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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아 두껍아 너희집 지어줄께
2012-09-26 17:14:24최종 업데이트 : 2012-09-26 17:14:24 작성자 : 시민기자   한상현

나는 작년에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보았다. 옛말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은 보기에 탐스럽고 크고 튼튼해 보이는 사내아이를 뜻한다. 언제부터 왜 떡두꺼비로 비유가 됐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아마 두꺼비 같이 두껍고 후덕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 아니었는가 싶다. 

두꺼비의 비유는 아이들의 놀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놀이 "두껍아 두껍아"놀이에서도 두꺼비가 나온다. 두껍아 두껍아는 손등 위에 흙이나 모래를 두껍게 얹어가며 다독다독 하고 손을 살며시 빼서 굴을 만드는 놀이이다. 이러한 놀이는 흙을 두껍게 쌓는 행위와 보다 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손등을 세운 모양이 마치 두꺼비와 같이 쌓게 되어 두꺼비집을 연상시키며 그로 인해 두꺼비집짓기 놀이로 유래된 것 같다. 

두껍아 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의 가사말은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물 길어 오너라~ 두껍아, 두껍아! 너희집 지어줄게~ 두껍아, 두껍아! 너희 집에 불났다 쇠스랑 가지고 뚤래뚤래 오너라~" 이다. 이 노래를 많이 부르고 자라서 그런지 아직도 가사가 생생히 남아있으며 입에서 흥얼흥얼 노래가 나온다. 아주 옛날 어렸을 적에 부르던 노래인데 할아버지가 된 지금 이 나이에도 생각나서 부를 수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유아기에 경험과 교육은 중요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오늘도 나와 손자는 요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모래놀이 장난감을 가지고 흙놀이를 하러 나갔다. 이미 나와 사방치기와 오줌싸개 놀이를 해보아서 그런지 손자는 이제 흙을 만지고 노는 것에 두려움이 없으며 오히려 즐거워하는 기색이다. 나의 소정의 목표가 달성된거 같아 벌써 기쁘지만 손자와 더욱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오늘은 두껍아 놀이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나는 먼저 시범을 보여주었다. 마른 흙은 금새 무너져 굴을 만들 수 없으므로 젖은 흙을 파서 마련해놓은 후 손등 위에 젖은 흙을 얹으며 다독였다. 다독일 때 "두껍아~ 두껍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심히 두꺼비 집을 만든 후 마지막에 손을 빼서 굴을 만들었다. 손자보고 구멍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박수를 쳤다. 내가 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손자도 하겠다고 흙을 손위에 뿌린다. 내가 도와 손자도 두꺼비 집을 만든 후 손을 뺏는데 손을 자꾸 움직이는 바람에 굴이 모두 무너져 버렸다. 손자는 그래도 좋단다.

두껍아 두껍아 너희집 지어줄께_1
두껍아 두껍아 너희집 지어줄께_1

이번엔 손자와 나의 손끝은 맞닺게 한 후 그 위에 아주 커다란 두꺼비 집을 지었다. 그리고 손자와 나의 손을 빼니 이번엔 진짜 긴 멋진 굴이 만들어졌다. 며느리가 터널같다며 터널로 설명하니 손자가 더 잘 알아 듣는것 같았다. 그 터널 속에 자동차를 집어 넣고 빼며 좋아한다. 나도 같이 쪼그려 앉아 놀아주니 너무 좋아한다. 

이러한 흙 놀이는 정형화 되어있는 놀이감이 아니다. 아이들의 생각에 따라 무엇이든지 변할 수 있는 창의적인 놀이감이 되어주며 흙의 감촉과 온도를 느끼며 자연을 느끼게 된다. 두 살밖에 안된 손자가 이 흙을 가지고 논 시간은 1시간이다. 1시간동안 흙을 파고 젖은 흙과 마른 흙을 경험하며 두꺼비 집을 만드는 동안 많은 수학적 개념을 형성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만든 것이 부서져도 울지 않는다. 다시 또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충분한 흙이 있으니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친구와 더 많이 갖겠다고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 얼마나 풍요로운 놀이감인지 마음이 평안해진다. 

사랑하는 손자와 놀아주다가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분들이 발견되고 조금이나마 채워주려고 노력하다가 이러한 흙놀이 얼마나 좋은지 예찬하는 할아버지가 되어버렸다. 
손자가 나중에 이렇게 흙하고 놀아준 나를 좋은 할아버지로 기억해줄 것이라 장담한다.

한상현, 모래놀이, 두꺼비집, , 자연 놀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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