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소심한 아줌마의 복권방 탐험기
2012-09-26 12:12:02최종 업데이트 : 2012-09-26 12:12:02 작성자 : 시민기자   이선화
퇴근길에 목이 말라 음료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이 있는 곳을 찾았다. 마침 버스 정류장 앞에 편의점이 있길래 들렀더니 두사람이 로또 복권을 사는게 보였다. 별 생각없이 음료수를 사다가 '저거 당첨 확률이 사막에서 바늘찾기 수준이라는데, 그래도 저분들은 막연하게나마 당첨의 꿈을 꾸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은근히 부러웠다.

그분들이 부러운 이유는 나는 복권을 사면서 맘 편히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하는 식의 느긋한 여유와 평정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이거 사면 당첨이 될까 안될까?'하는 식의 상상과 기대감, 조마조마 하는 마음 때문에 1주일 내내 그 복권 발표날만 기다릴 정도로 마음이 느긋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부분은 그래도 여유가 있는데 이렇게 뭔가 결정이 필요한 그 무엇에는 유난히 집착하는 성격이다. 입사시험 치러놓고 발표날 까지 잠 한숨 제대로 못자는 사람처럼.
다행히 남편은 그런 나의 성격과 달리 상당히 느긋하다. 만약 나와 똑같은 성격이었다면 부부생활하기 무척 힘들었겠지만...

소심한 아줌마의 복권방 탐험기_1
소심한 아줌마의 복권방 탐험기_1
하여튼 그 사람들을 부러워 하면서 편의점 밖으로 나와 조금 걷는데 '복권 판매'라는 간판이 붙은 복권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게 보였다.
창문 사이로 쓱 보니까 펜으로 뭘 열심히 적는 사람(로또의 경우 숫자를 기입하는 식으로 복권에 체크하는 중), 복권을 사는 사람(종류가 많으므로 로또 말고도 토토복권, 스포츠 복권, 경마 복권등), 다 체크를 끝내고 그 복권표를 안주머니에 넣으면서 밖으로 나오는 사람 등 여러 부류가 눈에 띄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도 한번 질러봐?'하는 마음이었다. 이 소심한 아줌마가  질러봤자 5000원짜리 정도이겠지만 은근히 그 복권이라는게 마음을 잡아 끌었다. 결국 나도 복권집으로 들어갔다. 
초기에 로또 한두번 해본것 말고는 복권을 사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사야 하는지 어떤게 있는지조차 모르는 복권이길래 쭈뼛쭈뼛하고 서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마치 밥상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이 숟갈과 젓가락을 들고 국 떠먹으면서 너무나 익숙하게 식사를 시작하듯 돈 내고 복권 사고 체크라고 건네면서 복권표 받아들고 사라졌다. 이분들은 정말 복권방 단골인듯 했다.

나도 한 장 사 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결국 나는 복권을 구입하지 못했다. 일단 당첨 안될게 뻔하다는 지포자기(?) 마음에다가, 나같은 아줌마까지 로또를 사면 그땐 정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복권에 빠져드는 꼴이 될거라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게 생겼다. 웃기는 사명감이지만.

"손님, 복권 살거예요? 말거예요?"
복권방도 구경하고, 사람들도 보고, 어떤 복권이 있는지 벽면에 붙은 선전지도 보면서 한동안 어슬렁거리는데 복권방 사장님의 말에 흠칫 놀라며 결국 나는 빈손으로 나왔다. 
그리고 길을 걸으면서 잠시나마 복권집에서 본 풍경이 떠올랐다.

적게는 2, 3만원 그리고 5만원 정도도 있었지만 10만원 이상 구매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분들은 과연 10만원어치, 또는 20만원어치씩 사면서 어느정도나 벌까?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매주 그렇게 사면 그 돈도 클텐데...
그리고 정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이분들의 행색을 기억해 보니 솔직히 차림새가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서민들이 한번의 역전을 노리고 그러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억측을 해보자면 빚에 쪼들리면서 그거 한번에 갚아 보려는 마음에서까지.

과거에 복권은 로마시대에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로마 복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했고, 폭군 네로도 로마 건설 자금 조달이라는 명목으로 복권을 발행했다는걸로 아는데 이게 오늘날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로또로까지 이어졌다니. 
역시 도박은(복권이 도박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사행심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역사가 얼마나 장구한지를 말해 주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복권은 손쉽게 세금을 거둬들이는 수단이기는 하다. 그래서 일부 비판자들은 복권이 많을수록 정부를 비난하지만 정부부처에서는 각종 사업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사업을 한다. 
그러다 보니 복권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당첨금 또한 천문학적인 액수가 되면서 바야흐로 복권열풍이 불고 있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복권 얘기를 빼놓고는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이다. 술판의 최고 안줏거리가 됐고 복권계까지 등장했다. 거리엔 우후죽순처럼 복권방이 들어서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위의 눈치가 두렵다면 인터넷 복권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가판대에서 줄을 서거나 복권을 달라고 말할 필요조차 없다. 

복권을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심심풀이로 또는 건전한 오락으로. 하지만 그 이면에 대박의 허황된 꿈을 노리고 사는 사람들이 정말 적잖은게 문제다. 
경마장에서는 지나치게 열중한 나머지 가산 탕진하고 완전 황폐화된 사람들도 많다. 복권은 도박과 마찬가지로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언젠가 미국에서 복권 당첨자를 추적 조사해 보니 당첨자의 대부분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으며, 이혼율이 특히 높았다는 것이다. 5년 안에 당첨금을 모두 탕진했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 수원 시민들이 인생역전도 좋지만 복권에 승부를 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