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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도서관에 빠져들게 하려면
2012-10-19 15:05:58최종 업데이트 : 2012-10-19 15:05:58 작성자 : 시민기자   권정예

지난 주말에 도서관에 갔더니 말 그대로 바글바글 했다. 어린 학생들이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찾아 온 것이다.
'아하, 중간고사가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시험도 끝나고 했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도서관에 찾아 온 것이다.

엄마 손 잡고 온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있었고, 혼자 온 아이들, 혹은 친구들과 같이 온 아이들 역시 책을 골라 보며 진지하게 독서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도 가을의 분위기에 맞게 가을 사진 화보집 같은게 있나 싶어 책을 고르던 중 저만치서 한 아이 엄마가 책을 고르느라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는 아이를 붙잡고 "쉿, 쉿" 하면서 주의를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들이 조용하게 책을 읽을 도서관에서 자기 아이가 산만하게 오가니 아이 엄마로써 당황스럽고 염려되어 그러는게 당연해 보였다. 
옆에서 보노라니 아마도 그 엄마는 아이에게 책을 읽히기도 싶었겠지만 엄마 역시 책좀 보고 싶었으나 아이에게 주의를 주느라 책 한권 제대로 읽을 시간이 없을듯 했다.

아이가 오가는 모습을 보니 여간 산만한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의 제지에도 아랑곳 없이 여전히 이 책 저 책 꺼내 보다가 다시 집어 넣고, 또 그러다가 다른 책 펼쳐 바닥에 내려 놓고 철퍼덕 앉아서 약 10분 정도 보다가 금새 흥미를 잃고 이내 다른 책을 꺼내곤 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 엄마는 여전히 불안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기를 30분 정도 했을까. 그 모자가 도서관에 온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본 30분 후쯤에 결국 아이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아이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리느아이이고, 도서관에서 반드시 조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개념이 아직은 덜 정립된 까닭이다.
또한 그런 아이를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고 방해가 될까봐 아이에게 주의를 주다가 안되겠으니까 결국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 밖으로 나간 그 엄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도서관도 말 그대로 책만 읽고 공부만 하는 엄숙한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의 개념도 상당히 가미시켜서 운영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빠져들게 하려면_1
아이들이 도서관에 빠져들게 하려면_1

언젠가 미국에 갔을때 보았던 도서관은 참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은 공립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 자신의 도서 대여 카드를 이용해서 빌리고, 빌린 책을 스스로 잘 간수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도서관은 정숙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탈피하여 아이들이 재미있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언제든지 방문하여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배려를 해 주고 있었다.
즉 도서관 내에 아이들이 어떤 책이든 아무렇게나 빼서 읽다가 그냥 바닥에 놔 둬도 되는 그야말로 '책 놀이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고 가장 인기 있는 만화책 위주로 진열이 되어 있었고 주로 나이 어린 자녀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들어와 실컷 책과 놀다 나가는 공간이었다.
거기서는 조용히 움직여야 하는 규칙도 없었고, 발 뒷꿈치를 들고 살살 걸어야 하는 책임도 없었고, 맛있는 과자 부스러기를 사 먹어도 되는 공간이었다.

물론 소리내어 떠들고 책 이야기를 하면서 노는 공간이었다.
처음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이 주로 거기를 거쳐 간다고 했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산만하고 실컷 놀게 해주면서 책과 친해지게 하는 훈련이었다.
아울러 방음 시설이 된 그곳에서는 저만치서 조용하게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볼수 있게 해놔 아이들이 책을 들고 천방지축 뛰며 놀다가도 문득문득 저너머에서 진지하게 책을 읽는 어른들, 혹은 중고등학교 형아들을 보면서 하나하나씩 체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매주 1회 이상 독서 지도사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읽어 주는 이야기 시간을 열고 있었다. 이 놀이공간에서 실컷 웃고 까불고 떠들던 아이들도 은퇴한 선생님이나 아이들을 좋아하는 자원 봉사자가 나타나 독서 지도사로써 책을 읽어주는 시간만큼은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진지하게 빠져 들었다. 

거기다가 아이들에게 노래와 율동 등을 곁들여서 책을 읽어주어 독서가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스티커 등을 나누어 주며 아이들이 다음 시간을 기다리게 만들기까지 해다. 그러니 아이들이 도서관에 안갈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참 좋은 방식이었다.

물론 우리도 요즘은 도서관에 지나친 엄숙주의는 옳지 않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 하지만 도서관 밖에서는 실컷 놀고 소풍 가는 기분으로 도서관에 들르기는 하지만 도서관 내부에서는 구조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 우리도 도서관 내부에서 아이들이 노는 개념으로 처음 시작하고 점차 도서관과 책에 흥미를 느껴가게 하는 에스컬레이터 같은 기능을 할수 있는 도서관 시스템을 운영해 보는건 어떨런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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