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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그리고 여행을 통한 가족애 확인
2012-09-21 11:17:34최종 업데이트 : 2012-09-21 11:17:34 작성자 : 시민기자   이학섭

아이들이 어제 저녁에는 두세 시간 동안 컴퓨터를 켜고 여기저기 검색해 보고, 묻고, 확인하고 정신없이 난리를 쳤다. 이유는 다다음주 추석 지난 뒤에 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내가 워낙 바빴고, 아내도 졸지에 회사 일에, 친정에 어려운 일까지 겹쳐 이런저런 일로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변변한 여행 한번 못했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우리 부부도 날마다 일에만 쫓겨 사는 게 너무 재미가 없어서 둘이 어떻게든 머리를 짜내어 만든 시간이 다다음주 국경일이 낀 연휴에 떠나기로 한 것이다.

2박3일 코스. 아이들더러 장소는 해외와 제주도를 뺀 어디든지 가능하다 했더니 머나먼 울릉도까지 찾아보는 열의를 보였다. 아들놈은 재작년에 인천 쪽에 가서 바다낚시를 했던 기억을 되살려 낚시까지 할 태세고, 딸아이는 허브농원에 갔던 기억이 좋았는지 조용한 숲속 여행지를 찾았다.  아직 결론 난건 없지만 아이들은 어쨌거나 수일 내에 제 부모도 만족할만한 여행지를 찾아 낼 것이다. 

추석 그리고 여행을 통한 가족애 확인_1
추석 그리고 여행을 통한 가족애 확인_1

여행 자체도 좋지만, 아이들 스스로 그렇게 정보를 뒤지고, 스스로 확인하고, 내용도 알아보며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도 지며, 결정 내용이 알차지 못했을 경우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도 할 것이다. 무엇이든 결과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도 참 중요할 듯하다.

우리 가족에게 여행은 참 소중한 삶의 원동력이다. 수원시내 가까운 화성을 가든, 온 가족이 김밥 싸 들고 가까운 광교산에 가는 것도 우리는 여행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한다. 그렇게 다니는 여행은 항상 머릿속에, 디카(디지털카메라)에, 스마트폰에 추억으로 기록이 되고, 아이들은 일기도 쓰며 친구에게 여행의 기쁨과 느낌을 문자메시지로 보내기도 한다.

자신들이 찍은 화성 사진은 제 사촌 형제들에게도 많이 보내줬다. 정조대왕님 자랑까지 곁들여 역사를 배우는 주변 친척 형제들에게 우리아이의 화성 자랑은 유별나다. 정조대왕님 덕분에 아이는 늘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세계문화유산이라며. 또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은 데이터로 남겨 컴퓨터에 차곡차곡 쌓여져 있다. 그러고 보면 추억이 없는 삶은 참으로 허전할 듯하다.

과거, 비록 물질적으로는 궁핍했어도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힘의 원동력이 된 대자연과 호흡했던 기성세대들은 행복했다. 들판을 철없이 뛰놀며 시냇가에서 은빛 붕어도 잡고 옷을 찢어가며 뽕나무 가지 휘어잡아 달콤한 오디를 따먹으며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가을에는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를 따 먹고, 산으로 알밤을 주우러 다녔으며, 엄마와 함께 콩 타작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문만 닫으면 차단된 콘크리트 숲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날마다 소음의 홍수에 시달리며 차량 사이를 곡예를 하듯 학교 학원으로 다니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밤이 되어도 하늘의 별과 광활한 우주의 신비를 교감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 습관처럼 켜는 TV와 컴퓨터에 관심이 많다.

잠깐이라도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상상의 날개를 펼 틈이 없으니 심신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청소년 문제도 모두가 시멘트 문화공간의 삭막함과 인간관계의 애정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어릴 때 가족 친구와의 정서적 생활과 즐거운 기억이 많은 아이들은 빗나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가정은 오아시스이며 공기와 같다. 중요한 우리 삶의 최소단위 공동체인 가족 윤리가 허물어지면 사회의 윤리규범도 따라서 무너지므로 개인의 사생활이나 권익을 중시하는 권위주의보다 서로 인격을 존중하는 새로운 가치창조가 필요하다. 

이혼과 별거가 잦은 프랑스에서는 일정기간 아이와 함께 휴가를 보내는 것을 제도화하고 있다고 한다. 자녀와 함께 있는 동안 서로 이해하며 진실한 사랑과 신뢰감을 쌓으라는 뜻에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부모의 직장 일과, 학원에 쫓겨 다니는 아이들의 공부 때문에 가정이 하숙집처럼 된 상황에서 각자 복잡한 생활로 한곳에 모일 기회가 거의 드물다. 그러니 대화가 부족하고, 최후의 안식처인 가정 안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으며 자유롭게 편안한 꿈을 꾸기 어려운 것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는 데는 1억8000만 겁(1겁은 1000년마다 날아온 학이 날개로 쓸어내린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기까지 걸리는 긴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사람의 존귀함을 은유적으로 말하는 것인데 그런 귀한 존재를 우리 스스로 너무 일과 공부에만 몰아치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연휴동안에 가족 간에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한다. 보충수업, 학원과외 등 아이들을 공부 일변도의 좁은 틀에다 무조건 가두지 말고 며칠이라도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부대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래를 살아가는데 이런 시간이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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