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 고속도로에서 있었던 일
2013-09-23 06:38:54최종 업데이트 : 2013-09-23 06:38:54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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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가 끝났다. 이번 추석은 흔하지 않는 긴 황금연휴로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은 정체 없이 다녀왔다. 귀성길, 고속도로에서 있었던 일 _1 이번 차례는 다른 때보다 일찍 끝내고 다른 때보다 두어시간 일찍 출발했다. 점심 전에 출발했느니 저녁은 친정 식구들과 오랜만에 함께 먹을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이 보였다. 얼마 만에 해 떨어지기 전에 들어가는 것인가? 신발을 바로 신지도 못하고 반가운 마음에 마당으로 뛰어 나올 친정 엄마의 모습이 선했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은 거짓말처럼 차들이 많지 않아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달렸는데 영동 고속도로 하행선으로 접어들자 조금씩 정체가 되더니 아예 주차장이 되었다. 새로 닦인 신영동고속도로에서 볼 수 없는 흔하지 않는 일이다. 예전 구도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었지만. 여름휴가 기간에도 이렇게 차량정체가 심하지 않았는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역귀성객이 많아서라고 볼 수 없었던 것이 밀려도 너무 밀린다는 것이었다. 가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앉은 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절기에 맞지 않는 더운 날씨로 에어컨을 켠 실내도 후덥지근하고 차라리 바깥 공기가 더 시원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문을 닫은 차량은 후덥지근하고 도대체 시원해지지가 않았다. 뒷자리에 앉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도무지 에어컨 바람이 오지 않는 것 같아서 운전하는 큰 아이에게 온도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엄마 에어컨 바람 오래 맞으면 머리 아파하잖아요. 조금 있다가 켤께요"한다. 평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른 큰아이의 배려에 더 이상 말도 못하고 그렇게 차창을 내렸다 올렸다했다. 친정에 도착했을 시각에도 꼼짝도 하지 않는 꼬리를 문 자동차 행렬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드디어 휴게소예요"하고 큰 아이가 환호성을 지른다. "사실은 자동차 기름이 없어서 혹시 하는 생각으로 에어컨을 끄고 왔어요"하고 이실직고한다. 무심한 엄마와 배려 깊은 아이다. 차량정체로 제때 주유하지 못한 것이 하마터면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뒤를 밀고 가는 불상사가 났을 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2년가량 운전을 하면서 차량정비에 대해서도 꼼꼼하다. 명절이면 휴게소에서 무상으로 차량을 정비하는 정보까지 세심하게 알아 둬 소모품 몇 가지는 즉석에서 교체하는 알뜰 점검까지 받는다. 휴게소에서 그 흔한 우동 한 그릇도 먹지 않고 열심히 달렸건만 친정에 도착했을 때는 예전과 다름없이 밤 열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열 시간 이상을 혼자 운전하고도 뒷자리에 앉아오는 것이 더 힘들다고 배시시 웃는 모습이 어느새 몸도 마음도 다 커버린 아이가 너무 빠르게 철이 들은 것 같아서 대견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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