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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준엄한 뺨따귀
요즘 적반하장인 사람들한테 한대씩 먹여주고 싶은 마음
2012-09-22 11:40:55최종 업데이트 : 2012-09-22 11:40:55 작성자 : 시민기자   윤석천

"끼~~익..."
퇴근길에 인도를 걷던중 바로 옆에서 고막을 찢을 듯이 들리는 파열음. 자동차 바퀴가 아스팔트에 긁히며 내는 그 소리는 정말 누구도 듣기 싫은 소리다. 그 소리 자체가 과속임을 증명하는 소리이고, 과속 뒤에 뭔가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방에 벌어져 급작스럽게 정차하은 소리이고, 만약 정차가 이미 늦었을 경우에는 차를 박던지 사람을 치는 사고가 터질 것을 예고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무 사고 없으면 좋겠으나, 만에 하나 사람이라도 쳤다면?
불길한 마음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본능적인 속도로 휙하고 고개를 돌려 봤더니 고급 승용차 한 대가 횡단보도 중간에서 급정거를 했고,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와 간신히 제동에 성공한 차를 보고는 화들짝 놀랜 보행자가 화가 나서 승용차 운전자에게 다가가면서 "사람 잡을 일 있냐"고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의 준엄한 뺨따귀_1
아버지의 준엄한 뺨따귀_1

사고를 당할뻔한 사람에게는 그의 아내로 보이는 젊은 여성과 그 여성의 손을 잡고 가던 어린 아이도 보였다. 자칫 일가족을 칠뻔한 것이다.
이럴때 운전자는 차창을 열고 정중하게 사과하는게 옳다. 그런데 이 운전자는 참 적반하장에 못돼먹었다.
일가족을 그렇게 놀라게 해 놓고 차창을 약간 연채 "미안해요.... 차 세웠잖아요"라며 되레 짜증을 내는게 아닌가. 

그 날을 듣는 순간 내가 쫓아가서 운전자들 차 밖으로 끌어내 패대기를 처 주고 싶을만큼 얄미운 말투, 옆에서 듣는 제 3자들이 더 기가막혔다. 
속으로 "뭐, 저런 자식이 다 있어?"라는 생각과 함께.  아무 상관없는 내가 그럴진데, 사고를 당할뻔한 그 남자와 가족은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그리고 그 차는 놀랜 사람이 옆에서 떠들건 어쩌건 차창을 닫고 가만히 있다가 신호가 바뀌자 그대로 달아나는게 아닌가.

이 막돼먹은 운전자를 보면서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아주 작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잠깐 계셨던 아버지의 일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외출 때 지팡이를 꼭 들고 다니셨다. 무릎 관절이 안 좋으셔서 엄마가 생신 선물로 사주신 것인데, 언제어딜가든 그 지팡이는 항상 신주단지 모시듯 들고 다니셨다.

어느 해 가을, 그 날도 지팡이를 들고 외출을 하셨는데 학교 강의를 마치고 자취방으로 돌아가 보니 전화가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전화번호를 주었는데 그게 병원이었고 병실 호수 내선번호까지 있었다.
그때는 휴대폰이 없는 시대라 자취를 하든 하숙을 하든, 그 안집에 있는 전화가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다. 

무슨일인가 싶어 동전을 들고 서둘러 밖에 나가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니 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였다.
크게 놀랬는데 다행히 어머니는 크게 다친게 아니라 약간 놀래셔서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학교나 잘 다니라고 하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다는데 그냥 학교에만 있자니 너무 불안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 길로 아보지가 입원하신 병원에 가기 위해 시외버스를 타고 달려갔다.
아버지께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승용차에 다치셨단다. 당시 연세도 있으시고, 교통사고란 끔찍한 일이 하도 많아 걱정을 했던건데 어머니의 말씀처럼 다행히 아버지는 무릎과 팔꿈치 그리고 이마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으신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사고 현장에 가서 지팡이를 찾아오라 하신다. 나는 속으로는 '그 지팡이 없어져도 벌써 없어졌을텐데요'라면서도 아버지의 성정을 아는지라 군말 없이 "네"하고는 사고 지점을 물어 택시를 타고 찾아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행히 아버지의 지팡이가 길가 한쪽에 그대로 있는게 아닌가. 워낙 낡고 볼품없는 지팡이인지라 아무도 신경을 안쓴듯 했다.

기쁜 마음으로 지팡이를 들고 병원에 도착해 보니 가해차 운전자가 아버지의 병실에 막 도착했다.
이 사고차 운전자는 고개를 숙이며 모든 과실의 100%가 자신의 탓이라며 사죄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이 평상시 사람 왕래가 거의 없는 곳이라 신호위반을 했으며 어르신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행히 우회전을 하던 중 일어난 사고라 스치듯 부딪치신 정도라 큰 부상은 아니었기에 안심은 되었다. 

대부분의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먼저 내세우거나, 목격자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의 사고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조하기 마련인데 스스로가 신호위반을 했다 할뿐더러, 선량한 인상에 몹시 손을 떨고 있음을 보고 그가 양심 나쁜 운전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합의를 바라는 이 운전자의 부탁에 대해 아버지는 달랐다.
"합의는 무신 놈의 합의! 젊은 놈이 말이지. 당신 나한테 따귀 한대 맞을껴, 깜빵 갈껴?"라며 아버지 특유의 역정을 내셨다. 병원이 떠나갈듯 소란해졌다.
그러자 이 운전자는 "네, 어르신 백대라도 치십시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아버지는 곧바로 그의 뺨을 철석 때렸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아버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죄에 대한 용서를 바라는 사람에게 더이상 모질게는 못하셨다.
"여봐 젊은 사람. 신호등이 왜 있능겨? 차들이 사람 못 치게 할라구 있능거 아녀? 안그러믄 당신네 같은 차들한테 다 차어서 죽어 나자뻐질거 아녀? 신호등은 약속여, 약속! 빨간색은 가지말자, 파란색은 가자, 그거 이 늙은이도 아능거 아녀? 담버텀은 내가 한말 잊지마" 

그렇게 합의가 되었다. 그때 아버지한테 따귀를 맞은 그 운전자에게는 어찌나 미안했던지.  
그러나 아버님의 말씀은 평범했지만 참으로 중요한 진리였다. 신호등 안지키면 사람들 다 죽어 나갈텐데 그걸 안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제 잘못 모르며 적반하장인 요즘 사람들. 이 사람들 정말 우리 아버지 한테 따귀 한 대씩 맞아야 정신 차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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