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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센터와 서비스 정신
2012-10-06 20:39:31최종 업데이트 : 2012-10-06 20:39:3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성희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결혼하는 남녀들은 자신의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내집마련을 하게 되는데 그게 전세를 살든, 혹은 아예 집을 새로 장만하든 어쨌거나 두 남녀가 그동안 부모님 품안에서 지내던 생활 도구를 끄집어 내 신혼살림 집으로 옮기는 이사를 하게 된다.

이사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요즘에는 그래도 물건을 싸고 나르고 정리하는 일까지 한번에 해주는 이삿짐 업체가 있어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다 그런건 아니라 할지라도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살림살이를 너무 함부로 다뤄 세간살이가 깨지는 일이 종종 있어서 짜증나는 경우가 적잖다. 물론 바쁘다 보니 그럴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 보상 문제로 서로 얼굴 붉히는 일도 적잖다.

 

이삿짐 센터와 서비스 정신_1
이삿짐 센터와 서비스 정신_1

그렇다고 우리들의 정서상 이삿짐 조금 옮기면서 계약서에 일일이 밥통 깨지면 얼마, 이불 찢어지면 얼마, 화분 하나당 얼마 이런식으로 세세하게 계약을 하지 않는다.
그런걸 감안해서라도 아주 조심조심 이삿짐을 옮겨 주면 고맙겠건만 이사를 하다 보면 한두개씩 꼭 깨지고, 주인은 대충 참거나 아니면 보상을 요구하지만 이럴때 그게 그다지 만만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을 해준 이 후에도 별별 이유를 들면서 추가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집안 가까운 친척집에서 사위를 맞이하는 혼사가 있었는데 딸을 여의면서 신혼살림으로 장만한 가구 이삿짐을 옮기던중 새 장롱에 흠집이 생겼던 모양이다.
그냥 이삿짐도 아니고 신접살림 혼수에 상처가 생겼으니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 당연히 보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삿짐 업체에서는 자기네가 운송 도중에 그런게 아니라 처음에 가구를 살 때 그런걸 잘못 산거라며 발뺌을 했다는 것이다.
그 일로 한참을 티격태격 하다가 결국에는 가구를 판 가구점에 확인 전화까지 했더니만 지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며 펄쩍 뛰더라는 것이다. 내가 가구점 주인이라도 그럴만 하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삿짐 업체와는 사전에 계약서에 이런 부분에 대해 아무런 손해보상 조항이나 보상에 대해 세밀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보상 받는일 자체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보상에 대한 것 보다는 이런경우에는 아예 이삿짐을 옮기기전에 이삿짐 전체를 함께 훑어보며 이삿짐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서로 확인한뒤 운송을 하는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삿짐을 나른후 문제가 생길 경우 자기네 잘못이 아니라고 하면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혼사를 치루는 집에서는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싸움만 하다가 끝났다며 이삿짐 센터 직원들과 다툰 얘기를 하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사정은 좀 다르지만 나도 몇해전에 이사를 하다가 대충대충 짐을 싸고 날라 아까운 세간들이 많이 망가졌는데 사과도 하지 않고 음료수 값이 필요하다며 웃돈을 요구하길래 기분이 상한적이 있었다. 
그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이제는 세월이 좀 흘러서 그런 부분이 많이 개선된줄 알았건만 여전히 이런 문제로 다툼이 있는걸 보면서 예전에 일본에서 보았던 일이 떠올라 우리도 그런것좀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당시에 일본에 계신 고모님댁에 잠깐 갔었는데 마침 고모님은 그때 오사카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래서 많지 않은 짐을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현지의 이삿짐 센터에 부탁을 했다. 이삿짐센터 직원 두 명이 오전부터 집에 와서 일하는 모습이 그 때의 내 상식으로는 무척 신기하게 보였다. 그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 꼭 자기 세간을 다루듯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정성껏 짐을 쌌다.

고모님도 일본에 간 뒤 그렇게 이사를 하는건 처음이었다며 그들의 일하는 모습이 너무나 고마워 답례로 점심이나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 평소에 봐두었던 주변에서 가장 깨끗하고 음식 맛이 좋은 식당에 전화를 해서 예약까지 해두었다.

그러나 정작 점심시간이 되자 두 사람은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져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30여분 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들에게 고모님은 어떻게 된 일이냐며 항의 겸 섭섭함을 표시하자 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자기들 회사에서 책정된 하루 임금 속에는 점심값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즉, 이미 지불한 이사 요금에서 점심값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자신들은 그 돈으로 점심을 사먹었다는 얘기였다. 조금 정이 없다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그들의 철저하고 성실한 자세에 옆에서 구경하던 나도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오후 작업은 아파트 앞마당 한 귀퉁이에서 있었는 데 그들은 일을 끝내기가 무섭게 물로 마당 구석구석을 먼지하나 없이 깨끗이 청소하고는 조용히 돌아가는 것이었다. 자기 일에 충실하고 일을 맡긴 고객에게는 조금의 부담도 주지 않으려는, 직업인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그들의 태도에서 기분 좋은 느낌을 오래도록 지울 수가 없었다.
서비스 정신도 알고 보면 너무 쉽고 간단한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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