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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익는 가을 앞에 서다
2012-09-27 14:10:13최종 업데이트 : 2012-09-27 14:10:13 작성자 : 시민기자   한상현

오늘 시골에 귀농하여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의 집을 방문하였다. 
수확의 계절이 시작되어서 일손도 돕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자는 제안으로 내려가 본 친구의 집에는 벌써 수확의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가득차 보였다. 
친구에게 귀농의 생활과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막걸리 한잔을 했다. 여유롭게 지내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나도 귀농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집안을 둘러보고 산책할 겸 근처 뒷산이 있길래 걸어 올라가 보았다. 소나무와 은행나무 등 여러 나무들이 눈에 보이는데 한쪽에 유난히 울창한 나무 한그루가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도토리 나무였다. 혹시 상수리가 아닌가 싶어 자세히 보았는데 도토리 나무였다. 참 오랜만에 보는 도토리나무라서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어렸을 적 우리 어머님은 도토리를 무척이나 좋아하셨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토리로 만든 묵을 정말 좋아하셨던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산에 가서 도토리를 한가득 주워왔었는데 그러면 어머니는 좋아하시면서 잘 말려 두었다가 묵을 만들어 주셨었다. 

그때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도토리 묵은 지금 사먹는 묵 맛과 다르다. 색깔도 진한 갈색이며 맛도 엄청 쌉싸름하다. 그래서 어린 나의 입맛에는 맛있는 묵이 아니라 떨떠름하고 쓴 맛없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좋아하니 어린 마음에 칭찬 받으려고 열심히 주워왔던 것이다. 

나도 점점 커가면서 그 진짜 도토리 묵 맛에 길들여지고 맛을 알아가며 쌉싸름한 묵을 어머니와 함께 좋아하게 되었다. 요즘 사먹는 묵은 영 옛날 맛이 안나서 잘 안먹게 되는데 내 앞에 보이는 이 도토리 나무를 보니 다시 옛 도토리 묵 맛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도토리를 주워가도 되느냐고 물어보니 좋다고 했다. 어차피 주워가는 사람도 없고 청설모 밥이나 되는 도토리니 주울 수 있을 만큼 많이 주워가란다. 그 말이 떨어지지가 무섭게 팔을 걷어 부치고 도토리를 줍기 시작했다. 

도토리 익는 가을 앞에 서다_1
우리집 베란다에서 말리고 있는 도토리

도토리를 주워 담다보니 옛 추억과 더불어 여러 속담들과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그 중 '마음이 맞으면 도토리 한 알을 가지고도 시장을 멈춘다'라는 속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이는 아무리 가난하여도 서로 마음이 맞으면 모든 역경을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인데 여기서 도토리는 아주 조그마한 것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또 '개밥에 도토리'라는 속담은 따로 떨어져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이르며, '도토리 키재기'라는 속담은 하잘것없는 재주를 가지고 서로 낫다고 다투는 것을 비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에게는 도토리로 비유되고 도토리의 특징으로 유래된 말들이 많다. 도토리가 우리 삶에 가까이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옛날 생각도 하고 속담을 떠오르기도 하며 줍다보니 어느새 바가지 한가득이다. 허리가 않 좋은 나라서 더 이상 줍지 못하고 친구의 집으로 다시 내려왔다. 도토리를 보니 정말 가을이 온 것 같고 도토리에서 나는 특유의 향을 맡으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집에 가지고 가서 아내와 함께 묵을 만들어 먹겠노라고 가방에 고이 넣었다. 
정말 내가 묵을 만들면 옛날 어머님이 만들어주시던 그 맛이 날지 기대가 된다. 옛날에는 먹을 것 없어 이 도토리가 구황작물로 이용되었으나 지금은 특별한 별식이 되었다. 
도토리 묵으로 만드는 여러 요리가 있지만 나는 꼭 전통적이 묵을 만들어 양념간장에 찍어 먹을 것이다. 그 쌉싸름하고 떨떠름한 맛이 기대된다.

한상현, 도토리, ,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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