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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의 인사
2012-09-27 12:17:02최종 업데이트 : 2012-09-27 12:17:02 작성자 : 시민기자   유병희

엘리베이터에서의 인사_1
엘리베이터에서의 인사_1

밖에 나갔다 돌아오던 길에 서둘러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집에 친구가 와서 기다리고 있길래 마음이 급해서 엘리베이터 안에 누가 있는지 별 관심없이 올라 타기에 바빴는데 옆에서 누군가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얼떨결에 "아, 네"하고 보니까 뽀얀 얼굴에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 꼬마아이가 아닌가.  순간 앗차 싶었다. 아들뻘 되는 어린아이한테 인사를 받고서는 내가 약간 성의 없이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인사를 받는듯 해서...
대충 답례한 내가 너무나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과, 어린아이들도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데 가정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나는 그저 바쁘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았으니.

물론 평소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늘 누구에게나 "안녕하세요"라며 지내왔던터였다. 
어쨌든 사태 수습을 위해 "으응 그래. 너 참 똑똑해 뵈는구나. 얼굴도 잘생겼네"라며 얼른 수정 답례를 했다.  똑똑하고 잘생겼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이 꼬마 신사 얼굴이 더 밝아졌다.

고층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우리 삶의 조그만 한 부분을 차지하는 매개체이다. 그저 만들어져 있으니까 누구나 타고 다니는 승강기려니 한다면 오늘 이 어린 신사의 살가운 인사를 주고 받을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아이는 가정교육이 아주 제대로 된 친구다. 

이동수단 말고도 이웃과 이웃을 연결해 주는 고리, 나 말고도 같이 사는 공동체의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장소, 누군가 만나서 2,3분 남짓 이야기를 나누며 마을 돌아가는 소식을 교환하는 정보의 공간이며 우유와 신문 돌리는 아줌마에게는 1,2평짜리 절대적인 운송수단이기도 하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라 조금씩은 안면이 있다. 자주 대면하는 사람들끼리는 인사도 하고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웃에 사는 한 중학생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언제나 깍듯하게 인사를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 주민인데도 무표정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일부러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또 출입구에서 뒤에 사람이 오고 있는데도 기다려주지 않고 닫힘 버튼을 눌러 서둘러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닫힘 버튼을 습관적으로 눌러 다른 사람이 내리기가 무섭게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어쩌다 낯선 남녀가 단 둘만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면 참으로 서먹해서 둘 다 시선처리 하기가 어색한 공간이 된다.
보통은 엘리베이터 문 앞에 여자가 서서 문이 열리면 바로 나갈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고 번호가 착착 바뀌는 것에 시선을 굳힌다. 남자는 엉뚱하게 천정을 보거나 옆에 붙어 있는 손잡이를 잡거나 모서리 같은 곳을 보기 예사다.

그러나 그 반대도 있다. 그 처음 만나는 사람이지만 우리동네 사람일거라는 추측만으로 밝에 웃으며 "안녕하세요"하는 사람.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그 밝고 반가운 인사 한마디에 출근길이 상쾌해지고 퇴근 길 또한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설사 우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어쨌거나 우리 아파트에 왔으니 최소한 손님 아닌가. 그 손님과 반갑게 목례를 나누며"안녕하세요"해보자. 
반평도 안되는 좁은 공간에서 인사 한마디 주고 받으면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사람의 향기가 넘치는 곳이 된다. 

공동주택에서 단절된 주민들끼리 잠시라도 얼굴을 마주 대하는 유일한 공간. 어쩌면 엘리베이터가 너무나 고마운 존재일지 모른다.
그 이웃과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인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색하게 외면하는 것보다 이웃끼리 부드럽고 정답게 인사를 나누는 여유를 가지면 우리 이웃, 우리 마을, 우리 사회 모두가 더 따뜻해지고 웃음꽃의 향기가 얼마나 화사하게 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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