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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이해하고 아우르는 가르침
2012-09-24 15:47:23최종 업데이트 : 2012-09-24 15:47:23 작성자 : 시민기자   권순도

이웃에 아주 가까이 동생처럼 지내는 주부가 있다. 나보다는 나이가 열살 정도 아래였지만 이웃간에 참 좋은 사이로 잘 지내는 이웃사촌이다.
토요일이었던 엊그저께 그집 막내 아이가 피아노 전문 유치원에서 학부모를 초청해서 연주회 비슷한 발표 행사를 한다 해서 부모들을 불렀던 모양이다.

세대를 이해하고 아우르는 가르침_1
세대를 이해하고 아우르는 가르침_1

우리 가족은 그 가족과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내왔기에 나는 자그만 선물과 꽃다발을 들고 찾아갔다.
유치원 다니는 그집 딸 아이 이름은 서희였는데 마치 출입문 가에 서희 엄마가 앉아 있었다. 나를 보더니 "뭐하러 왔어요?"라며 고마움 반, 미안함 반 얼굴에 웃음꽃을 띄우고는 옆 자리를 비워 나를 앉힌다.

부모들을 위해 아이들이 너도나도 미리 준비한 피아노곡을 연주하는데 나는 피아노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저 피아노 건반위에서 어린 고사리 손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는 갓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했다.
지금은 다 커버린 우리 아이들에게도 과거에 피아노 학원을 잠깐씩 보내 본 적은 있지만 그땐 기껏해야 1,2년정도 그냥 맛뵈기로 시켰다. 전문적으로 피아노를 가르키면서 음악 공부를 시킬게 아니었으므로 그때는 다 그랬다.

또한 피아노를 치면서 손가락 놀림을 하면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했고, 그래도 피아노 건반 정도는 만져 보게 하는게 좋을듯 해서 그정도만 했던 것이다. 맛뵈기로 1, 2년 정도 다닌건 피아노 말고도 미술학원도 그랬고 태권도 학원도 그랬다.

하지만 서희는 음악적 재능도 있었겠고, 엄마아빠의 생각도 음악을 아예 안시킬것도 아닌듯 해서였는지 아예 피아노 전문유치원을 다니게 한 것이다.
아이들이 멋지게 피아노 곡을 연주하는 것을 가상하는 동안 놀라운 사실은 두아이 건너 한 아이씩 요즘 걸 그룹 가수들이 부르는 유명 K팝 가요에, 심지어 낭랑 18세, 울고 넘는 박달재(손주들을 응원하러 온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같은 곡까지 연주를 하는게 아닌가.

피아노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은 소위 바이엘, 체르니, 소나타 이런거만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그것은 기본이고 추억의 팝송인 '예스터 데이' 같은 것도 연주했다.
실로 이 피아노 학원에서는 엄마 아빠들을 초청해서 우리 세대가 잘 모르는 클래식만 연주한게 아니라 피아노 학원을 찾은 사람들의 수준에 맞게 K팝부터 클래식, 오래된 대중가요, 그리고 우리 세대에 익숙하게 즐겨 들었던 팝송까지 아주 다양하게 연주를 했다.

마치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면서 부 모님들이 잘 경청하게 하고, 부모들은 `바이엘`이나 `소나타`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도 `울고 넘는 박달재`나 `낭랑 18세`를 연주하면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소녀시대의 K팝이 나올때는 중고등학생 형아 언니 오빠들이 좋아했고, 추억의 팝송이 나올때는 아이들의 부모세대 혹은 그 이상 중년층이 흐뭇한 마음으로 연주를 감상했다.
이렇게 시작한 부모초청 행사는 박수와 웃음꽃이 만발했다. 그 어린 고사리 손으로 우리에 귀에 익숙한 곳을 멋지게 연주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도 나왔다.

이날 우연히 이웃집 아이와 가족의 행사에 꼽사리 끼어서 찾아간거지만 연주회 내내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피아노 학원에서 가르친 것은 아이들에게 피아노 연주 기법과 피아노 잘 치는 방법만 가르친게 아니라 큰 형아들 세대, 부모 세대,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고, 함께 호흡하는 것도 가르친 것이다.
과거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서도 부모를 초청해 이런 행사를 했지만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피아노 학원 초청 행사는 부모들이 연주가 끝나기만 기다렸다가 박수만 쳤을뿐 대부분 연주 내내 하품만 하기 일쑤였다. 곡의 내용을 모르니. 그저 서양 클래식이라는 것 밖에는.

그러나 이 연주회에서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 말고도 이렇게 세대를 뛰어 넘는 어우러짐을 가르치면서 사람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요즘 세대간의 단절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도시의 콘크리트 숲에 갇혀 실면서 학원과 학교만 오가는 아이들에게 멀리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제 '딴사람'이 돼가는 세태이다.
그러니 어쩌다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낯설고 서먹하기만 하니 이게 가정이 올바르게 되는 꼴이 아닌 것이다.

그런 판국에 이 피아노 학원에서는 작은 배려지만, 결국에는 그것조차도 아이들에게 자신뿐만 아니라 형과 누나 언니 오빠들, 엄마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를 음악을 통해 이해하게 해주고, 고루 아우르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었다.
별거 아닌듯, 그러나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소중한 것을 가르치는 이런 노력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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