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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 다신 안만들어 먹을래요
2012-09-26 09:43:11최종 업데이트 : 2012-09-26 09:43:11 작성자 : 시민기자   최희연

이제 다음주면 기온이 10도 이상 내려 간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듣고서 막바지 여름 별미 음식을 먹기로 했다. 많고 많은 메뉴들중에 어른이나 아이 입맛에 다 맞는 메뉴를 골랐는데 최종적으로 나온것이 맑은 콩물의 콩국수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중국집이나 냉면집에서 콩국수를 파는곳은 많았다. 다음달 중순까지는 무리없이 팔겠다는 가게 사장님의 말씀에 아직은 여름 별미 음식을 언제든 먹을수 있을것 같지만 이번에는 사먹는 것 대신에 만들어 먹기로 했다. 

곧잘 사먹긴 했는데 만들어 먹는건 처음이었다.콩국수가 맛있긴 하지만 만들어 먹기에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콩을 오랫동안 불리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만큼 먹고싶다고 해서 바로 먹을수 있는 음식이 아니고 철저히 계획되어 만들어지는 음식이다. 그래서 전날에 노란콩을 깨끗하게 손질하고 나서 물에 불려 뒀다. 

미리 불려 둔 콩을 적당한 시간동안 삶는 일은 아직 음식 만들기에 서툰 내가 할 일은 아니어서 옆에서 멀뚱거리며 지켜 보기만 했다. 
삶은 콩을 믹서기에 갈려고 하는데 믹서기를 이웃집에서 빌려 온 터라 작동 방법을 한참동안 헤매다가 겨우 갈았는데 국자로 적당량 담아서 갈은 콩을 다시 그릇에 담고, 다시 국자로 콩을 담는 일을 열 번정도 반복한 것 같았다. 

열 번째 믹서기 버튼을 누르는데 맥이 다 풀렸다. 이럴바에야 그냥 슈퍼에서 콩국수 전용 물을 사도 되고, 집앞에 중국집에서 시켜 먹으면 편리했을텐데 말 그대로 사서 고생을 했다. 그렇다고 콩국수를 적게 할 수 없었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인원이 성인 5명 어린이 4명이어서 만드는 양을 적게 할 수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콩국수 다신 안만들어 먹을래요_1
콩국수 다신 안만들어 먹을래요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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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 다신 안만들어 먹을래요_2
콩국수 다신 안만들어 먹을래요_2

믹서기로 곱게 갈은 콩을 천자루에 담아서 맑은 콩물을 빼냈다. 처음에는 천자루에 힘을 주지 않아도 콩물이 쉽게 빠져 나오더니 나중에 가서는 손으로 쥐어 짜서 마지막 한방울의 콩물까지 모두 빼냈다. 
일반적인 저녁 식사 준비는 1시간 반에서 2시간 사이면 적당한데 콩을 삶고 믹서기에 간 뒤에 천자루에 담아 물을 빼는 시간만 해도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런 정성이 가득 들은 음식을 여러 사람들과 모여서 나눠 먹는것이 기쁜 일이지만 또 다시 콩국수를 대접하는 일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대접을 하더라도 바깥 음식을 시키는걸로 대체 하는것이 좋을 것같다. 아니면 만들어 먹더라도 두세명이 먹을수 있는 양은 가능 할것같지만, 6명이 넘는 사람 먹을때는 무조건 콩국수 전문집을 가야겠다. 

천자루에서 뽀얀 콩물이 나오고 면을 바로 삶아내서 소금으로 간을 맞춘뒤에 얼음을 띄울려고 했는데, 냉동실에 얼려 놓은 얼음이 없어서 슈퍼에 가서 사와야만 했다. 콩국수에 올려 놓은 고명으로 오이도 없어서 사와야했다. 이것저것 준비할것도 많은 콩국수를 다 만든 뒤에도 국수가 코로 들어 갔는지 입으로 들어 갔는지 생각이 안난다. 먹는 사람이 많으니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 

왠지 호되게 시집살이를 하는 기분이랄까. 먹고 나서 나오는 설거지는 왜 이리도 많은지, 믹서기를 분해 해서 씻고, 콩물을 짜낸 천 자루와 대야도 씻는등 대대적인 설거지를 한시간동안 했다. 

이번 기회에 콩국수 만드는 과정을 완전히 내 머릿속에 집어 넣었다. 다음번에 만들어 먹는다면 이번 보단 수월하겠지만 다음에도 엄마가 콩국수를 해먹자고 제안 하면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대거나, 사 먹자고 설득을 해야 겠다. 
그리고 만약에 결혼을 해서 콩국수를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서, 주말마다 수제 콩국수를 해달라고 부탁하면 몸살에 걸린척 꾀병을 부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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