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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이 엄마의 감동적인 생일 축하 방법
아이 생일날을 뜻깊게 보내는 존경스러운 이웃
2012-09-22 09:53:41최종 업데이트 : 2012-09-22 09:53:41 작성자 : 시민기자   최순옥

초6 남자 아이와 중2 딸내미인 우리집 아이 둘은 우연히도 생일이 6일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두 아이의 생일을 6일 간격으로 차리기도 뭣해서 우라집에서는 아이들의 동의를 구해 짝수년에는 큰아이, 홀수년에는 작은아이 생일날 가족식사를 다같이 하는걸로 정해서 해마다 그러고 있다.

다만 중학교 다니는 아이는 친구들끼리 생일파티 같은거는 안하지만, 초등학생 녀석은 친구들을 불러 햄버거라도 같이 먹게 해달라는 요청을 해와 녀석에게만 해마다 생일이 낀 주말에 친구들을 불러 조촐하게 상을 차려준다.

2주전쯤 아이 생일날이었다. 평소처럼 아이의 생일 파티를 해주기 위해 친구들을 초대하라고 일렀다. 아이들은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한다며 제딴에 예쁘다고 생각하는 초대 카드를 사다가 초대장 글을 쓰고는 다음날 여기저기 뿌렸다고 한다. 

생일 파티날로 잡은 점심때, 꼬마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초등학생 9명이 우리집에 찾아온 것이다.
남들이야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을 통째로 빌려 어린이셋트 메뉴를 시켜주면 저희들끼리 다 알아서 한다지만 나는 그런 기계적인 방법보다 엄마의 정성으로 해주고 싶어서 항상 집으로 초대를 했다. 

집으로 불러서 떡집에 주문한 조그만 시루떡과 내가 사다가 직접 튀긴 통닭, 그리고 아이들 좋아하는 초코렛과 과자, 과일과 직접 만든 핏짜를 구어 내주었다. 
조촐하지만 엄마의 정성이라고 하니 아이들도 그닥 싫어 하지는 않다. 안타깝게도 시루떡 보다는 핏짜에 손이 더 가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직접 엄마 손으로 음식을 만드러 주니 그래도 우리 아이는 "엄마 짱"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준다.

음식을 다 먹고 난 뒤 아이들이 PC방에 가겠다며 돈을 달라기에 조금씩 나눠주었다.
"와~아" 환호성을 지르며 아이들이 현관쪽으로 우르르 몰려나갈 즈음, '따르르릉~'집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여보세요? 수호네 집이죠?"
"네, 그런데요"
"안녕하세요, 수호와 한반인 동민이 엄마예요. 우리 동민이 오늘 거기 갔죠?"
"아, 그러세요? 네, 동민이 여기서 식사 했어요. 컴퓨터 한다고들 다 나갔는데, 무슨일로..."
"네, 동민이 땜에 전화한건 아니고요... 수호 어머님께 여쭤볼게 좀 있어서요"

동민이 엄마라는 분, 나와는 학교에서 한두번 뵈었고, 가끔 통화도 하는 아이 친구 엄마였다. 하지만 동민이 엄마가 전화로 내게 전화한 이유는 실로 놀랍고, 내 얼굴을 화끈화끈 달아오르게 했다.
동민이 생일도 10월 초인데 생일잔치는 하지 않고, 집에서 간단히 미역국 끓여 가족들이 조조촐하게 생일축하를 해 준뒤 그 비용을 아껴서 푸드뱅크에 생필품을 사가지고 간다고 했다. 

우리 e수원뉴스 기자님들이나 수원시민들 모두 푸드뱅크(또는 푸드마켓이라고도 부름)가 뭐하는 곳인지 다 아실것이다.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위해 행정관청에서 쌀, 라면, 김치나 학용품등을 비치해 두고 저소득 가정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곳이다. 

옛날로 말하자면 서민구제소라고 보면 될듯하다. 요즘 푸드뱅크는 각 도시마다 다 있는걸로 알고 있다. 그 푸드뱅크에는 국가에서 물품을 대주기는 하지만 이 수량이 한정돼 있어서 항상 부족하고, 제일 좋은 방법은 일반 시민들이 생필품과 식료품을 기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민이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건 이유는 푸드뱅크에 사 들고 갈 쌀을 농촌에서 쌀 농가를 짓고 있는 우리 시댁에서 사 주겠다는 것이다. 20키로짜리 쌀 10자루 정도.
20키로짜리 쌀 10자루 정도면 대충 계산해도 40만원 안팎이나 되는 돈인데... 시댁에서 쌀을 파는거야 어렵지 않지만, 동민이 엄마는 우리 시댁에서 쌀을 삼으로써 농촌도 돕고 푸드뱅크에 기증도 하겠다는 뜻이었다. 

동민이 엄마의 감동적인 생일 축하 방법_1
동민이 엄마의 감동적인 생일 축하 방법_1

나는 우리 시댁에서 쌀을 구입해 주겠다는 제의에 대한 기쁨보다, 아이들 불러 놓고 생일파티만 할줄 아는 내가 참으로 부끄러워졌던 것이다.
그렇게 사려 깊은 마음씨의 동민이 어머님, 그런'이웃돕기 생일 파티'를 이해하는 동민이. 그렇게 철이 든걸 보니 우리 아이는 아직도 어리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결심했다. 그것은 담부터는 아이들과 함께 푸드뱅크에 가던지, 아니면 학교에다 물어봐서 혹시나 소년소녀가장이 있으면 거기에 가서 좋은 물건과 생필품을 전해 드리는 일을 하기로.
동민이 엄마 같은 분들을 같은 학부형으로 알고 지내는것도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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