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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영어보다 인성교육이 먼저
동생의 질문과 나의 답변
2012-09-20 01:03:12최종 업데이트 : 2012-09-20 01:03:12 작성자 : 시민기자   권순도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추석때 친정 고향 가는 일로 전화했을거라는 추측을 하면서 받았건만 동생의 입에서는 영 딴판의 이야기가 나왔다. 동생에게서는 내가 묻기도 전에 용건이 술술 쏟아져 나왔다. 
옆집 아이가 호주로 영어 연수겸 유학 비스무레한걸 가 있는데 옆에서 보니 그 효과가 대단한것 같다며 동생네 큰 애도 보낼까 싶어 상의좀 하려 한다고 했다.

효과가 대단 하다구?
거기서 말문이 막혔다. 무슨 효과가 엄청 대단할까 싶었다. 당장 영어 발음과 남들 듣기 좋은 영어 능력 정도겠지. 아이가 나가 있는 동안 여기서 친구 또래들과 부대끼고 엉기고 뛰놀며 부모 밑에서 그 시기에 배워야 할 인성교육은 어쩌고? 

아이들에게는 영어보다 인성교육이 먼저  _1
아이들에게는 영어보다 인성교육이 먼저 _1

더군다나 그 대단한 효과라는 말 속에는 호주로 아이를 보냈다는 옆집 주부의 과장과 허세도 포함돼 있을거라는 막연한 추측도 들었다.
동생더러 그거 상의하는게 당장 급한거냐 물으며 나는 그건 옳지 않아 보인다고 만류했다.

동생네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영리하다는건 잘 알고있다. 그러나 그 예쁘고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를 호주로 덜렁 보내 놓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이모로써 영 마음이 개운치 못했고 괜히 싫고 어딘가 불안하고 뭔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까운 피붙이 조카 하나가 가족으로부터 멀어진다는걸 생각하니 여간 서운할것 같지 않았다.

과연 그게 나의 조카의 인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런지는 모르지만 설사 도움이 좀 된다 해도 우리의 전체적인 삶속에서 봤을때 성인이 아닌 어린 나이에 그런 삶을 선택해 살아야 할 정도인가 하고 생각하자 나의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약간 다행스럽게도 언니가 그렇게 흔들리는 자신을 좀 말려줬으면 하는 동생의 마음도 있는듯 보였다.

또 나는 그런 동생의 마음을 눈치채고 그럴 돈이 있으면 방학때마다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하라고 권했다.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여행을 통해 아이는 세계라는 무대에서 반드시 필요한 의사 소통의 필요성을 깨닫게 될 테니 저절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 거라고 부언도 했다. 
동생은 기뻐하며 맞받아 말했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워낙 권하고, 아이의  영어를 지도하는 학원 선생님이 직접 아이의 호주 유학을 알아봐 주겠다는 지나친 호의까지 보여 마음이 흔들렸다며.

우리 자매는 오랜만에 일상사를 탈피한 대화를 하며 지금의 교육 세태를 한탄한 후 전화를 끊었지만, 쓰디쓴 뒷맛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왜 사람들은 조화를 이루며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꾸지 않고 오직 자신만이 두드러지는 존재가 되는 세상에서 최고가 되려고 하거나, 남들보다 무조건 우위에 올라서서 마침내는 그게 최고인양 생각하며 그렇게만 갈망하는 것일까? 

모두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아무리 독보적 존재가 되어도 우리 사회가 균형 있게 발전하지 못하면 개인의 삶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이웃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만나는 사람마다 고통을 호소하고, 황폐해진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해도 혼자 잘났다는 사실만으로 평생을 행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런 단순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거나 아예 외면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한탄하며 스스로, 또는 더 적극적으로 모순된 현상에 회의 없이 동참해 버리는 것이다.

정말 많은 사라들이, 아니 능력만 된다면 누구든지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졸라매지 않아도 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을 거룩한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것이야말로 '가족 이기주의'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들은 시민기자더러 "너나 대대로 지금처럼 살아라" 하며 한심하다고 핀잔을 줄지 모른다.

딸의 영재교육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친구의 집은 그다지 넉넉한 편이 아니다. 몇 달만 그녀와 남편이 벌지 않으면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할 평범한 가정이다. 그런데도 친구는 아이의 영재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나는 당장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천재성이 없는게 너무 고맙고, 설사 그런 영재 같은 능력이 생긴다 해도 나와 우리 남편에게 절대로 보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도 아이의 천재성에 눈이 멀어 다른 엄마 아빠들처런 될지 몰라서...

그렇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나는 회의하고 있다. 왜 요즘 세상에는 자식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 유형과 아예 자식을 버리다시피 방치하는 두 유형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것일까. 
사회가 양극화 되고, 빈부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장애인과 노인이 늘어나는 요즘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힘없는 사람들의 삶을 기꺼이 감싸안을 수 있는 따뜻한 인간성이 아닐까.

그런 이유로 무엇보다도 인성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영어보다 더 중요한 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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