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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용감한 아줌마가 되었던 날
겁에 질린 아이의 "아줌마, 도와주세요." SOS 요청에 절로 솟은 용기
2012-09-26 21:55:36최종 업데이트 : 2012-09-26 21:55:3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유미
골목길 용감한 아줌마가 되었던 날_1
사람을 보면 그나마 피하기라도 하는 골목 고양이

한가로운 오후. 반차를 쓰고 집에 일찍 돌아오던 길이었다. 
가을 날씨의 일교차에 감기가 걸렸는지 착 가라앉는 목에 피곤한 육신을 이끌고 털래털래 집에 오던 길, 집 앞 골목에는 언제부턴가 그나마 사람을 보면 도망이라도 가는 귀여운 고양이들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사람을 보면 물어뜯어 죽일 듯이 달려드는 개들의 점령지가 된지 오래인 세류동 골목길.

그날도 커다란 개가 골목이서 어슬렁 거리는 것을 보고 다행히 우리 집 근처는 아니니 돌아가야겠다 생각해 한 블록 돌아서 집에 들어가던 길, 갑자기 어디선가 내 허리를 붙잡으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줌마, 저 좀 도와주세요."
평소라면 아직 꽃다운 20대인 나를 향해 감히 아줌마라 부르는 자에게 응징을 가했을 테지만 그 대상이 초등학교 1학년 쯤으로 보이는 작고 여린 어린아이였기에 나는 몸을 돌려 아이를 바라봤다. 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훌쩍 거리는 아이에 나는 급하게 몸을 숙여 아이를 바라보며 무슨 일이냐 물었다.

나의 질문에도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 채 울기만 하는 아이에 나는 아이를 안아 달래주며 다시 한번 무슨 일이냐 묻자 조금 진정된 아이가 울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기...커다란 개가...막 짖어서....신발주머니가....저기 있는데...할머니가...마중 안왔어요."
두서 없이 말하는 아이의 말을 정리해보면, 학교가 끝날 시간 때면 항상 할머니가 골목길 어귀에서 자신을 맞이해 주었었다.

오늘따라 어쩐 일인지 아이의 할머니가 마중을 나오지 않으셨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할머니 대신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던 그 큰 개가 만만한 아이를 보자 다짜고짜 짖어대며 위협을 하는 바람에 아이가 신발주머니를 던져 내빼며 골목길에 유일하게 있던 어른인 내게 달려온 것이었다. 
아직 큰 개가 10발자국 안에 있던 터라 다시 개가 올까 무서워 신발주머니를 가질 러 가지도 못한 채 내가 도움을 요청한 아이에 나는 고개를 돌려 개를 바라보니 아뿔싸, 내가 피해 돌아온 그 큰 개였다.

사실 나도 그 큰 개를 피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개라면 질색을 하는 나였지만 너무 간절한 눈빛으로 내가 도와줄것을 기대하는 아이에 "나도 저 개가 무서우니 어쩌면 좋니" 라고 했지만 믿음을 저버릴 수 없던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아이를 데리고 아이의 신발주머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우리가 점점 자신에게 다가가자 으르렁 거리며 다가오는 개에 난 그 순간 아이를 지켜야 된다는 책임감에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지르며 개를 위협했고, 다행히 내 마음을 알아준건지 큰 개는 그대로 등을 돌려 물러갔다.

개가 골목길에서 사라지자 긴장이 풀렸는지 대 놓고 통곡하는 아이에 나는 집을 물어 아이를 집 앞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었다. 
자신의 집 대문에 들어서면서 뒤를 돌아 나를 보며 "아줌마, 정말 감사합니다." 라며 울음기가 남아 있는 목소리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아이에 나는 이런 아이의 목소리라면 아줌마란 소리도 듣기 나쁘지 않구나, 내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집으로 돌아갔다.

 내 등 뒤에선 아이가 할머니를 만나 친절한 아줌마가 개를 쫒아주었다는 아이가 우렁찬 목소리로 나를 칭찬하는 소리, 할머님의 감사한 분이란 말씀을 등 뒤에서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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