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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2012-09-27 15:07:36최종 업데이트 : 2012-09-27 15:07:3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진순

명절 앞이라 직원들 모두 간단히 회식을 마친 뒤 커피 한잔 뽑아 들고 점심시간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즈음, '부르르르' 진동모드로 돼있던 휴대폰이 몸서리를 친다.
'엄마' 휴대폰 화면에 뜬 엄마. 친정엄마셨다.

"늬덜 요번에 올수 있냐?"
추석 명절에 친정집에 올 시간이 되는지 묻는 전화셨다. 당연히 가야지 하고 있었고, 이미 엄마에게 친정에 갈거라고 말씀도 드려놨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시는 마음에 다시금 확인 전화를 건 것이다.
"그럼요. 지난번에도 말씀 드렸잖아요. 청국장이나 맛있게 띄워 주세요."

남편이 유난히 청국장을 좋아하길래 친정에서 해마다 청국장을 띄워 주시면 맛나게 갖다 먹어온 딸이다. 
또한 토종 콩으로 청국장을 잘 띄워 말린후 그걸 가루로 내어 요쿠르트와 타 먹고 있는데 남편은 그 덕분에 소화도 잘 되고 좋다는 말을 한두번 한게 아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명절에 친정 부모님을 뵈러 가는게 아니라 내 실속 챙기러 가는듯 해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물론 그건 아니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_1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_1

"청국장 먹으믄 방구만 나온다는디, 늬는 안그런가보구나. 옆집 준수네는 요세 그래서 청국장 안먹는다는디"
엄마의 방귀 농담에 웃음이 나왔다. 방귀야 좀 나올수 있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싶었다.   
"그라고 이번에는 아직 콩이 덜 영글었어야. 묵은 콩으로는 청국장 해줄수 있는디, 햇콩으로는 힘들어, 그건 좀 기다려 봐. 10월달 되야지" 
"네, 알았어요. 그럼 청국장은 다음에 햇콩 나오면 그때 해주세요. 그 핑계삼아 친정에 또 가면 엄마도 좋잖아. 안그래요?"
내가 시골에서 자라서 알지만 콩만큼 농약이나 소독 덜하는 곡식도 흔치 않다. 아주 웰입이고 진자배기다. 콩의 효능을 아는 사람들은 콩 예찬론을 펼칠 정도라 나도 남편도 친정 고향에서 가져다 먹는 콩이라면 단 한알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친정엄마와 전화를 끊고 나니 추석에 집에 갈 일에 벌써부터 설렌다. 
자기의 근본을 언제나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여우가 죽을 때 자기가 살던 언덕으로 머리를 향한다는 수구초심은 널리 알려진 한자 성어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고향이라는 존재는 실로 엄청나게 큰 본능적 정서인 것이다. 
포도주엔 언제나 그 산지의 독특한 향기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고향은 항상 자기 마음속에 자리하고 떠나지 않는 영원한 노스탈지어의 손수건 같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 

조상 대대로 살아나온 곳으로 내가 나고 자란 고향산천! 뒷동산 앞 개울가엔 옛 추억의 어렴풋한 여운이 서려있고, 모성애 같은 너그러움이 담겨있기에 그 어떠한 이름난 명승지보다도 더 아름답고 포근한 불후의 애향곡인 것이다. 그 곡조 속에 잔잔히 노래 부르고 춤추며 노니는 우리 마음의 아늑한 쉼터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객지에서 지내다가 추석명절이 되면 너나 할것 없이 가족과 함께 평소보다 길게는 서너배 이상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부으며 고향 길을 향해 나선다. 한복을 차려입고 저마다의 형편을 보듬은 채로 귀성 행렬 의 틈에 끼어 한바탕 현대판 신 풍속도를 만든 지가 이미 오래다. 민족의 대이동인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대한민국 민족의 정신이자 정서이고 고향을 기리워 하는 마음이다.

"고향 가는 길. 마음은 벌써 동네 어귀에 가 닿았는데, 이놈의 차는 왜 이리 늦는지."라며 말로는 투덜대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도회생활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고향의 넉넉한 품안에 안기어, 친정 부모님들이 한 해 동안 힘들게 거둬들인 햇곡식과 과일로 음식을 장만하여 선영을 찾아 성묘를 하고, 정겨운 이웃과 더불어 서로의 가슴마다에 둥근 보름달을 한 아름 껴안으러 가는 길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언제 되뇌어도 질리지 않는 말이다. 고향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시간들을 기다리며  이 가을은 더 풍성하게 여물어 갈 것이다. 
고향으로 떠나는 우리 수원시민 모든 분들, 교통이 혼잡스러울 텐데 모두들 안전수칙 잘 지키며 즐거운 마음으로 오고가는 고향길이 되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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