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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와 학교폭력, 열린마음으로 보자
가족의 사례로 보니 이외로 쉽게 해결하는 방법도 있음
2012-09-26 10:40:28최종 업데이트 : 2012-09-26 10:40:28 작성자 : 시민기자   남민배
2주일 전쯤에 충남 공주에서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또 자살했는데 엊그제  경찰에서 조사결과를 발표 하는게 방송에 보도가 되었다. 내용은 안타깝게도 예상대로 주변 학생들의 폭력과 괴롭힘, 왕따가 있었다고 한다.

때린 아이들의 잘못, 미리 확인해서 대처하지 못한 학교의 잘못,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는데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주변의 상황. 이런 것들이 아직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을 앗아가게 한 것이다. 자식 키우는 부모로써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시민기자의 사촌형님네 조카의 사례가 혹시나 도움이 될른지 싶어 써 본다. 
지금은 대학에 다니는 조카가 중학교 다닐때 일이다.
어느날 아빠에게 조카가 갑자기 "아빠 저, 저기... 대안학교가 어떤데예요?"라고 묻더라는 것이다.
"뭐~어? 대안학교?" 

형님은 깜짝 놀랬다. 대안학교가 어떻다는게 아니라 그동안 학교 생활에 아무 문제없이 잘 다니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아빠에게 아이 입에서 갑자기 대안학교가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형님의 놀라움에 대한 아이의 대답은 그거였다.
"아빠, 저 요즘 학교에 가고 싶지도 않고, 교실에 들어가기 싫어요." 

형님은 순간 오만가지 상상과 억측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그리고 신문방송에서만 접하던 학교폭력과 왕따 피해가 우리 아이에게도 들이닥쳤구나 하는 생각에 하늘이 노래지더라 했다.
"무슨일인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어서 말해봐!"
"무슨 일이라기 보다는... 아이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워졌어요. 제가 잘못한것도 있지만요. 그 아이들 때문에 요즘 너무 힘들어요"
"그~래? 무슨일인데?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니깐" 

조카는 생각지도 않았던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같은 반 아이중에 서너명이 몰려 다니며 싸움질 좀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서너명중 한 아이 엄마가 학교에 좀 자주 들렀던 모양이다.
아이가 쌈박질도 자주 하고, 말썽도 피우니 응당 그 어머니는 아이 걱정 때문에 그랬을거라는 추측은 가능했다.
그런데 이 아이와 조카 사이에 수업시간중 실습을 하다가 준비물 때문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고, 조카가 홧김에 "그러니까 너네 엄마가 맨날 학교에 불려오는거지?"라며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그 아이에게 엄마가 학교에 자주 불려오는건 일종의 아킬레스건이었고, 친구들에게는 자랑할 만한 일이 못되었기에 가급적 제 엄마가 학교에 오간 사실을 숨기려 하는 처지였는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동급생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는 화가 불끈 솟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후, 그 아이와 친구들에게 불려간 조카는 몇 대 얻어 터지고 다시는 안그러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그날 일은 그렇게 끝났는데 그 이후로 조카는 그 아이들을 보는게 슬슬 두려워지고 피하게 되고 학교에 가는것 조차 싫어지더라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해 아빠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왕따와 학교폭력, 열린마음으로 보자_1
왕따와 학교폭력, 열린마음으로 보자_1

조카의 이야기를 다 들은 형님은 혼자서 며칠간 고민하다가 결국 형수님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했고, 형수님 역시 며칠 고민하다가 어느날 조카를 불러 세웠다고 한다.
"얘,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는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거야. 그런데 반대로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사람은 상대방의 약점을 가지고 놀리거나 협박하는 사람이야. 너를 때린 아이들도 잘못 했지만 너도 잘못한것도 있다는거 인정하니?"
"네"
"그럼, 그때 그 아이들한테 한 대 맞을때 네 잘못을 사과했어?"
"아뇨, 준비물 때문에 걔가 먼저 잘못했단 말예요"
"그래, 그건 따로 이야기하자. 그리고 여럿이 너를 세워놓고 때린것도 아이들이 잘못한거 맞아. 그런데 나는 지금 너의 잘못만 묻는거야."
"네. 걔네 엄마 얘기 한거는 내가 잘못했어요"

거기까지였다. 형수님은 조카에게 그 아이들을 한번 같이 보자고 한 뒤 수업이 끝난뒤 조카와 함께 직접 만났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피자를 시켜서 먹게 하면서 조카더러 잘못을 사과하라 일렀고, 조카를 때린 아이들에게도 여럿이 친구를 때리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사내답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형수님은 아이들 앞에서 장황하게 일장연설을 한게 아니라 그 두마디만 해 준 뒤 나왔다고 한다. 조카와 그 아이들을 놔둔채.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조카와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해했고, 그후 아무 탈없이 중학교를 마쳤다.
학교폭력에는 여러 가지 유형과 이유가 각각 있을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그리고 선생님과 교사와 학교 전체, 아울러 그 부모들까지 머리를 맞대고 조금만 더 열린 생각으로 대하면 의외로 쉽게 풀릴수 있을 거라고 본다. 중요한건 누구던지 마음을 열고 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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