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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내복을 권합니다
녹색수원을 실천하는 길
2012-09-26 13:10:32최종 업데이트 : 2012-09-26 13:10:32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다. 남편과 아이들의 속옷좀 사려고 시장에 갔더니 한곳에서 세일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코너 귀퉁이에서는 벌써 내복이 나와 있었다. 원래 의류는 한 계절 먼저 나오는것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추석도 안지났는데 내복을 보니 생소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내복이 반가운 이유는 오래전 첫 월급을 받았을때 부모님께 내복을 사 드렸던 기억 때문이다.
우리가 학교 졸업하고 취직하던 시절인 90년대만 하더라도 첫 월급을 타면 응당 부모님께 내복부터 사 드렸다. 돈을 따로 드릴지언정 부모님께 첫 월급을 받아서 사 드리는 내복의 의미는 무척 컸다.
내복이라는게 원래 겨울철을 따스하게 보내기 위해 입는 옷이므로 자식이 부모에게 겨울철 잘 나시라고 사드리는 의미도 맞아 떨어졌고, 당시만 해도 대학 졸업직전인 전해 11월, 12월에 취직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우연히 첫월급 탈때가 겨울철과 맞아서 내복이 제격이기도 했다.

내복 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빨간 색, 빨간 내복이다. 왜 그랬을까.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염색 기술의 부족때문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 나일론이 처음 들어왔을때가 50년대 후반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섬유 직조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나일론에 한정된 색소로 제대로 된 색을 입힌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나마 빨간색 염료가 나일론과 궁합이 잘 맞았다고 한다. 또한 그때만 해도 보는 사람, 입는 사람 모두 따뜻함을 느끼는 색으로도 빨간색이 그만이었다는 것이다.

올 겨울, 내복을 권합니다_1
올 겨울, 내복을 권합니다_1

세일코너 옆에는 쭉쭉빵빵 마네킹이 몸매가 다 드러나도록 꼭 맞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게 바로 내복이었다.  얇은 천이 탄력 있게 상체를 감싸고 있었다. 입으면 제법 따뜻할 것 같았다.
무슨 기능성 속옷인가 싶어 물어보았다.
"내복인가봐요? 몸에 딱 붙어 있으니까 따뜻하기는 할거 같으네"
"맞아요. 몸매도 살려주고 맵시도 나게 하거든요. 요즘은 에너지 절약이라고 해서 한겨울에도 난방 자제하잖아요. 이런 기능성 내복 장만해 두시면 겨울철 따스하게 보내실수 있어요"
의류점 직원의 제법 일리 있는 안내였다. 

캐나다 같은 선진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석유도 나오고 부존자원이 풍부한데도 한겨울에 집 안에서 '후~우'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나도록 에너지를 덜 쓴다고 한다. 그러니 실내지만 당연히 추울 것이고,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옷을 따뜻 하게 입고 지낸다는 것이다. 그 나라에 내복이라는게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석유 한방울도 안 나는 나라에서 한겨울에 아파트 안에서 반바지 입고 산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반팔 차림으로 나와서 방송한다. 
직원으로부터 옷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내복이라는 말을 다시금 떠올려 보니 왠지 그 어감이 어딘지 답답한데다 약간 촌스럽기까지 하고,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요즘 젊은층들이 더욱 내복을 기피하는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내가 오래전에 첫 월급을 타서 부모님께 선물하려고 샀던 내복보다는 세련되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내복이란 말이 주는 선입견을 버리고 천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내복에 관심을 보이자 직원이 적극적으로 권했다.
"아가씨들도 이런 내복은 입어요. 그런데 사모님은 맵시가 있어 보이니까 잘 어울리실거예요. 속에는 전혀 티 안나거든요. 그냥 메리야스 입은듯 하니까요. 옛날 엄마들이 입던 두꺼운 내복은 젊은 사람들 입기 좀 거추장스럽지만." 

내가 내복을 입는다고 해서 나이 든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나이 든 중년의 주부가 그런것을 피할 이유도 없었고.
나도 내복을 언제 입었던가 생각해 보았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는 안 입었으니 참 오래되었다. 대학때부터 멋 부린다고 입지 않았던 것 같은데 대학에 가보니 도시에서 학교 다닌 아이들은 이미 중고등학교때도 안입었다 했다.  간혹 내복을 입는 사람들을 보면, 저 나이에 무슨 내복을, 하고 좀 둔한 사람처럼 생각하기까지 했던것 같다.

"사모님, 한번 입어 보세요. 이건 색깔도 괜찮은데."
 결국 나는 직원의 권유에 의해 내복을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 입어 보니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것이 착용감도 좋고 따뜻했다. 제법 맵시도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내복을 입는게 어떠냐고 하자 남편은 그러마 했지만 아이들은 고개를 흔든다.
"너희들, 그러다 얼어죽어도 몰라. 겨울에 난방 많이 안할거니까"
아이들에게 은근히 협박을 했는데 결과는 한겨울이 돼 봐야 알것같다.

경기가 나빠서 더 추울 올 겨울에 내복이 할 역할을 생각하니 미리부터 마음이 든든해진다. 서민들에게는 거의 100만원까지 하는 값비싼 외투보다 2만원짜리 내복이 제값을 할 것이다. 
올겨울도 이런 내복 하나 장만해 놓고 에너지 절약과 난방비도 아낌은 물론, 녹색수원을 이루는데 동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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