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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를 이겨낼 재간이 없으니
2012-09-26 02:57:11최종 업데이트 : 2012-09-26 02:57:11 작성자 : 시민기자   권정예
못골시장은 우리 수원의 대표적인 명물 시장이다. 재래시장이라는 특성도 있지만 그 안에 라디오 방송을 하는 상인들만의 독특한 문화 커뮤니케이션까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라디오 방송은 전국에서 배워가고 있을 정도라니 이젠 수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명물이 되었다.

며칠전 이곳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대통령 후보이신 안철수씨께서 온 것이다. 정치 이야기를 하자는게 아니고, 안철수 후보뿐만 아니라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가 왔어도 똑같은 일이기에 이 글을 적는다.
안철수 대선 후보가 22일 추석을 약 일주일 앞두고 못골시장을 방문했는데 그중에서도 못골시장 라디오에 출연해 함께 방송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우리 수원시 상인들은 안 후보에게 기업형슈퍼마켓 규제법안의 한계에 대한 문제점과 고충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유력 대선 후보가 오자마자 그런 호소, 진정, 건의사항을 전한걸까.
모두 다 어렵게 사는 우리 영세 서민들의 한결같은 고민이 아닐수 없다. 그렇다면 영세상인들의 고충이 과연 기업형 대형마트들 때문이기만 할까? 

우리 동네에 1년전쯤,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간판이 새로 들어섰다.
그곳은 찐빵집이었다. 한번은 찐빵, 김치만두라고 써 놓은 큰 글씨 위로 새어 나오는 하얀 김을 보자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가게에 들렀다. 남들은 출출할 때 따끈한 어묵국물이 그립다고 하는데, 나는 유독 찐빵이 좋았다.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를 이겨낼 재간이 없으니_1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를 이겨낼 재간이 없으니_1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는 항상 따뜻한 방 아랫목에 밀가루를 개어 놓으셨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방 한쪽에 이불을 씌워놓은 밀가루반죽을 보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그날 하루는 더없이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언제나 부풀어 오르나, 오늘 저녁엔 먹을 수 있을까하며, 참다못해 밀가루 반죽을 손가락으로 푹 찍어서 먹을 정도였으니 찐빵을 좋아하긴 정말 좋아했었다.

그런 추억이 남아 집 주변에 생긴 이 작은 찐빵가게에서 심심할때마다 찐빵을 사 먹었다. 옛날에는 찐빵은 한겨울에만 먹는것처럼 그랬으나 요즘은 계절을 타지도 않는다.
그렇게 나의 단골이 되었는데 최근 한달전쯤부터 으레 가게에 불을 밝히고 혼자서 큰 찜통을 지키고 계셨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어찌된 일인지 보이질 않았다. 

궁금해서 주변에 알아보니 그 찐빵집에서 50미터도 안되는 거리의 길 건너에 이름만 대면 유치원생도 알만한 유명한 제과 빵집(프랜차이즈)이 생겼고, 손님들이 죄다 그쪽으로 몰려가다 보니 이 빵집이 파리만 날리다가 결국 문을 닫은 것이었다.
나야 워낙 그런 재래식 찐빵이 좋아 항상 단골 삼아 간거지만, 알고보니 그 찐빵집에 간 사람은 극히 드물었던 것이다. 나머지는 죄다 새로생긴 유명한 제과점으로 몰려든 것일테고.  결국 나도 기업형 수퍼마켓 같은 대형 유통망을 가진 프랜차이즈 덕분에 단골로 가서 맛있게 사먹던 가게를 하나 잃은 꼴이 되었다.

이렇듯 골목상권들에게 대형수퍼들은 한마디로 공룡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거의 죽기 살기로 막아서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SSM에 맞서는 동안 엉뚱한 공룡들이 골목을 죄다 장악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체인점들이다. 흔히 프렌차이즈라고 하는 이 체인점들은 SSM보다 크지는 않지만 해당 업종에 관해서는 SSM 뺨칠 정도로 소비자들을 빨아들여서 골목 상인들을 망하게 한다. 

예를들어 지금 골목길에 빵집을 보자. 눈만 돌리면 전후좌우 죄다 '**바케트' 뿐이다. 옛날의 OO빵집, OO베이커리 같은건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이런식으로 프렌차이즈가 업종마다 자리집는것은 미장원, 식당, 아이스크림에 심지어 떡볶이까지 죄다 먹어치우는 실정이라 프렌차이즈에 가맹돼 있지 않은 영세서민들은 결국 장사가 않돼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이다.

이런 브랜드 파워에 영세서민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결국 업종을 바꿔야 하고, 그 업종마저 프렌차이즈가 밀고 들어오면 끝장이다. 영세서민들은 프렌차이즈에 가맹하고 싶어도 인테리어 비용이나 목 좋은 상가를 얻기 어려워 그냥 버티다가 문을 닫고야 마는 실정이다.
이런 대규모 수퍼형 마트와 프랜차이즈의 마구잡이식 확장과 영업을 정말 규제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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