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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명절 보내기
2013-09-21 12:54:24최종 업데이트 : 2013-09-21 12:54:24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여느해에 비해 연휴기간이 길었던 이번 추석에는, 많은 사람들이 귀성과 역귀성으로 분주한 명절을 보낸다. TV화면에 비치는 장면중, 고속도로를 꽉메운 자동차의 행렬을 보고 있노라니 오래전 나의 귀성길이 생각난다. 

시부모님곁에 살면서 귀성전쟁 귀경전쟁을 모르고 살다가, 수원으로 이사온 첫 해 추석, 시댁이 있는 전라남도 곡성까지 가는데 무려 23시간이 걸린적이 있다. 물론 쉼 없이 전진만 하면서 걸린 시간은 아니고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고 그러길 반복하다, 잠깐 휴게소에라도 들르면 빠져나오는데 또 한참의 시간이 걸리고, 또 가다가 졸리면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잠깐 잠도 자면서 그렇게 가다보니 23시간이라는 기록적인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그무렵만해도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향으로 귀성을 하던 시절이라 기록적인 시간도 그러려니 하면서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서로들 나는 몇시간 걸렸는데 너는? 하는식으로 은근 고생담을 자랑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던 것이 차츰차츰 부모님이 자식들을 찾아 역귀성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양방향으로 교통체증이 발생하지만, 아무리 정체가 심하다해도 예전에 비하면 벌거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나의 경우는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큰아들인 남편이 제사를 모시면서 엄청난 귀성전쟁을 몇해 겪지 않고 졸업했지만 명절에 TV를 볼때마다 막히는 차량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의 고충이 남의일 같지는 않다.

큰며느리로 차례음식을 준비하고 손님맞이 집안청소며 침구류 세탁까지 집주인으로서의 준비도 결코 만만치는 않지만 그래도 오며가며 지치고 시달리는 고충에 비하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내집에서, 내살림으로 명절을 준비하는게 무에 그리 힘들겠는가. 오히려 다른 가족들이 고생했다며 칭찬까지 해주니 큰며느리 노릇도 할만한 것이다. 단 한가지 흠이 있다면 시어머님 들아가시고 나서부터는 명절에 친정을 한번도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명절 당일에는 시아버님 모시고 차례지내느라 당연히 못가고, 명절날 오후부터 다음날까지는 아버님께 인사드리러 오는 시누이네 가족들 접대하느라 꼼짝도 할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지내기를 십여년, 몇 년전 시아버님까지 돌아가신 이후로는 모든 시댁 식구들의 동의를 얻어 제사대신 추도예배를 드리면서 차례음식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아버님이 안계시니 시누이들도 오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7남매중 우리식구와 시동생네 식구, 달랑 두 가족만이 모여서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명절이면 평소 자주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이 모여서 시끌벅적 수다도 떨면서 북적거려야 하는데 갑자기 조용한 명절을 보내려니 쓸쓸하고 허전하다. 명절날 점심까지 먹고나면 시동생네도 처갓집으로 떠나는터라 이제는 나도 명절에 친정을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었지만, 그런데 이제는 내가 귀찮아서 친정가는걸 자꾸만 미루고 있다.

짧은 연휴에 전라남도 순천까지 다녀오려면 몸도 피곤하고 경비도 만만치 않은터라 다음번에 가야지 하고 계속 미루다 보니 갈수록 나쁜 딸이 되어가고 있는중이다.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서 꼭 다녀오려고 계획했는데 부모님께서 추석 지나고 며칠후에 오신다고 하시니 이번에도 나의 친정행은 불발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명절 보내기_1
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명절 보내기_1

이번 추석에도 여전히 우리가족과 시동생네 두 가족만이 모여서 쓸쓸하게 명절을 맞았다.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탓에 밥먹고 하는일 이라는게 TV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우리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융,건릉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주차장에 많은 차량들이 주차해 있다. 추석이라고 무료입장이다. 들어가는입구에서부터 활짝핀 야생화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요즘들어 부쩍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면서 관심을 갖고 이름을 알려고 애쓴덕분에 며느리밑씻개와 매발톱꽃, 닭의장풀의 이름과 그 이름을 갖게된 이야기까지 다른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명절 보내기_2
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명절 보내기_2

참으로 신기한 장면도 목격했다. 작은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서 커다란 한 송이의 꽃처럼 보이는 꽃송이위에 나비들이 앉아있는데, 꽃송이마다 나비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앉아있어 꽃과 나비들도 추석을 맞아 가족모임을 하는 듯 싶다. 신기해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여러사람이 사진을 찍어도 잠시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 앉는게 아닌다. 아마 그 꽃의 향기가 나비들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명절 보내기_3
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명절 보내기_3

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명절 보내기_4
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명절 보내기_4

우리아이들은 소풍때마다 자주 융,건릉을 가봤지만 이제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인 조카녀석들에게 융릉과 건릉의 주인인 사도세자와 정조에 대해서 들려주고, 초록의 잔디가 싱그러운 넓은 능 앞에서 잠자리도 잡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시 여름인양 무더운 낮시간에도 울창한 나무숲아래 돗자리를 펴고 앉아있으니 죽은자와 산자가 함께 평안함을 누리는 이곳이 참으로 정겹고 포근하다.

모두들 분주한 명절에 우리 가족들은 맑은 공기와 함께 여유로움을 마음껏 누린 하루였다. 한 집안의 큰며느리로서 명절이면 몸과 마음이 고단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오히려 쓸쓸한 명절을 맞이하는 나의 명절변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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