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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를 잃어버렸다고 어떻게 말해야될까요?
여자들만의 '우정 링'을 아시나요?
2012-09-27 12:55:48최종 업데이트 : 2012-09-27 12:55:48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커플링'은 남녀가 특별한 기념일을 위해 하나씩 착용하는 커플반지이다. 커플링은 서로의 연인에게 사랑의 맹세로 착용하고 다니는 하나의 증표로 보여 질 텐데 나에게도 커플링과 비슷한 반지가 있다. 
이제는 과거형으로 '있었다'가 되겠구나... 2일 전만 해도 커플링과 비슷한 반지가 있었다. 대체로 커플링은 네 번째 손가락에 착용하지만, 나는 검지 손가락에 반지를 착용하고 이것을 '우정 링'이라고 부른다. 

우정 링은 절친한 사이끼리 우정의 증표로 나눠 낀 반지를 의미 한다고 보면 된다. 어렸을 적에는 우정 링이라고 칭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100원 넣고 하는 뽑기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장난감 반지도 우정 링이 되고, 색색별로 꼬아 만든 실반지나, 강아지 풀로 만들어 엮은 풀 반지도 모두 우정 링이 되었다. 

하지만 성인이니까 제대로 된 우정 링을 만들어 나눠 끼자는 결론에 도달한 우리가 진짜 반지를 맞췄다. 금은 방에 가서 1시간동안 고르고 고른 끝에 최종 선택으로 하얀 줄과 빨간 줄이 한 겹씩 반지였다. 어쩌면 커플링 보다 값이 더 나 갈수도 있는 고가의 반지를 3개 구입 했다.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어떻게 말해야될까요?_1
잃어버리기 전에 찍어 둔 '우정링'

구입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일단 사서 착용 하고 보니 예뻤다. 우정 링을 착용하고 나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우리들의 우정이 변치 말자고 약속 했다. 
다 큰 어른들이 아이들 처럼 무슨 반지를 껴서 우정을 맹세 하냐고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한 평생 살면서 진정한 친구 3명만 사귀어도 성공한 인생이란 말이 있듯이 십년이 지나도록 서로 생각을 나누며 웃고 지낸 사이들이다. 

그래서 이런 마음 맞고 좋은 친구들과 증표를 만든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우정 링 하나쯤은 있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끔 커플링을 검지 손가락에 끼냐고 타박하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커플링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 마다 '우정 링'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가격이 나가는지라 잃어 버리면 큰일 나기 때문에 잠 잘 때도 착용하고, 어딜 가나 빼 놓지 않던 소중한 반지였다. 
남자들의 우정 사이에서 우정 링을 서로 나눠 차는 것은 어딘가 낯 뜨거운 것일 수 있다. 

특히나 남자들 사이에선 우정의 표현이 다소 과격한 편이지만 섬세한 것을 선호하는 여자들 사이에선 아름다운 보석으로 우정을 증명 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나마 여자들 사이에서는 우정 링을 차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나 또한 의미도 가격도 있는 우정 링을 아기처럼 소중하게 다뤘다. 항상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고 예뻐해 주던 반지였고 반지 가격을 모두 값느라 고생 아닌 고생도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2일전에 반지를 잃어 버렸다. 매일 친구 셋과 만나는 약속이 있을 때 마다 착용 하고 나갔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잃어 버렸다. 세 명이서 똑같은 반지를 낀 손을 내밀면 예뻤는데, 나의 부주의로 사라진 반지 때문에 걱정이 크다. 아직 이야기를 못 꺼냈는데 반지를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다녔지만 성과는 없었다. 

공중 화장실에 빼놓고 손을 씻다가 잃어 버린 것인지 도통 감이 안 오고 기억도 안 난다. 친구들 볼 면목이 없어서 추석이 되기 전에 한번 보자는 약속 날짜를 계속 미루고 있다.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반지였으면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이미 잃어 버리고 통곡을 하면 소용이 없거늘...

내가 우정 링을 잃어버린걸 알게 되면 얼마나 서운해 하고 실망 할지 걱정이 된다. 지금쯤 나의 잃어버린 반지를 줍게 되어 횡재를 한 사람은 얼마나 뛸 듯이 기쁠까. 겉모양으로 봐서는 모조품 같은 반지이지만, 금은방에 팔아도 돈이 꽤 될 것이다. 
아직도 잃어버린 반지 생각만 하면 밥이 안 넘어 간다.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아직도 앞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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