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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과 '깨진 유리창 이론'
2012-09-28 11:23:03최종 업데이트 : 2012-09-28 11:23:0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지영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게 있다. 그것은 미국의 범죄학자가 발표한 이론인데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쓰레기가 점차 쌓이게 되고 무질서 해지면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며칠전 팔달문에서 장을 본 뒤 수원천에서 잠깐 쉬다 올 생각에 수원천변을 걷던중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는 것을 보았다.
수원천변 시장쪽 인도 위에 누군가 양심불량인 사람들이 쓰레기 봉지를 마구 버린것을 발견했다.
음식 쓰레기 봉지도 있어서 그게 터진 후 음식물이 흘러나와 부패하면서 악취도 풍겼다.

너무 불쾌했고 그 옆을 지나치기조차 싫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였을거라 생각했다.
그곳이 그렇게 변한 것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처음에 누군가 한사람이 쓰레기를  버렸을 것이고 지나가던 또 다른 누군가가 이미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곳이니 "나도 버려도 되겠다"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게 모이고 모여서 여러 쓰레기 봉지가 너저분하게 버려지게 된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구청에서 "이 쓰레기는 수거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 경고문을 붙여 놓았다. 재활용이나 종량제 봉투가 아닌걸로 함부로 버렸으니 당연히 그런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깨진 유리창 이론인 셈이다.

 

수원천과 '깨진 유리창 이론'_1
수원천과 '깨진 유리창 이론'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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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과 '깨진 유리창 이론'_2
수원천과 '깨진 유리창 이론'_2

나는 개인적으로 죽을때까지 일본에는 갈 생각을 안했다. 그네들의 야비하고도 반인륜적인 잘못을 뇌우치지 못하는 야만성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일본에 여행 한번 가보자고 조를때면 "얘들아, 너희들이 돈 벌어서 가는거야 내가 말릴수 없지만, 엄마는 내 돈 써가면서는 절대로 그 나라는 안간다"고 공언해 오던 터였다.
그런데 세상 일이 내맘대로 되는게 아니라서, 몇해 전에 일본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물론 회사업무였다. 

일본에 가기 전부터 독도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 그들에 대한 나의 감정은 전혀 좋을게 하나도 없었기에 회사 업무로 가면서도 솔직히 "이게 무슨 팔자지?"라면서 떠났던 기억이다.
물론 각종 강연과 책과 언론과 주변에 일본을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들로부터 일본의 선진화된 정치제도, 국민성과 경제발전상 같은건 들은바가 있었지만 나는 늘 그럴때마다 "일본이 뭐 대단하다구 그래?"라면서 지나치게 일본을 모델화 하고 있는것에 대한 반감마저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일제 강점이라는 가슴아픈 질곡의 역사를 교육을 통해 갖게 된 반일감정이 있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하고,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생각을 하면 우리가 일본을 왜 그리 배우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 마인드가 머릿속에 가득했던 내가 일본에 가서 본 느낌은 정말 어디서나 깔끔하고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북적거리는 오사카의 한 시가지를 견학하는데 단체조끼를 걸친 할머니 할아버지 20여명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청소하면서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었다.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그분들은 자원봉사자라고 했다. 
더욱이 일본에는 그런 자원봉사단체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이었다. 단적으로, 작은 하천 하나에만도 수십개의 마을봉사단체가 결성되어 끊임없는 모임과 토론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키고 가꾸어 나간다는 말이었다.  

마침 구마모또 시청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 물었다. 봉사단체에게 급식비, 보조금등이 지급되는지...  시청관계자는 웃으면서 "빗자루와 쓰레받기 정도 지원될까 - 마치 우리질문이 이상하다는 듯 - 순수 자발적으로 결성된 봉사단체"라고 했다.

선진화된 그들의 주인의식은 내가 일본에 대해 갖고 있었던 생각에 약간의 변화를 주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봉사와 행동, 스스로 봉사단체를 만들어 봉사활동할 일거리를 찾아달라고 '주문을 넣고 기다린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최근에는 우리 수원천을 생각해 보았다. 
일본인들은 노인네들까지 나서서 그 고장의 아름다운 하천을 지키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면서 하천을 가꾸고 있는데, 우리는 수원천을 가꾸기는 커녕 그 주변에 남몰래 쓰레기나 갖다 퍼 부으면 어쩌란 말인가.
모든 시민들이 다 그런 것도 아니고, 극히 일부의 양심불량 사람들이 그런걸로 안다. 하지만 그런 개인의 양심불량이 결국에는 깨진 유리창이 되어 선량한 일반 시민들까지 그렇게 만들어 버리고야 마는게 문제다.

내고장 수원 가꾸기, 어려운 일도 아니고 먼데 있는것도 아니다. 이런 작은 양심 하나만 지켜도 된다. 우리 스스로 아름다운 수원 가꾸기에 깨진 유리창이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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