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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먹이기를 제대로 하려면?
2012-09-28 20:51:01최종 업데이트 : 2012-09-28 20:51:01 작성자 : 시민기자   최순옥

"으이그! 모유 좋은 걸 누가 몰라요 언니? 언니는 운이 좋았던거예요. 그때 아기 키운다고 직장 관두고 나서 몇 년 지나 지금 다시 그 경력으로 딴 직장 갔잖아요. 요즘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어요. 그러니 직장은 계속 다녀야 하지, 직장에 모유 먹일수 있는 여건은 하나도 안돼있지... 그런데 무슨 용빼는 재주로 모유를 먹여요? 언니 때는 그나마 취업이 조금은 잘 됐으니까 그렇지, 요즘은 상상도 못할 일이에요."

올해로 2살인 딸 아이를 키우는 후배를 만난 자리에서 "왜 모유로 키우지 않냐"라고 묻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듯 속사포처럼 모유를 먹일수 없는 현실을 쏟아 냈다.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모유로 아이를 키우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힘들기 때문이다. 아니 불가능하다.

모유 먹이기를 제대로 하려면?_1
모유 먹이기를 제대로 하려면?_1

"모유는 엄마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온 나라가 나서 모유수유를 권장은 하더라구요. 아기 낳고 산부인과에 있을 때부터 모유를 엄청 강조하더라니깐요. 아니, 그런데 여성들을 붙잡고 모유가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만 하지 대책이 없잖아요, 대책이. 그렇게 좋은 모유를 먹이지 않는 엄마가 있으면 문제있는 엄마죠. 하지만 지금 전부가 다 문제있는 엄마라니까요. 좋은데 안먹이니까"
"맞아. 모유로 키울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야. 그걸 국가적으로 나서서 캠페인을 벌이는 꼴이 우습지 않아? 모유를 먹이고 싶게 만들어만 놓은다면 누가 마다하겠어. 직장내 수유시설 하나 제대로 갖춰놓지도 않으면서 모유를 먹이라 마라 하는 것이 우습잖아."

이번에는 나도 후배의 편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직장 다니면서 처음에는 모유를 먹이기 무척 힘들었다. 결국에는 직장을 그만 두고 육아에 전념했고 그렇게 아이를 키웠다. 물론 모유를 먹였다.

하지만 모유를 먹이지 못한 엄마들은 지금도 아이가 아프면 슬그머니 자책감이 든다고 이야기 한다. '모유를 먹이지 않아서 아픈게 아닐까'하고.
모유를 먹인대서 아이들이 전혀 잔병치레를 안하고, 모유를 못 먹여서 아이들이 오만가지 병을 얻어 사는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정말 모유를 먹어서인지 감기나 아토피나 뭐든지간에 잔병치레는 전혀 하지 않고 잘 자란다.

현재 국가적으로 벌어지는 모유수유 캠페인은 여성을 두번 울린다.
모유수유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죄책감'의 굴레를 하나 더 씌우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마치 모유수유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시키는 듯해서 여성들은 더더욱 아기들에게 미안해 한다. 

모유를 먹이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온갖 장애들을 걷는 게 우선인데도 현실은 모유를 먹이기 너무 힘든 구조다.
물론 나라의 입장도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공공기업이나 관공서야 국가 예산으로 모유수유를 힐수 있는 시설이나 지원이 되지만 일반 사기업들은 그런데 쓸 돈이 없다며 난감해 한다. 그렇다고 국가에서 사기업에게 일일이 그 많은 시설비를 다 대줄수도 없는 노릇일테고.
모유수유는 캠페인을 할 것이 아니라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직장내 수유시설과 탁아시설을 갖추는데 힘쓰면 될 일이다.

언젠가 길을 걷는데 한 여성단체에서 여러명이 나와 현수막을 들고 외치고 있었다. 그 외침의 내용과 현수막에 씌여진 문구는 이거였다.
"모유수유는 여성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기가 막혔다. 여성단체에서 나온 분들이 말하고자 하는게 뭔지 모르는바는 아니지만, 이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 아닌가. 저 여성분들은 현실을 뻔히 알면서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수 없이 저런 홍보를 하는걸까, 아니면 모유 수유실이 호텔처럼 갖춰져 있는 신의 직장에 다니는 분들일까? 

둘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렇지 못한 직장여성들의 처지와 사정도 좀 알고 그런 캠페인좀 했으면 하는 생각에 쓴웃음만 나왔던 기억이 난다.
여성의 의지라는 말이 공허하고 현실성 없는 말이 되지 않으려면 직장네 모유수유시설이 가장 급하고, 육아 휴닉에 눈치 보게 만드는 직장 상사도 없어야 하며, 직장에서 이런 제도적 부분에 대해 철저히 지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  "모유수유는 여성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합니다"라는 말이 옳게 들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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