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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많은게 좋을까 적어도 괜찮을까
많은 친구보다 정직하게 세상을 사는 좋은 친구가 더 좋다
2012-09-28 18:52:52최종 업데이트 : 2012-09-28 18:52:52 작성자 : 시민기자   홍명호
어릴때는 초등학교 불알 친구가 최고라고 들었고, 중고등학교 때는 머리가 크지 않은 순수함이 남아있는 학창시절 친구가 최고라고 들었다. 
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언제나 스스로에게 나는 과연 몇 명의 친구가 있는가, 내가 아파서 누워 있을때 나의 가족을 위해 기꺼이 가산을 털어 도와줄수 있는 친구는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본다.

아니 사실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언제든지 내가 전화를 걸어 "나, 외롭다. 쏘주 한잔 같이하자" 했을때 기꺼이 나와 줄수 있는 친구는 몇이나 될까?
그러나 최근에 문득 내게 정말 친한 친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 무심코 셈했다가 스스로 깜짝 놀란적이 있다. 어느 것이 다행이고 어느 것이 불행인지 모르지만, 숫자는 까먹었고, 자릿수는 하나였다. 

그 셈을 해본 계기도 우연이었다.
대학교 친구가 상을 당해 문상을 갔던게 얼마전이었다. 회사에 사정 이야기를 하고 발인날 반차까지 내서 발인을 지켜보고 돌아올 생각으로 상가에 갔다.
그런데 문상을 가 보니 상가가 무척 썰렁했다. 예부터 어른들은 자손이 많아야 한다고들 늘 말씀하셨는데 요즘에야 세월이 바뀌어 한둘만 낳는 세상이니 아이들의 많고 적음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문상을 간 상가에서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문상객이 적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옛 어른들이 자손이 많아야 한다고 한 이유도 그럴때를 두고 하신 말씀일텐데 그렇다고 친구네 형제 자매가 적은것도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친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형제자매들의 대인과계가 원만하지 못했던가, 아니면 평소때 다른 사람들의 관혼상제에 많이 참석하지 않았던가 둘중 하나였다.

어쨌거나 발인을 지켜 보고 올라오면서 썰렁한 빈소의 모습이 자꾸만 눈 앞에 어른거려 고인께는 유족의 친구인 내가 죄송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내 마음을 추스르고 곰곰이 내 생각을 해 보니 나도 그다지 많은 친구가 있는것 같지도 않았고, 내 어려움에 함께 동참해줄 친구를 헤아려 보니 그지경이었던 것에 스스로 놀라며 인생이라는 것을 되돌아 보게 된 것이다.

과거 학창시절에도 친구가 적은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유난히 얄미운 짓만 골라서 했기 때문에 교유 관계가 좋지 않았던 친구들도 적지 않았다. 
'내가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들 사이이에서 그렇게 비쳐졌을까?' 고민도 해 보았지만 그건 아닌듯 한데.

고등학교때 일이다.
어느 날 한 친구가 탁구장에 갔다가 탁구 라켓을 훔쳐 나왔다는 소식에 네명의 친구들이 낄낄대며 학교 탁구장에 모였다. 요즘에야 시내에 전부다 PC방에 당구장 천지지만 그때는 탁구장이 최고의 여가시설이었다. 
우리는 친구가 훔쳐 온 당시에는 상당히 고급 제품 축에 드는 그 탁구 라켓으로 교내 탁구장에서 신나게 탁구를 치며 놀았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아주 좋은 탁구 라켓을 샀노라는 소문이 쫙 돌았다.

 
친구, 많은게 좋을까 적어도 괜찮을까_1
친구, 많은게 좋을까 적어도 괜찮을까_1

그런데, 탁구 라켓 2개로는 단식은 가능하지만 복식 게임을 즐길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쉬쉬하며 다시 모였다. 시내 어느어느 탁구장에 가면 탁구 라켓을 쉽게 훔쳐 올수 있으니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가서 훔쳐 오라는 작전을 짜게 된 것이다.
과연 누가 가서 훔쳐올 것인가가 문제였다. 그러나 답은 뻔했다 지난번에 갔다 온 두 녀석을 빼면 이번엔 우리가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그 탁구장에서 라켓을 잃어버렸으니 지난번에 갔던 녀석들은 다시 가면 얼굴을 알아볼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도둑질이 겁이 났던 것이다.
이틀을 고민한 끝에 나는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야, 우선 솔직히 말하는데 나 거기 갈 자신 없다. 그리고 우리 이 라켓 다시 돌려주자."
친구들은 "이런 미친놈"이라며 나를 비난했고 한동안 친구 안하겠다며 다들 심각한 사이가 됐다. 

그렇게 냉전이 2주일 정도 계속되던 어느날. 라켓을 훔친 친구놈들이 날더러 물었다.
"같이 갈래?"
"어딜?"
"라켓 돌려주자며?"

우리는 그렇게 다시 친구가 되었다. 탁구장에서도 다시 가져와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며 어떤 책임도 묻지 않으셨다. 철없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였지만 그 친구들과는 지금도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라켓을 훔쳤던 친구놈은 지금 도둑놈 잡는 경찰관이 되었다. 우연치고는 참 기막힌 우연이다. 우리는 가끔 이놈을 만나면 "그 라켓 훔쳤던거는 공소시효 지났냐?"라며 농담을 건네곤 한다. 

며칠전 그중에 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명절, 잘 보내라. 부모님께 맛난거 많이 사 드리고"
친구는 담백하게 말했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그래, 많은 친구가 다 무슨 필요랴. 서로를 아끼는 친구, 마음을 나누고 정직하게 세상을 사는 친구, 늘 가까이 있어서 고마운 친구 한둘만 있어도 좋은거지.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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