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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이 사람 잡은 응급처방
2012-09-27 14:20:01최종 업데이트 : 2012-09-27 14:20:01 작성자 : 시민기자   좌혜경
잘하는 운동은 아니지만 평소에 테니스를 자주 치는 남편. 테니스든 뭐든 자기 일에 한번 빠지면 세상 모든 시름과 잡념을 잊을 정도라고 한다. 
쉬는날 집에서 방글라데시 하면서 뒹굴거리는 것보다야 낫지 싶어서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좀 뺏기기는 해도 그닥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어깨가 좀 결린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테니스를 하다가 근육이 놀랬나 싶단다. 
"오십견인가? 그게 요즘은 사십대에도 찾아와 사십견이라고도 부른다는데... 사십견이든 오십견이든 운동 마니아가 아프다 하면 어째요?" 

최근에 환절기라서였는지 이미 3주전쯤에도 비염에 감기 기운도 좀 있길래 내과와 한의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도 아무 증세 없다고 했다. 그 와중에 남편은 계속 기침을 하면서 급기야는 가슴까지 결린다고 호소했다. 
이건 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는 시험문제 같아서 더욱 난감했다.

불안한 마음에 정형외과에 가서 X-ray를 찍어봤더니 뼈에 이상은 없고 근육에 약간의 염증이 있으니 "맛사지나 열심히 하세요"라고 해서 일단 안심은 됐다.
근육? 그러면 거기에는 파스가 즉효인데? 
선무당이 사람 답는다 했던가. 
그냥 평소의 대처법대로 근육에 염증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내가 생각해 낸게 바로 파스였다.

선무당이 사람 잡은 응급처방_1
선무당이 사람 잡은 응급처방_1

운동선수들 뛰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노라면 갑자기 근육경련이 일어나면 팀 닥터가 잽싸게 달려가 칙칙 뿌리는 물파스로 처장을 해주는걸 자주 봤으니 역시 파스가 제일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아침, 화장대에 놓인 파스가 눈에 띄었다.  옳다구나 싶어 막 출근하려던 남편을 세운 후 와이셔츠를 걷어 올리고 정성스레 파스를 붙여 주었다.
"여보, 건강이 최고예요~옹. 회사에서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아내의 생각잖은 응급처방을 받은 남편, 만족스런 얼굴로 "흠. 마누라 정성을 붙였으니 좀 좋아지겠지. 마누라가 최고야"라며 회사로 내달린다. 

남편을 보낸후 기억을 더듬어 보니 보약을 해준지도 오래돼서 퇴근길에 새로 한재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무렵, 남편이 돌아왔다. "내일 한약방에 가서 약 지어요, 여보!" 라고 말해야지 생각하며 쏜살같이 뛰어 나갔다.  아침에 붙여준 파스 덕분에 많이 좋아졌을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반갑게 현관문을 열어 제꼈다.

그런데 얼굴을 대하자마자 웃는 얼굴로 맞을줄 알았던 남편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이 파스 순 엉터리 아냐? 왜 더 아프냐?" 라며 극도로 짜증섞인 분통을 터트리는게 아닌가.  
예기치 않은 반응에 "그럴리가, 파스가 오래된 건가?" 싶어 남편 옷을 걷어올리고 파스를 확인하려던 나는 그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수 없어 배꼽을 쥐고 폭소를 터트리고야 말았다. 

내가 남편의 등에 파스를 뒤집어 붙여준게 아닌가.
 요즘 파스는 피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피부에 닿는 반대 부위에 다른 보조 끈적이 덮개를 추가로 붙여 2중으로 부착하게 돼있다. 그런데 그만 피부에 닿아야 할 파스 부위를 보조 끈적이 덮개쪽에 붙인채 파스 겉면이 남편 피부에 닿게 해서 거꾸로 떡하니 붙여준 것이다.
"호호호. 이녀석이 왜 거꾸로 붙어있을까? 거 이상하네. 호호호"

나의 파안대소에 놀란 남편은 "이 마누라가 왜이래?"하며 노려봤지만 나는 한동안 웃음을 멈출수 없었다. 아이들도 상황을 확인하고서는 "크크큭, 울 아빠 되게 억울하시겠다"라며 놀려댄다.
뒤늦게 상황파악을 마친 남편은 "에그, 마누라 하는 일이 원래 그렇지뭐"라며 '소나기 맞은 중' 마냥 투덜투덜.

다음날 한약방에 가서 십전대보탕을 지어다 남편에게 바치고 나서야 나는 미안함이 좀 가셨고, 남편의 억울함에 조금이나마 속죄(?)할수 있었다. 
주부 여러분들, 남편 건강 챙기는거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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