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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은 억울합니다
2012-09-28 15:11:05최종 업데이트 : 2012-09-28 15:11:05 작성자 : 시민기자   오수금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듯 하더니 오늘은 비까지 내린다. 이 비 그치고 추석 지나면 슬슬 추워지려나? 
아침 출근때 옷장에서 긴팔 가을옷 하나를 꺼냈다. 작년 가을에 드라이 세탁을 해서 비닐로 씌워 장롱 안에 고이 모셔두었던 옷이다.

한낮에야 아직 날씨가 따갑도록 더우니 사무실에서는 긴 옷은 벗어 두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무척 쌀쌀하고 요즘처럼 밤낮의 기온차가 심할 때는 이런 긴 옷이 필요하다.
사실 요즘같은 날씨에는 아침에 나설 때 '오늘은 뭘 입을까' 적잖은 고민들을 한다. 긴 팔을 입자니 더울듯 하고, 짧게 입고 나가자니 추워서 떨것 같고. 특히 한낮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퇴근무렵 추울게 분명하니까 더 그렇다.

그래서 속에는 짧은걸 입고, 겉옷으로 긴 팔 옷을 걸쳐 입게 되는데 계절마다 이럴때 드는 생각은 옷가게에 들러 '새 옷 하나 사 입을까'하는 것이다.
결국 어제는 집에 오는 길에 옷가게에 들렀는데 내 몸에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옷이 아예 없다는게 아니라 그래도 예쁘게 디스플레이 해 놓은 것에는 내 입맛에 맞는게 없었다. 내 덛치가 큰 탓? 아니 내가 예전보다 실집이 붙어서였던듯 하다.

아줌마들은 억울합니다_1
아줌마들은 억울합니다_1

또 저 집에는 있을까 눈치 봐가며 동네 길가 여성 옷가게에 들렀는데, 역시나 사이즈가 없어 그 예쁜 옷들을 뒤로하고 그냥 왔다. 
집으로 오면서 생각할수록 속상했다. 그전 같으면 보란 듯 이 이것저것 골라 입어보고 트집도 잡고 했겠건만 이젠 그럴 처지가 못된 것이다. 살을 빼야 한다구? 이정도가 어때서? 애 낳아 키우고 나이 든 직장 아줌마가 이보다 얼마나 더 날씬해?

스스로 자위도 해 보고 속상한 마음도 달래보았지만 억울한 마음은 쉽게 가시질 않는다.
그렇다. 내 몸은 거의 그대로 인데 요즘 옷들이 작아도 너무 작게 나온다.
심지어 티셔츠가 손바닥만한 것도 있었다. 판매원이 웃으며 친절하게도 "사이즈가 없는데요, 죄송합니다" 할 때면 너무 얄밉다 못해 한 대 콩 쥐어박고 싶다. 

이 아줌마들은 어디 가서 옷을 사 입으란 말인가? 
깎을 수도 없고, 일반 옷가게에 비해 서너배씩은 비싸기만 한 백화점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단 말인가? 그러니 온갖 곳에 난립하는 다이어트 광고가 괜히 그럴까 싶다. 보기에도 예쁘고 날씬한 학생들도 기를 쓰고 살을 빼려고 난리다. 심지어 남학생들 조차도 하루에 한끼만 먹는 학생들을 여럿 보았다.

이게 뭔가? 살아가며 먹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음식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서로 같은 맛을 음미하며 눈이 마주칠 때 처음 본 사람도 친근감이 돌고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 자주 보지만 인사만 나누는 사람과 또 자주는 못 봐도 식사를 같이 했던 사람과는 느끼는 감정이 엄청 다르다. 

밤 열시에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는 학교 운동장을 보면 나와 비슷한 연배의 어머니들이 운동장을 걷다가 뛰다가 그야말로 살을 뺀다고 옆에 누가 가는지 보는지 아랑곳 않고 정말 열심이다. 
아줌마들은 억울하다. 결혼해서 남편 뒷바라지 하면서 살림하고, 아이들 낳아 기르고 그것도 모자라 직장까지 다니면서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내 몸 가꿀 시간이 어디 생기겠는가.

그런데 의류업체들은 그런 아줌마들에게 일류 모델 혹은 쭉쭉 빵빵 걸그룹 수준의 몸매를 만들라고?  그 예쁘고 맵시있는 옷은 정말 그런 사람들만 입으라는거야?
이젠 정말 나도 다이어트라는 그 대열에 끼어야 하나? 

하지만 그건 아닌듯 하다.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다이어트를 해서 그 옷에 몸을 맞추고 싶지는 않다. 이 아줌마처럼 신체 건강한 사람들도 편안하게 옷을 고를 수 있는 옷들이 많이 나와서 일부분이지만 큰 기쁨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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