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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이스크림에 중독된 이유는
2012-09-26 09:59:14최종 업데이트 : 2012-09-26 09:59:14 작성자 : 시민기자   오승택

"집에 들어올 때 OO아이스크림 좀 사다줘!"
엄마가 요즘 들어 자주 보내시는 문자 내용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마트에 들러서 아이스크림 코너를 서성인다. 특정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셔서 꼭 그 아이스크림을 일순위로 지정하여 사오길 바라셔서, 특정 아이스크림이 없는 날에는 다른 슈퍼 서너 곳도 들러서 사오기도 한다. 

이날 이때까지 아이스크림 과자 빵 같은 군것질은 입에도 안 댔던 엄마가 부쩍 요새 아이스크림에 빠지셨다. 더 특이한 것은 나와 누나가 아이스크림같이 단것을 입에 달고 살 때 못 먹게 말리셨던 장본이셨는데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서 드시니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식성이 바뀌는 것은 알겠지만 이리도 순식간에 바뀌고 계시다니 신기할 뿐이었다. 하나에 5000원 하는 큰 통의 아이스크림을 사가면, 3일 뒤에는 없어져서 또 다시 사가기 때문에 이제는 재활용만을 따로 담아놓은 박스에 아이스크림 빈 통이 가득히 쌓여가고 있다. 

엄마가 아이스크림에 중독된 이유는_1
엄마가 아이스크림에 중독된 이유는_1

아이스크림을 사서 내가 집에 들어가는 인기척만 들리면 바로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반기신다. 내가 들어 갈 때 쯤 이면 이미 저녁식사를 충분히 하고도 남은 시간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손을 씻자마자 아이스크림과 스푼 두세 개를 들고 거실로 오신다. 

TV를 켜놓고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전체 중에 반통을 먹고, 남은 아이스크림은 냉장고로 직행하며 가끔가다가 엄마가 생각나실 때 마다 몇 스푼씩 떠다 드신다. 아이스크림을 잘 드시는 엄마 모습을 처음 본다. 
마치 어린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 엄마도 아이스크림에 시선을 고정 하신 채 맛있다를 연발하시며 잘 드신다. 

엄마도 아이스크림을 드시면서 왜 이렇게 식성이 바뀌었는지 자기도 모르겠다고 의아해 하신다. 아마도 예상하건데, 엄마가 갱년기를 오랜 시간 겪으시면서 몸의 반응에 따른 식성의 변화로 생각된다. 여성에게 갱년기가 오게 되면 가장 현저한 반응중의 하나가 수시로 추워졌다가 더워지는 현상인데, 엄마가 자주 열이 나시니 얼굴에는 붉은 홍조를 띠시고 땀까지 나신다. 

온도가 상승하여 더위를 느끼실 때는 힘들어 하시는걸 볼 수 있었다.그러다가 잠시 후에는 다시 열이 급속도로 내려가시면서 추위를 느끼시곤 하는데, 문제는 급속도로 몸이 더워지실 때 아이스크림같이 시원한 것을 찾으시는 것 같았다. 아이스크림을 목으로 넘길 때 느껴지는 청량감이 더위를 빠르게 씻어주기 때문에, 좋아하시게 된 것 같다. 

어릴 때는 치아가 썩는다고 아이스크림을 자제하며 사주셨고 커서는 단것을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는 이유로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먼저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먹자는 제안을 하니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현상이지만,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시게 된 이유가 갱년기의 증상 때문이라면 슬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갱년기가 여성에게 있어서 필수로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조건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엄마 본인에게는 힘 빠지는 일일 것이다. 그럴수록 엄마가 더 맛좋고 몸에도 좋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드셔 볼 수 있게 도와 드려야겠다. 

시중에 파는 아이스크림은 종류가 다양하여 아무리 먹어도 신제품들이 나오기 때문에 한 가지 맛 보다는 여러 가지를 드실 수 있게 사다 드려야겠다. 갱년기가 완전히 끝날 때는 엄마가 다시 예전 입맛으로 돌아 오셔서 아이스크림을 더 이상 입에 안대는 날이 올수도 있을 것이다.

그전에 맛있는 아이스크림 많이 드시고 갱년기 때문에 우울한 기분 하늘 높이 훨훨 다 날려 버리셨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에도 아이스크림 한통 사서 집에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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