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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세차를 하면서 느끼는 마음의 여유
2012-09-28 14:25:21최종 업데이트 : 2012-09-28 14:25:21 작성자 : 시민기자   오새리

지난 일요일, 추석 명절에 개끗하게 세차된 차를 끌고 가려고 그동안 미루어 오던 세차를 하러갔다. 추석에 임박해서는 시간도 나지 알을것 같아서였다.
초기에 차를 사서 닦을 때는 멋 모르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뒤 자동세차 기계에 차를 쓱 집어 넣었다가 아주 큰 손실을 입었다.

자동세차장의 기계에 붙어있던 세차면이 천으로 된게 아니라 가느다란 실로 되어 있었던것을 모른채 그저 자동세차가 편하려니 생각하고 맡긴 것이다.
그러나 세차를 마치고 보니 실로 된 자동 세차기가 힘차게 돌아가면서 자동차 도색면을 그대로 후려쳐서(물론 자동세차는 원래 그렇게 세차면으로 자동차 도색면을 후려치는 방식으로 세차를 하는 것이지만) 차 곳곳에 상처를 내 놓은 것이었다.

새차에 상처가 났으니 얼마나 속상하고 안타까웠겠는가. 
남성들도 물론이지만 차를 아끼는건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차를 산지 한달도 안된 새차를 그 모양으로 만들었으니 그 속상함이 말할수 없이 컸다. 남편에게 이야기 했더니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그랬냐며 핀잔을 준다. 묻고 갈것을 그랬나?

남편은 새 차를 자동세차기에 집어 넣는 사람이 어딨냐며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탓했다.
남편은 자동 세차기 중에 세차면이 실로 된게 아닌, 면(천)으로 된게 있는데 그런 주유소에 가서 하면 그나마 좀 낫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후 주유소 몇군데를 더 찾아 다니다 보니 정말 천으로 된 세차면을 갖추고 있는 주유소가 있었고, 그곳에는 "외제차도 믿고 맡기는 세차"라는 선전문구까지 붙어 있었다.
그 뒤부터는 그 주유소를 단골로 삼게 되었다.

자동차 세차를 하면서 느끼는 마음의 여유_1
자동차 세차를 하면서 느끼는 마음의 여유_1

하지만 세차라는게 겉모양만 번지르르 하게 닦는다고 되는건 아니다. 밖을 깨끗하게 하는것보다 사실은 차 안의 먼지를 털어내고 닦는게 더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안의 각종 먼지와 진드기 세균 덩이를 나와 가족들이 마시게 되니 차 내부를 닦고 먼지를 털어 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두달에 한번 정도는 가끔 들르는 마트내에 자동차 실내청소까지 해 주는 손세차장에 차를  맡긴다.

남들이 보면 그깟 작은 차 세차할 게 뭐 있겠냐고 하겠지만, 작은 차라도 한참을 그냥 탔더니 원래 누런색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얼룩이 지고, 지저분하기는 차 안도 마찬가지였다.  
마트가 집에서 가까워 자주 가는 이곳 세차장 부부는 항상 성의 있게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마른걸레질도 잘 해주신다. 

세차를 자주 하지 않으면 때가 너무 찌들게 되니 가끔 왁스칠을 해주야 한다는 설명까지. 
한 눈에도 꼼꼼한 걸레질과, 차 안 구석에 그냥 남아있는 머리카락까지 깔끔하게 해주시는 부부 세차장. 
구석구석 먼지를 떨어내다 오래 전 잃어버린 귀걸이 한 짝을 발견해서 돌려준 적이 있다. 목욕을 하고 나와 귀걸이를 하다가 잃어버린 후 애써 찾아도 없더니만, 그것이 차 안에 있었던 것이다. 자동세차가 아닌, 손세차를 하면서 덤으로 얻은 소득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부지런히 걸레질을 하는 세차장 부부한테 내 조그만 차가 시원스레 몸을 맡기고 있다. 비누칠로 한 차례 때를 벗긴 뒤 두 사람은 호스를 들고 등목을 시킨다. 그는 얼마나 시원하고 개운할까. 찬물을 쏟아 부을 때마다 그의 웃음이 등 뒤로 새하얗게 쏟아진다. 

내가 차를 이용하는 시간은 주로 시댁이나 친정에 갈 때, 그리고 시장에 갈때이다. 차를 끌고 나갔을때 도로가 막힐때면 나는 확 뚫린 고속도로로 핸들을 돌려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살면서 일탈이라는 것을 별로 해본적이 없는 성격이라 그런 행동을 한번도 못해봤는데 이젠 아이를 둔 엄마가 되어 그런 역행성의 욕구가 생기다니. 그래서 자동차를 타고 달릴때는  스치는 바람이며 구름을 안고 달리는 기분, 그것은 각질화 된 삶으로부터의 신나는 탈출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물론 운전 초기에는 걸핏하면 라이트를 켜놓고 내려 방전이 되는 날이 많았고, 눈길에 미끄러져 오도 가도 못하는 날엔 고집을 부리고 움직이질 않았다. 고급 승용차에 추돌을 당해 뒷 범퍼가 크게 파손돼 공장에 들어가 1주일 넘게 수리를 받은적도 있었던 차이다.
그러고 보니 나와는 생각보다 참 많은 시간과 애환을 나눈 친구같은 차이다.

어느 사이 차가 목욕을 마치고 뽀얗게 제색을 찾아 내 앞에 나타났다. 기억에도 없는 고속도로 영수증 한 장이 발견되었다. 
벌써 2년전의 가족 나들이때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횡계에 다녀왔던 것이다.
'그래, 그때는 그런 여유라도 있었는데'하면서 슬쩍 한숨이 나왔다. 뭘 그렇게 바쁘게 사는지 원.

목욕을 마친 차 안에 들어가 시동을 켰다.  열려진 문으로 밀려들어온 차 안 공기는 운전도 미숙한 초보때 새 차를 타던 기억으로 나를 안내한다. 괜한 뿌듯함 같은...세차도 했으니 추석을 쇠러 가는 기분도 무척 상쾌하겠지? 남편도 말쑥해진 차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겠지?

깨끗하게 화장을 고치고 옷도 바꿔 입은 자동차처럼, 그리고 그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가을날 상큼함처럼, 올 추석때 만나는 가족 모두 기쁘고 반갑고 건강하고 행복한 얼굴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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