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좋은 인성 치료약은 '사람의 향기'
2012-09-19 13:17:42최종 업데이트 : 2012-09-19 13:17:42 작성자 : 시민기자 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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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게임기를 가지고 티격태격 했다. 큰애가 그걸 붙잡고 안 놔주니까 작은 아이가 삐친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중학교 다니는 누나의 포스에 기가 죽어 게임기를 확보하지 못한채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아이들에게 좋은 인성 치료약은 '사람의 향기'_1 이맘때쯤 막 캐어서 나온 밤 고구마 맛이 일품이었다. 나와 동생은 세살 터울이었지만 동생녀석이 쉽게 지려고 하지 않았기에 항상 옥신각신 한다. 하지만 굽는 일은 항상 동생 몫으로 돌아간다. 어머니가 솥단지 밑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마당 위로 몽실몽실 연기가 피어 오른다. 한참 뒤에 아버지가 마실을 나가시면 동생은 골라 놓은 고구마를 안고 잽싸게 밥을 짓고 남은 잔불씨에 고구마를 굽기 위해 달려서 고구마를 묻고 온다. 그리고 저녁을 먹은 후 동생 녀석은 졸리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내게 말한다. "누나, 고구마 다 먹으면 안돼. 남겨 놔"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잠이 든다. 조금 뒤 나는 고구마를 꺼내와서, 동생에게 미안해 하면서 식구들과 둘러 앉아 맛있게 먹는다. 이 때 손과 입주위는 새까맣게 되고, 고구마는 약간의 재가 묻어 있어야 제 맛이 난다. 거기에 맛있는 열무 김치가 곁들어 지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이것은 내 어릴 적 이맘때의 풍경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잘 이해가 안되는 추억거리일지 모르지만, 그때는 참 정겹고 아릿한 추억이다. 이러한 기억을 문뜩 떠올리면 괜스레 혼자 웃게 된다. 하지만, 이런 추억들은 앞으로 경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추억 속에서만 꺼내 볼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혹시 아이디어가 좋은 사업가가 관광테마상품으로 내놓으면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누가 뒤쫓지 않는데도 변해야 한다면서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런 속도에 짓눌려 소중했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서정주 시인이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군고구마, 아궁이 장작불, 아웅다웅하던 동생, 고구마를 놓고 둘러 앉은 가족, 이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8할의 정감'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와 같이 정이 깃든 8할의 정감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즘 아이들 곁에는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기 등이 있지만 그것들 어디에도 인간의 숨결이 깃들만한 곳은 없다. 자살, 폭탄사이트, 왕따, 학교폭력 등 아이들의 정신을 갉아 먹는 그런것들도 지금 아이들이 너무나 빠져 있는 인터넷 정보통신 기기들 때문은 아닐런지. 그런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사람 냄새' 밖에 없다. 엄마아빠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공간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당장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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