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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영어공부의 양극화 현상, 어찌할까요?
2012-09-25 10:15:43최종 업데이트 : 2012-09-25 10:15:43 작성자 : 시민기자   송경희

아이들이 어제부터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다. 증학교는 중학교대로 특목고나 외고 같은 곳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욕심에 아이들에게 더 많은 공부와 큰 기대를 하게 되고, 고등학교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정말 목숨 걸고 공부해야 하니 이 중간고사든 기말고사든 나름 긴장하고 신경 쓰이게 마련이다.

고등학생이야 굳이 말이 필요없지만, 요즘 고입시를 준비하는 중학생 아이들조차도 외고는 영어실력, 특목고나 국제고 역시 영어를 포함해 수학, 국어 같은 주요과목 내신점수로 사정을 하니 중학교 아이들도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을 게을리 할수 없는 것이다.

우리집 큰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 나 일기학원 다닐래."라고 말했다. 
일기학원? 웬 자다 말고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가. 일기학원이라는게 있는지조차 생소한데 초등학교 3학년 아이 입에서 스스로 학원다니겠다는 말 조차도 놀라웠다.
그 나이때쯤에는 부모들은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난리들이지만, 아이들은 어떻게든 학원이나 공부 같은건 피하고 싶고 뛰어 놀고 싶은 때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아이는 내게 "엄마는 몰라서 그래. 우리반 형구는 일기 잘 써서 선생님한테 칭찬 받았단 말야. 아빠도 도와주신대. 그런데 우리 아빠는 내 일기같은건 신경도 안쓰잖아. 나 일기학원 보내줘 이~잉" 
일기도 공부인지라 기특하기는 했지만 일기 학원을 보낼수는 없는 것이어서 그때는 그냥 웃고 말았다. 

그 아이가 자라서 지금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1학년때 성적표를 본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영어점수가 92점이고 영어과목의 학년평균은 86점. 그런데 학년석차는 340명 정도 되는데서 무려 112등이었다. 
점수는 평균보다 높은데 석차는 왜 평균보다 낮을까. 얼마후 그 이유를 알아차리고는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아이들 영어공부의 양극화 현상, 어찌할까요?_1
아이들 영어공부의 양극화 현상, 어찌할까요?_1

정상적인 학교교육에서라면 성적이 고루 분포돼야 하건만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90점과 100점 사이에 몰려있었던 것이다. 즉 아이들 영어 성적에도 엄청난 양극화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때부터 영어 잘하기 위해 혀 수술을 한다는 한국의 부유층 아이들부터 시작해, 이미 초등학교때 방학마다 호주다 미국이다 캐나다다 하면서 외국 물 먹고 돌아온 아이들, 이미 유치원때부터 영어전문 유치원을 다니며 실력을 키운 아이들, 영어 전문 강사에게 개인별 집중 교육을 받은 아이들에게 중학교 교과과정에서 나오는 영어시험 정도는 그야말로 앉아서 하품하기 보다도 쉬웠던 것이다.

결국 한두개씩 틀려서 점수가 96점, 92점이 되는 것은 영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실수 때문에 점수가 낮은 것이고, 아이들은 실수를 안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어떻게든 변별력을 주어 점수 차이가 나게 하기 위해서 선생님은 문제를 교묘하게 이리 돌리고 저리 꼬고 해서 출제하는게 일상화 되었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고충도 이해가 된다. 아이들 수준에 맞춘다고 중학교 시험에 성인들 치르는  토익 토플식으로 출제할수는 없으니 달리 도리가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 어떤 엄마는 아이의 공부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대신 학원에 가서 노트필기를 해오고, 어떤 엄마는 영어권나라에 거주하는 효과를 위해 하루 세시간씩 영어CD를 틀어놓는다 한다. 
모두 다 눈물겨운 부모들의 노력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그런저런 여력이 안되는 학생과 부모들이다. 영어를 위해 해외에 나가보는건 꿈에도 못 꿀뿐더러 집 근처에 있는 영어학원 하나조차 다니기 어려운 아이들. 
결국 이렇게 힘겨운 아이들이 외국물까지 쉽게 먹은 아이들과 점수 차이가 확 벌어지면서 영어의 전체 평균은 떨어지게 되고 이 아이들은 자칫 부유층 아이들에게 영영 밀리고야 말 것이다.

다른 과목이야 본인의 노력에 따라 웬만큼 역전도 시키고 따라 잡을수도 있지만, 영어의 경우엔 외국물 먹는 일을 집에서 냉수 마시듯 하는 아이들과는 상대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어린 마음에 일기라도 잘 쓰고 싶고, 선생님으로부터 칭찬도 받고 싶어서 일기 학원 다닌다고 한 우리 아이 말이 백번도 더 이해가 된다. 
남들 다 하는 공부, 나도 좀 잘해 보고 싶고 따라가고 싶은데, 그래서 발버둥쳐 보지만 이놈의 영어는 외국도 못가더라도 근처 학원조차도 못 다니니 그 어린 아이들의 마음과 부모 마음은 오죽할까.

그래서 요즘은 방과후 학교다 뭐다 해서 학교에서 나름대로 젓득층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육 방안을 시행중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수준이 다른 사교육에는 미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외국까지야 못 가더라도 집 근처 학원조차 못 가서 성적이 처지는 이런 상황. 이런 사교육의 문제. 

나도 아이에게 외국물은 한번도 먹여보지 못한 엄마이고 그나마 간신히 남들 다 다니는 주변의 값싼 영어학원 하나 보내주는 정도인데 이게 결국에는 아이들의 경쟁력을 차이 나게 하는 양극화라는 사실.  이렇게 불합리한 문제를 언제까지 지켜만 보며 어찌 설명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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