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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시골 고향땅에 무엇이 있기에
추석 명절과 가족
2012-09-25 07:36:34최종 업데이트 : 2012-09-25 07:36:3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희

추석이 1주일도 안 남았다. 해마다 추석이나 설만 되면 뉴스에서는 명절날 귀성객이 3천500만명이네 어쩌네 하면서 우리 민족의 대이동을 실감나게 보도해 주곤 한다. 
나도 명절날 시댁에 들렀다가 친정에 갈 계획인데 차나 좀 덜 막혔으면 좋겠지만, 설사 차가 막힌다 하더라도 친정 가는 길이 짜증 나는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나라 인구의 70% 이상이 지옥같은 교통체증을 무릅쓰고 고향으로 고향으로 내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골 고향땅에 무엇이 있기에 그 많은 귀성인파들을 체증의 고통속에서도 웃는 얼굴로 제발로 모여들게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 고향엔 '가족'이 있기 때문 아닐까.

한달쯤 전에 중학교 다니는 아이가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수필을 써 오라는 국어 숙제를 받아 온 적이 있다.
아이는 숙제를 받아 들고 와서 낑낑대다가 날더러 도운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가족이 뭔지를 모르는바는 아니지만 막상 그걸 글로 쓰려니 어려웠을 것이고, 또한 수필이라는 작업이 더더욱 난감했던 모양이다.
"숙제를 네 힘으로 해야지, 엄마더러 해 달라면 어쩌니?"하자 아이는 "다 해 달라는건 아니고요. 수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좀 가르쳐 주세요"

아이에게 수필이라는게 좀 어려운 과제였을까? 아니면 맨날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게임에만 익숙한 요즘 아이들이 다 그런걸까. 
그런 아이들이 못마땅했지만 어쨌거나 수필이라는 글 자체에 대한 두려움 혹은 막연한 어려움 같은게 있을것 같아 아이더러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가족이 어떤건지 너의 느낌과 생각을 편하게 써봐"라며 글 쓰는 요령을 대충 알려줬다.

"예를 들면 그런거야. 가족은 가장 소중한 피붙이인데 그 소중함을 느꼈던 일화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너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을, 가족은 정말 가족이기 때눈에 너에게 해준 어떤 고마움, 가족다움 그런걸 네 머릿속에서 꺼내서 글로 써봐. 평소에 일기 쓰듯이..."
그제서 아이는 대충 감을 잡은듯 제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그날, 언젠가 가족여행을 갔을때 행복했던 순간을 글로 옮겨 숙제를 마쳤다.

우리에게 정말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family).  내가 여고시절에 담임 선생님은 가족을 일컬어 Family라는 영어 단어를 가지고 이렇게 풀이해 주셨다.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아버지 어머니 저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라는 6단어 첫머리 글자인 F.A.M.I.L.Y를 떼다 맞춘 것이 Family란다" 
이게 맞는건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거나 가족이란 '자식이 부모님을 사랑하는 것'인 셈이다. 

도대체 시골 고향땅에 무엇이 있기에 _1
도대체 시골 고향땅에 무엇이 있기에 _1

추석 연휴, 송편을 나눠 먹으며 오손도손 이야기 할수 있는 비롯 짧은 만남이지만 고향으로 가는 자식들은 누구나 한가지 공통된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맘에 없는 거짓말을 얼마만큼 했던가를 떠올려 볼 것이다. 
과연 부모님은 말씀대로 아픈데 없이 건강하실까, 그리고 나는 엄마가 어떻게 지내느냐는 안부물음에 한치의 거짓도 없이 있는 그대로 대답해 드렸던가. 

우리는 늘 부모님께 건강하시냐고 여쭙지만 웬만해서 "나 아프다"고 하시는 부모님 안 계신다. 또한 "잘 지내냐"고 물으시는 부모에게 "저, 요즘 살기 힘들어 죽겠어요"라고 하는 자식도 없다. 모두 다 "염려 말어라. 늬덜이나 잘 살거라" 하시던지 "네, 잘 살고 있어요. 아이들도 공부 잘해요 엄마."라 고 하는게 인사다.

하지만 고향을 찾아온 자식을 살피는 부모의 눈빛은 겉다르고 속다르다 한다.
겉으론 반갑게 웃는 눈빛을 하셔도 속으로는 '야들이 도시에서 밥술이나 제대로 끓여 먹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감춘 채 수사관처럼 관찰해낸다. 
카드빚이나 은행대출로 힘겨운 살림을 내색않고 잘 지내는양 웃고 떠들며 큰소리 떵떵쳐도 부모님의 눈은 언뜻언뜻 자식의 얼굴에 드리우고 스쳐가는 그늘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비록 멀리 떨어져 내보낸 다 큰 자식이라도 내속으로 낳아 철들때까지 품안에서 키운 자식의 목소리, 눈빛의 숨은 속을 못 읽어내는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자식 형색만 보고도 살림형편 캐내는 데는 이력이 나있는 늙으신 부모님은 그걸 한눈에 알아보시는 노련한 본능이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부모와 형제 남매 가족들을 뵈올때는 거짓말 안해도 될만큼 진짜  넉넉한 살림이 되도록 항상  열심히들 살아보자. 고향에서 명절날 아들 딸 기다리시는 많은 아버님 어머님들도 "저희들 잘 살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진작부터 효도용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라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시도록...

친정의 엄마와 아버지도 자식들한테 "나 아픈데 없이 잘 있다"고 사랑의 거짓말을 하셨으니까. 엄마와 아버지는 하늘의 뜻에 따라 아프실수밖에 없는것도 우리의 숙명이지만. 그래도, 가족은 거짓말을 해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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