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석, 내 아이들의 추석
2012-09-30 23:29:22최종 업데이트 : 2012-09-30 23:29:22 작성자 : 시민기자 이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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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추석 음식을 간단하게 만들어서 오늘 큰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왔다. 분담하여 음식을 했기에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음식을 하면서도 뭔가가 허전하고 명절 맛이 나지 않았다. 겨우 몇시간 만에 차례음식을 한것은 몇가지 되지 않기에 가능했다. 딸과 전을 붙이다 말고 한 컷 나는 부쳐놓은 전 나를 얻어 먹으려고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않아 기다리면 '차례지내고 먹어야지' 하며 어른들 몰래 하나집어 주시며 눈짓을 하신다. 그럼 나는 등뒤로 살짝 감추고 밖으로 나와 먹곤 했다. 어찌나 맛이 있었는지 지금도 그맛을 잊을 수 가 없다. 마당에서 놀다가 익지않은 대추를 따먹기도 하고 덜익은 감도 먹으며 그렇게 어린시절이 흘러 지금에 나로 변해있다. 추석 아침 일찍일어나 집에서 제일 먼저 차레를 지냈다. 큰 집이라서 식구가 많아 방에는 어른들, 마루에는 당숙 아저씨들, 우리들은 토방에서 차례를 지냈다. 그리고 작은 할아버지댁으로 갔다. 그렇게 북적이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너무 조용하고 한가하다. 그리고 명절의 중요함도 친지와의 왕래도 없어져 버린 추석이 되어버렸다. 이번 명절은 특히 그랬다. 형님의 친정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해계셔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하는 일을 맡았다. 물론 형님도 분담해서 음식을 함께 준비하셨지만 평소보다는 일이 조금 늘었다. 어제 딸하고 둘이 음식을 했다. 어제 음식을 만들면서도 요즘은 과거에 비해 정말 간소하게 음식을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최대한 간소하게 음식을 해서 간단하게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내고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바로 집으로 간다. 특히 우리 시댁은 친척이 많지 않아 명절 날 우리집을 포함해 두 집만 모인다. 다 함께 모여도 여덟명이 고작이다. 옛날처럼 본가에서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의 집을 방문해 인사를 하는 일도 점차 줄어드는 것같다. 우리집도 아이들이 크고 각자의 생활이 있다보니 차례 후에 주변 어른들께 따로 인사를 드리러 가는 일이 중단되었다. 친척중심에서 가족중심으로 바뀐 것 같다. 일가 친척들이 모두 모여 이야기도 하며 음식을 만들어야 가족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을텐데... 편한것만 좋아하고 개인주의를 선호하기에 옛날처럼 하는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도있다. 그리고 추석에 주고 받는 선물도 점차 형식적이 되가는 것 같다. 올 추석도 우리는 선물을 잊지 않고 준비를 해갔다. 명절이면 으레 오는 선물들 그런데 큰 집 작은 발코니에 가득 쌓여 있는 선물 꾸러미를 보고 우리가 들고 온 선물도 저 중 하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처럼 마음을 다해 선물을 준비하고 받는 사람들은 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낄까? 마트에 가서 일괄적으로 주문해서 보내는 선물, 받으니까 주는 선물이 과연 소중할까? 무엇이든 조금은 부족한듯해야 귀하고 고맙게 생각이 들텐데... 언제부터 우리가 옛날 풍습도 잊어버리고 간편한 삶을 추구하며 살게 되었는지 못내 아쉽다. 그렇다고 옛날이 모두 좋았다고 할 수 는 없지만 그 때는 정이 넘쳤고 작은 것에도 오랫동안 감사하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다. 괜히 사람 사는 냄새라는 말이 생긴게 아니다. 명절이 되면 나의 어린시절과 우리 아이들의 명절이 비교가 된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 때 추억이 그립고 또 그립다. 비싼 티켓을 끊어서라도 갈 수만 있다면 그 때 그 시절로 돌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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