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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들이 칼날에 베이지 않게 합시다
2012-09-22 00:38:12최종 업데이트 : 2012-09-22 00:38:12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계모임을 같이 하는 지인을 만났더니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뭐하다 다쳤냐고 물었더니 그냥 피식 웃으며 "하는 일이 그렇잖아"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문득 생각해 보니 그분의 직업이 환경미화원이셨다.

혹시나 하여 재차 "또 베신거예요?"라 묻자 그렇다며 풀썩 웃었다. 내가 "또"라는 표현을 써서 물은 이유는 이 분은 두달전쯤에도 같은 이유로 손가락을 다쳐서 붕대로 싸매고 계셨건걸 본적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쓰레기 봉지를 들어서 차에 던져 넣어야 하는 직업. 그러나 어떨때는 장갑 안끼고 쓰레기 봉지를 잡는 순간 그 안에 들어있던 예리한 커터 칼날에 그대로 베어 손가락을 다치는 것이다.

이게 그냥 보통 사람들이 칼날로 베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우선은 묵직한 쓰레기봉투를 집어 차 안에 던져야 하니 당연히 많은 힘을 주어서 꽉 쥐기 때문에 그 순간 칼날에 손가락이 닿으면 깊이 베인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환경이 좀 깨끗한 집안에서 종이를 자르거나 주방 일을 하다가 다치는것과 달리, 온갖 부패한 쓰레기 더미를 만지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베이다 보니 그 상처 속으로 어떤 악성 세균이 침투하기 때문에 서둘러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자칫 큰 병을 얻을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 가족들은 항상 노심초사라 한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이렇게 힘든 일을 겪는 분들이 계신 것이다.
출퇴근길에 자주 보는 분들은 환경미화원이다. 이분들은 하루에 수차례씩 거리를 돌며 쓰레기를 치워보지만 슬그머니 쓰레기를 길거리에 내버리는 비양심 때문에 거리는 다시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환경미화원들이 칼날에 베이지 않게 합시다_1
환경미화원들이 칼날에 베이지 않게 합시다_1

한번은 가로수 보호 철판 사이에 박힌 자잘한 담배꽁초와 휴짓조각을 빼내려고 열심히 땀흘리며 빗자루질을 반복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께 "담배꽁초 치우기 어렵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그분은 이마의 깊은 주름이 생생히 드러나게 웃으셨다. 
그 표정 속에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이젠 만성이 돼서 그런 생각도 안 든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듯 했다.

그러면서 "담배꽁초라도 버려야 우리도 먹고 살지요!"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한편으로는 뜨끔해서 내 얼굴이 후끈 달아 올랐고, 또 한편으로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버리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들의 그런 질문 정도는 아예 하나마나라는 뜻인듯도 보였다.
그분은 말을 이었다.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나서 내가 서 있는 앞에다 대고 휙 꽁초를 버리기도 해요. 한마디 해주고 싶을 때가 많은데 되려 당할까봐 그냥 참고 말아요. 어린애들이 환경미화원이라고 대들면 봉변 당하잖아요. 아이들과 싸울수도 없고..."라고 하소연했다.

학생들이 그 분앞에 담배꽁초를 버린다는 말에는 어처구니가 없었고 혀를 찰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버르장머리없기로서니 아버지같은 분 앞에 그럴수 있을까.
그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깨끗이 쓸어놓은 곳에 누군가 담배꽁초를 또 버려놨다. 미화원 아저씨는 "이것 봐요. 치워놓고 잠깐 눈 돌렸다가 다시 보면 또 버려져 있다니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분들은 그저 웃는게 보약인듯 했다. 

"자기가 사용한 쓰레기를 굳이 길바닥에 버리는 이유를 알수가 없어요. 그냥 버리는게 그냥 밥먹듯이 버릇이 됐나봐요. 길에 버리면 안된다는걸 아예 모르는것 같아요"라시며 "바로 앞에서 쓰레기를 버릴 때는 정말 기분이 상한다"며 결국엔 속내를 말씀하셨다.

도로 배수구 덮개 위에는 행인들의 발에 치여 한쪽으로 쏠린 아이스크림 포장지와 나이트클럽 전단, 커피 종이컵, 담뱃갑, 생수병 등이 수북히 떨어져 있다. 특히나 휴일 다음날이면 골목마다 함부로 내다버린 쓰레기봉투가 쌓여 그걸 다 치우느라 고되다고 한다. 그 때문에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은 휴일 다음날이 가장 싫다고 하신다.

기초생활질서는 선진국의 지표이며 그 사회 신뢰의 척도라고 한다. 이미 우리는 시민의식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부터 도덕 교육을 무수히 해왔다. 이제 남은건 우리들의 생각과 의식이다.  
나 말고 한번쯤 고개 돌려 그 '옆'도 보며 사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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