 흙으로 돌아가야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그 허약한 육신을 넘어서는 고귀한 의식으로 삶을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우리 부모들이 앞장 서서, 솔선수범하여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성숙한 장묘문화를 생각하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걸 올바르게 가르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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