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덕분에 대박 친 웰빙 야채 비빔밥
2012-09-25 14:44:46최종 업데이트 : 2012-09-25 14:44: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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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게으름 덕분에 대박 친 웰빙 야채 비빔밥_1 쑥갓과 청경채, 그리고 쌈채소 등 몇가지 채소를 한데 넣어 담아둔 봉지. 아, 이걸 그동안 내일 먹어야지, 모레 먹어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던 것이 이제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채소들이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던 것이다. 김치 냉장고 문을 닫는 순간 보여진 이 채소 봉지가 마치 내게 "나, 말라 죽어요"라고 외치는 듯한 착각을 준 것이다. 채소 봉지를 꺼내 보니 여러 종류의 채소들이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었다. 노지에서 자라서 자생력 강하다고 으쓱대며, 푸름을 한껏 자랑하며 마트의 진열대에서 마냥 뽐내다가, 우리 집으로 팔려 왔건만 이 못난 안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제 몫을 다하지 못한채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었으니 미안했다. 일단 채소들을 꺼내어 식탁에 올려 놓았다. 그 순간 갑자기 야채들이 "야호 신난다. 이제 우리 살았다"하는 만세 삼창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사람을 위해 태어나서 열심히 태양빛을 받고 땅속의 우수한 양분을 빨아들여 나름대로 훌륭한 웰빙 채소로 자라주었건만, 주인 여자 잘못 만나 이렇게 시들시들 앓다가 죽어가고야 마는구나 싶었는데, 이제 간신히 안주인의 개과천선 덕분에 채소로서의 일생에 한점 흠 없는 마감을 할수 있어서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 듯 했다. 채소들의 만세삼창에 부응이라도 하듯 나는 칼을 꺼내 약간 상한것만 버리고 나머지를 손질하니 그나마 쓸모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대로 쌈으로 먹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쌈으로써의 싱싱함은 맛볼수 없을것 같았다. 궁하면 통하는 법. 거기서 밀릴수 없는 노릇이었다. 채소가 아깝기도 하고. 그걸 저녁때 채소 밥을 하기로 했다. 양념장을 맛나게 만들어 놓고 콩나물과 함께 이 채소를 다듬어 넣고 푹 찌듯이 밥을 지었다. 채소들의 고유한 녹색이 어우러진 파란색 웰빙 쌈채소 쌀밥. 이 칼라 밥을 본 아이들과 남편은 웬거냐는 듯 갸우뚱 했다. "묻지 말고 이 양념장 넣어서 참기름 두르고 한번 비벼 먹어 봐요" 남편은 내가 시키는대로 한다. 아이들도 속는셈 치고 따라 한다. 그러나 맛은? 역시 대박이었다. 훌륭한 쌈채소 비빔밥이었다. 맛있는 된장국까지 곁들이니 정말 생각잖은 훌륭한 저녁만찬이었다. 고맙다, 채소들아. 주부 여러분, 가끔 냉장고 한번씩 이렇게 정리정돈 해 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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