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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스승, 폐지줍는 할아버지
2012-10-18 13:27:25최종 업데이트 : 2012-10-18 13:27:25 작성자 : 시민기자   김대환

우연인지... 내가 관심이 많아 내 눈에 유난히 더 많이 눈에 띄이는건지.
우리 수원에는 리어카를 끌며 다니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참 많이 본다. 어딜 가나 리어카를 끌고 다니시는 분들이 눈에 띈다. 할머니 혼자, 혹은 할아버지 혼자.
그나마 마음을 좀 덜 안쓰럽게 하는 경우가 바로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분이 함께 작업하면서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모습이다.

이분들의 작업이랄게 따로 없다. 거의 대부분 종이 박스와 골판지 같은 폐지를 줍는 일이다. 아마도 쇠붙이같은 것은 구하기도 어렵고 처리도 쉽지 않아서 못하시는듯 하다.

며칠전 퇴근길에 그 할아버지를 또 만났다. 조그만 손수레를 끌고 종이를 사 주는 곳으로 가는 중이었던 할아버지. 손수레에는 여러 가지 박스와 신문, 그리고 음료수 병들이 조금 실려 있었다. 
언제부턴가 자주 뵙게 돼서 이미 서로 인사하며 지내는 할아버지. 그걸로 생계를 유지하느라 얼마나 힘드실까. 
연세를 여쭈었더니 올해로 76세라 하셨다.  할아버지가 하는 일인 이 고물 수집을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몸을 이끌고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신다 했다.  폐지, 빈병, 박스류 등을 수집하여 조그만 수레에 실어 나른다. 

"할아버지, 오늘은 얼마나 버실것 같아요?"
"오늘? 션찮어 오늘은... 별루 없네"하시며 풀썩 웃으시는 모습이 왠지 피곤해 보이신다. 하루종일 피땀 흘려 일한 수입은 하루 보통 4000원 내지 5000원 정도라고 하신다. 그걸로 쌀도 사고 김치도 담고 하기엔 부족하실텐데...

하루종일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지 신발이 새까맣다. 옷도 좀 남루 하고... 며칠전에는 골목길 한 귀퉁이에 손수레를 세워둔채 그 옆에 담벼락 아래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았다. 얼마나 피곤하셨으면... 그리고 옆으로 쓰러질 것 같아서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아직은 날씨가 매섭지 않고, 그동안은 한여르을 거쳐 오면서 정말 피곤하면 그늘 아래 어디서건 몸을 뉘고 쉴수 있었을테지만 이제는 앞으로 날씨가 춥고 눈보라가 치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한 번은 퇴근길에 나와 마주쳤는데 할아버지는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누가 주었다면서 손수레에서 캬라멜 봉지를 꺼내는 것이었다. 맛있으니 먹으라면서 몇 개를 쥐어 주기에 난 괜찮다고 말하며 할아버지 심심하실 때 드시라고 하였다. 

솔직히 고물과 폐지 가운데 캐러멜 봉지가 있어서 별로 청결해 보이지 않아서 그랬다. 할아버지도 서운해 하면서 봉지를 도로 넣었다. 
하지만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너무나 야박했다는 후회가 든다. '동냥은 안 주고 쪽박만 깬다'는 말이 있듯 나는 그후 왼종일 후회와 반성이 일었다. 나의 소심함과 야박함 때문에 할아버지가 입은 자존심의 상처는 얼마나 컸을까...

며칠전에는 할아버지의 수레를 밀어드리며 오르막길도 함께 올랐다. 할아버지는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그다지 멀지 않은 길을 할아버지와 함께 걸으면서도 길에서 폐지 줍는 다른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두분이나 더 지나쳤다. 익히 듣긴 했지만, 다시 한 번 폐지 줍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 요즘 들어 더욱 많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 할아버지가 "아이고, 많이 하셨네~" 하며 인사를 건네고 지나가셨다. 밤늦게까지 돌아다니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아침 여덟 시에 나오셔서 여섯시 쯤 집에 돌아가신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사는게 너무 걱정이야. 집에만 있으면 뭐 해.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서 나오는 사람도 많어. 나야 밥 안굶을라고 나오는거지만"

할아버지는 푸념처럼 한마디 하셨다.
"요 근방에 나 잘 아는 사람 많아. 내가 맨날 같은 데 있다 보니까 기다렸다가 옷이나 먹을거 챙겨주는 사람들도 많고. 식당이나 가게에서 폐지 챙겨주는데... 내가 고마워서 이렇게 해줘도 되느냐고 그래도 자꾸 줘"
정말 다행히도 아직 이웃의 온정은 남아있나 보다. 처음에 마냥 안쓰러운 시선으로만 접근했던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할아버지에게 내미는 작지만 따뜻한 손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스승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의 큰 잘못도 깨닫고 때로는 많은 반성도 하게된다. 나도 할아버지 덕분에 어설픈 편견과 이기주의, 그리고 야박한 마음을 고칠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인생을 한참 더 배워야 하는 내게 큰 스승이시다. 할아버지가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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