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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캐면서
2012-09-28 18:44:34최종 업데이트 : 2012-09-28 18:44:34 작성자 : 시민기자   오승택

오늘은 날씨가 급격히 흐려진 듯 검은 구름이 보이다가 다시 해가 나길 반복했던 하루였다. 썩 날씨가 좋지 못해서 우산을 예비용으로 챙겨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날씨가 낮 기온이 따뜻해서 나들이 하기 딱 좋은 날씨였는데 이제 추석을 전후로 기온이 떨어진다고 하니 건강에 신경 써야 할 때가 왔다. 

기온이 떨어지면 건강도 지켜야 하지만 한 가지 더 걱정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구마를 심어 놓은 밭이었다. 평수로는 10평 남짓한 작은 규모를 고구마를 심어 놨는데 이제는 제법 자랐을 시기이고 땀의 결실을 맛있는 고구마 먹기로 맺어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추워지기 전에 빨리 고구마를 캐오기로 결정 했다. 

고구마를 캐 보는 일은 처음이라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상식적으로 필요할 것 같은 도구인 호미, 목장갑, 모자를 준비 했다. 엄마와 둘이서 오붓하게 고구마를 캐기 위해 밭에 도착 했다. 작은 규모라서 밭이라 부르기도 민망했지만 그래도 고구마 잎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서 마음마저 풍성했다. 

검은 비닐 구멍 사이를 빠져 나온 고구마 잎 사이를 호미로 팠다. 파면서 얽힌 고구마 뿌리가 호미에 걸려 나왔고 동시에 고구마들이 보였다. 그런데 아직 고구마가 풍성하게 자란 것 같진 않았다. 

다섯 번을 호미로 파면 이 중에 3번은 실패작이었다. 실패작이란 말은 고구마가 아직 달려 있지 않은 상태의 맨 뿌리들뿐이었다. 고구마 없는 맨 뿌리들을 볼 때 마다 밀려오는 허탈함은 지우기 힘들었다. 그나마 나는 괜찮았지만 기대를 한껏 하고 계셨던 엄마가 크게 아쉬워 하셨다.

고구마를 심은 직 후에 아는 사람들에게 고구마를 캐면 한 봉지씩 주겠다고 약속을 해 놓으신 탓도 있다. 고구마를 나눠 줄 사람들은 넘쳐 나는데 정작 고구마가 자랄 생각은 안하고 있으니 속이 타 들어갈 법도 하다. 
엄마는 입이 방정이라는 혼잣말을 중얼 거리셨다. 그래도 5번을 호미로 캐면 2번은 뿌리에 고구마들이 주렁주렁 달려 올라 왔다. 

고구마를 캐면서_1
고구마를 캐면서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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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캐면서_2
고구마를 캐면서_2

진한 갈색 빛이 도는 고구마가 뿌리 하나에 여러 개 달려 있었다. 고구마를 사먹기만 했고, 직접 캐 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호미로 캘 때도 노하우가 있었다. 무작정 힘을 주어 호미를 땅에 깊이 찍기만 하면 파기가 힘들다. 힘을 많이 주는 것 보다는 적당하게 쥔 다음, 부드럽게 호미로 땅을 일구어 주면서 깊이 파 내려 가면 된다. 

그러면 기름진 흙과 섞인 뿌리들이 나오는데, 고구마가 달린 뿌리는 들어 올릴 때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느낌은 고구마를 캐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데, 과연 몇 개가 달려 있길래 이리도 무거운지 상상만으로 설레게 한다. 한 뿌리에서 자란 것 같은데 어느 것은 크기가 크고 어느 것은 작았다. 

고구마 가족이 하나의 뿌리에서 형성 된 것처럼 아빠 고구마 엄마 고구마 아기 고구마들의 순으로 열려 있었다. 한창 고구마를 캘 시기라서 전국 어디서나 고구마 캐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고구마 체험 등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기억에 남을만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어린 조카들과 고구마 밭을 다시 방문 할 텐데 이번에 다녀 온 것은 사전답사라고 보면 되겠다. 그때를 위해서 고구마를 모두 캐지 않고 남겨 두기로 했다. 설사 호미로 캘 때 고구마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실망을 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번에 캐러 왔을 땐 좀 더 많은 고구마들이 달려 있으면 좋겠다. 이번에 갔을 때는 두 봉지정도 되는 양을 캐 와서 맛있게 삶아 먹었다. 
고구마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김을 '분'이라고 하는데 분이 많이 올라 올수록 맛있는 고구마이다. 적절하게 분도 나고 달콤하기도 한 고구마를 올해에 실컷 먹었으면 좋겠다. 고구마야 주렁주렁 달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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