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가족 벌금형 저금통 만들었습니다
돈도 모으고, 가족들의 안좋은 버릇도 고치는 일석이조 실천기
2013-09-30 08:04:08최종 업데이트 : 2013-09-30 08:04:08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나는 가끔 엉뚱한 면이 있다. 뭔가 기발한 것을 생각하면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습관이 있다. 3개월 전에 어느 날이었다. 사이다를 다 먹고 난 뒤 빈병을 보다가 버리기가 아까워서 칼집을 내서 저금통을 만들었다. 

평소에는 PT병만 보이면 바로 모아서 재활용품 버리는 곳에 갖다 버리기 일수였는데 왜 하필 그 날 따라 내 눈에 띈 빈 PT병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서 유용하게 사용해야겠다는 욕망이 불끈 쏟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칼에 흠집을 내고, 이것을 가족공동 단위의 벌금함으로 만들어 볼 생각을 했다. 

가족 각자가 바르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 마다 수중에 있는 동전들을 모두 헌납하는 방식으로 벌금을 내기로 했다. 단 수중에 얼마가 있는가는 중요치 않고 벌금을 내는 데에 의의를 두었다. 주머니를 뒤졌을 때, 백원이 나와도 혹은 900원이 나와도 주머니 안에 있던 모든 동전들은 저금통에 넣기로 했다.

우리가 의외로 동전에 대한 소중함을 못 느끼는 편이다. 수중에 지폐를 갖고 있을 때는 두둑한 느낌이 들면서도 같은 돈인데도 동전들이 있으면, 돈이 별로 없다고 생각 한다. 
그래서 나도 거스름돈을 여기저기 던져 두거나 버려 두기도 한다. 그렇게 숨어 있는 동전들을 싸그리 꺼내어 모아서 저금통에 넣는다면, 꽤 짭짤한 장사가 될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 제약이 필요했다. 아버지는 퇴근 하고 돌아 오셔서,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횟수가 총 3회를 넘을 경우 벌금을, 어머니는 전화통화 횟수에 제한을, 동생은 스마트폰을 만지는 시간에 제한을, 그리고 나는 야식을 먹는 것에 대한 제한을 뒀다. 이 제약들이 각자에게는 크나큰 단점과도 같았다.

아버지도 줄 담배를 피우셔서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담배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엄마도 퇴근을 하시면 전화기를 붙잡고 사시는 것이 낙이 되어 버리셨고, 특히 동생의 스마트폰 집착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참에 안 좋은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룰이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가족 개인의 행동등이 비단 우리집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모든 가정에서의 모습과 똑같을 거라 예상된다. 그렇게 각자 지켜야 할 일을 정할 때 의견을 나누는데 참 그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가족 간에 룰을 정하기 위한 대화를 하면서 웃음 보따리가 펼쳐지는 광경 자체가 나에게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가정의 화목함을 좀 더 끌어 올리기 위해 이와 같은 제안을 했을지도 모른다. 맨 처음 제안 했을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던 가족들이었지만 결국에는 나의 끈질긴 노력 끝에 룰을 정하고 게임은 시작 되었다. 제일 첫 번째 벌금을 낸 사람은 당연히 아버지셨다. 하루 아침에 담배를 확 줄이시기는 힘드셨는지 자진해서 주머니의 동전들을 꺼내서 넣으셨다. 

가족 벌금형 저금통 만들었습니다_1
가족 벌금형 저금통 만들었습니다_1

"안되겠다! 내일부터는 꼭 3개비만 피우고 오늘까지만 좀 피울게, 아까운 내 동전들!." 솔직히 동전들이 아깝지도 않으시면서 괜히 아까운 척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제일 처음 저금통에 들어간 동전의 양은 대략 1천500원이었다. 진짜로 내가 예상했던 것이 맞아 떨어졌는데, 주머니에 숨어 있는 동전들이 꽤 된다. 그것들만 꺼내서 모으면 피자 한판은 어려움 없이 시켜 먹을 수 있다. 특히나 집안에 경제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남아 도는 동전 양은 많아진다. 

그렇게 해서 계속 우리 집은 벌금 룰을 지키고 있다. 나도 꽤 많은 동전들을 벌금으로 냈다. 가방이란 가방은 모두 뒤져서 나온 동전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았다. 내가 여지 껏 이리도 많은 동전들을 가방 속 앞 뒤 옆 주머니에 넣고 다닌 걸 생각하면 참 내 자신이 바보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적정 시간 외에 스마트 폰을 하게 되면 무조건 벌금형에 처해졌고, 수중에 벌금으로 낼 동전이 없을 때는 동생이 자기가 개인적으로 모으던 돼지 저금통 안의 동전을 빼서 벌금을 내기도 했다. 그렇게 벌금저금통은 쌓여만 가고 있다. 이 벌금 저금통을 시행한지 벌써 세 달이 지났다.

생각보다 벌금이 많이 모아질 것을 우려해 처음 피티병저금통에서 다른 큰 저금통으로 옮기기 위해 저금통을 분해한 사진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면 꽤 많이 모았다. 
가득 채워져서 은행에 가서 바꾸는 날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날이 될 것이다. 한 마리 토끼는 안 좋은 버릇을 조금은 고쳤을 결과를 낳을 것이며 또 한 마리 토끼는 숨어 있던 동전들을 지폐로 바꿔서 맛있는 가족외식을 할 수 있는 날이 될 것이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