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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마을 옥상에 난리가 난 까닭은?
작은 음악회 ‘지동 노을빛 옥상음악회’가 열리다
2012-09-19 13:07:55최종 업데이트 : 2012-09-19 13:07:5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넓은 옥상 바닥에 돗자리가 쭉쭉 깔렸다. 평상시 주렁주렁 식구들의 빨래를 널었던 빨랫줄은 한쪽 기둥위에 단단히 묶여졌다. 그사이 3층 옥상으로 오르는 유일한 문으로 마을 사람들과 외지인들이 짝을 지어 왁자지껄 들어서고 있다. 
입구에 서있던 한 사람은 사람들이 들어설 때마다 조그만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고 있다. 옥상 위에 있는 또 다른 옥상위로 카메라맨들이 줄을 지어 오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노을빛 옥상음악회'를 열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81번지, 이곳은 지동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조명화(52세)씨 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동마을 이웃사촌들을 위해 흔쾌히 장소를 제공했다. 
지난 18일 저녁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도심형 마을만들기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마을의 작은 음악회 '지동 노을빛 옥상음악회'가 열렸다. 오묘한 노을빛을 오붓이 품고 있는 수원화성을 바라보면서 축제는 시작됐다.

 

지동마을 옥상에 난리가 난 까닭은?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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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마을 옥상에 난리가 난 까닭은?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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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마을 옥상에 난리가 난 까닭은?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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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을 이렇게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지동마을이라니... 깜짝 놀랐습니다. 평상시에 표영섭 주민자치위원장님이 성안(內)도 아름답지만 성 밖은 더욱 아름답다면서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지동마을이라고 하셨는데, 오늘에서야 그 말이 실감납니다."며 감탄을 자아내는 이재준 수원부시장님은 신명이 나 자청해서 '솔개'란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또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좀 늦게 참석하신 염태영 수원시장님은 "하늘과 맞닿은 아름다운 수원화성 지동마을에서 음악회를 연다는 말에 안올 수가 없었습니다. 무대조명이 꼭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듯 아름답게 보이네요..."면서 '누이'란 노래로 화답하시곤 아예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앉으셨다. 

노을빛이 아스라이 사라지고 성곽에 일제히 불이 켜지자 그 아름다움은 점입가경,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운치를 드러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능을 기부한 사람들에 의해 오카리나, 플루트 앙상블, 성악 그리고 대중가요와 밴드음악까지 골고루 준비되어 선사됐다. 동네잔치가 따로 없었다. 

한해가 지나 무르익은 것일까? 지난해 경험이 진일보한 프로그램의 다양화에 완전 '지동스타일 사람들'이 되어 어깨를 마주하며 소리 지르고 춤추고 야단법석이 따로 없었다. 
플루트 앙상블 팀의 진지한 연주에 이어 갑자기 007제임스본드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밴드의 7080음악 팀은 '캘리포니아'를 선사하여 많은 사람들을 추억에 잠기게 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두 손을 흔들고, 어르신들은 어르신들 취향대로 흥을 돋우면서 한마음이 되었다. 

그리고 입구에서 나눠주었던 종이는 바로 경품권! 주민들과 상인들이 자원해서 자전거, 오일교환상품권, 참기름, 산수유와 블루벨리 음료 등 많은 상품들을 서로 내놓았다. 
어찌나 많은지 음악회 중간 중간 끊임없이 추첨을 통해 경품을 나눠주어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잔치의 즐거움은 모름지기 먹을 것이 있어야 더없이 좋을 터, 음악회를 찾은 사람들을 위해 지동의 명물 순대와 과일, 차 등을 나눠주어 축제의 흥을 한층 높여주었다.

'노을보다 아름다운 주민' 조명화씨를 만나다

이번 노을빛 옥상음악회는 2012 마을르네상스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지만, 그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자신이 살고 있는 옥상을 선뜻 제공한 조명화씨다. 음악회가 끝나고 부부침실까지 쳐들어가 잠깐 만나봤다. 

- 이번엔 화장실 표시까지 해 놓으셨네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요?
"결혼 전부터 이곳에서 살았으니... 어느덧 30년이 흘렀네요. 노을 지는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은 늘 보는 광경이지만 만날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우리 식구들은 아예 옥상으로 올라가 감동에 젖지요. 여름이면 여름의 맛에 취하고, 가을이면 가을 맛에 감동하고. 아~ 겨울 설경은 완전 까무러칠 정도로 아름다워요. 늘 혼자보기에는 아니, 감상하기에는 '아깝다'란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 흔쾌히 허락한 겁니다."

지동마을 옥상에 난리가 난 까닭은?_4
세계문화유산 화성 야경이 아름다운 조명화 씨의 침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 아이들이 귀찮아하지 않나요?
"아니요. 더 좋아해요. 지금 화장실로 개방한 저쪽 방도 아이들 방입니다. 우리가족은 성곽을 바라보며 옥상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하늘을 이불삼아 덮고 누워 있기도 하지요.(하하) 이처럼 수원화성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잘 알고 있기에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했어요."

- 지동마을이 좋은 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남편의 고향도 아닌데 결혼해서도 이곳에서 계속 사는 이유는 수원화성의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감 있는 이웃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냄새 나는 지동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없는 이유이기도 하지죠. 이곳에서 계속 살 겁니다."

어느새 지동마을과 혼연일체 되어버린 조명화씨는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았다. 지동마을과 수원화성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기에 그 사랑을 전하느라 부지런히 뛰고 또 뛰며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을빛 옥상음악회가 더없이 반가운 이유

한 나라의 문화유산을 개방하고 활용하는 것의 밑바탕에는 시민(주민)들의 참여가 있다. 즉, 보존전략이나 협력방안 등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의식 깨우침도 중요하다. 그러기에 개인집 옥상을 '더불어 공유'하고자 개방한 분이 우러러보이는 까닭이다. 

지난 17일 수원화성박물관에서 '2012 수원마을르네상스 주간행사'로 한국· 대만· 일본 마을만들기 정책발표 및 토론회가 있었다. 3국이 그간 일군 마을만들기의 주요 정책들이 일목요연하게 발표되었다. 그중 '시설위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주민공동체로 갈 것이냐', '공익신탁제도', 그리고 마을과 자연과 역사와의 어울림에 대한 정책이 나의 마음에 와 닿았다. 

시민기자는 그 자리에서 수원화성과 개성이 돋보이는 지동마을만들기를 떠올렸다. 
그래서 이번 '노을빛 옥상음악회'가 더없이 반가운 것이다. 옥상음악회를 함께했던 분들이라면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공동체 회복,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 마을 어렵지 않다. 
지동마을의 변모하는 모습이 그 증거이다. 서로 배려하며 참여하는 마을만들기, 우리 함께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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