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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과연 이름값을 할까?
2012-09-24 09:18:11최종 업데이트 : 2012-09-24 09:18:11 작성자 : 시민기자   한남수

며칠전 업무상 식사를 해야 하는 자리에 나갔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음식점이었는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눈을 사로잡았다. 
미국 서부의 부호의 별장처럼 입구부터 주차장까지가는 길이 굽고 길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골동품으로 보이는 석상들이 길목을 지키고 청사초롱이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식당 건물의 외관은 다른 음식점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고즈넉한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평범한 외관과 다르게 내부는 전형적인 도시의 양반 가옥인 ㅁ자형 한옥으로 지어져있었다.
가운데 마당에는 갖가지 식용허브와 화초들이 자라고 있었고, 한 켠에는 옛 선비들이 풍류(風流)를 즐겼을 것 같은 팔각정자도 자리하고 있었다. 유니폼으로 개량한복을 단정하게 입고 서빙을 하는 종업원들도 분위기를 멋스럽게 만드는데 한 몫했다. 

외국에서 손님이 오거나 모임에 나가게 되면 자주 한정식집을 찾는데 이 곳 분위기는 특별했다. 한정식이라는 메뉴의 특성상 거의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한옥의 형태로 지어진다. 하지만 기와로 지붕을 올리고 나무로 서까래를 만들었다고 다 한옥이 되지는 않는다.
은퇴 후 장인을 따라 전통 한옥을 짓는 기술을 배워 내 집 하나 짓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어느 건축물보다도 품위있는 선비같은 한옥을 좋아하고 눈여겨 본다. 

입맛을 돋우는 호박죽을 시작으로 음식이 연속해서 나왔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한정식은 색도 화려하고 모양도 단아해서 보는 맛도 있다. 담당 종업원이 음식을 내오면서 음식의 이름과 사용된 재료를 설명해주어 듣는 맛도 있었다. 

유기농, 과연 이름값을 할까?_1
정갈한 한정식

그런데 종업원의 설명 중에 반복되는 단어가 있었다.
'유기농'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 조미료로..' '저희 음식점의 모든 음식의 재료는 유기농으로 재배되어지는...'
음식의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쓴다는 데재정상 가능할지 의문이다. 물론 그 말을 거의 믿지 않지만 그 만큼 재료에 자신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인테리어, 종업원들의 서비스 그리고 음식의 맛 모든 면에서 만족할 만한 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곳에 비해 식사비용이 많이 나왔다. 카운터 뒷 벽에 선명한 글씨로 신선한 유기농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고 써있는 걸 보면 '유기농'이라는 자부심과 특별함이 음식의 값을 상승시킨 주된 원인임이 틀림없다.
유독 '유기농'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던 그 직원을 보면서 생각했다. 왜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믿고 안심하는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well-being 열풍이 불면서 사람들은 자연히 유기농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기농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사법이다.
대표적으로는 벼를 먹지않는 잡식성인 우렁이를 논에 방사하여 논의 잡초를 제거하는 우렁이 농법과 모내기 이후 이삭이 나오기 전까지 논에 오리를 방사하여 잡초를 제거하고, 오리의 배설물을 비료로 활용하는 오리농법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속에서 생태적인 균형을 이루며 자란 농산물이 사람의 건강에도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유기농법의 개발을 위해 현재도 친환경적인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하고 있다.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끝에 수확된 농산물에는 재배자의 열정, 인내, 시간등과 같이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와 경제적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자연히 유기농으로 재배된 야채나 과일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재배된 그것들보다 비쌀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유기농 농수산물들은 그만한 가치를 하는 것일까? 일반 농수산물과의 가격차이 만큼건강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걸까? 유기농식품들이 더욱 영양가가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우리가 믿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스탠포드대학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기농이라고 해서 영양이 더 풍부하지 않다는 것이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해 재배한 야채나 채소를 먹었다고 해서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건강을 위해 유기농 채소, 야채 그리고 유기농으로 만들어진 식품들을 구입하는 것은 미안하게도 심리적인 만족감만 가져다 줄 뿐이다. 

실제로 유기농 재료만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건강상 핵심적인 영영분을 비교해봐도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무려 200건이 넘는다고 한다.
유기농으로 재배되어진 농수산물이라고 해도 그 동안 축전된 토양의 오염물질이나 화학비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작물이나 그렇지 않은 작물이나 둘다 박테리아에 감염될 확률이 있다.
물론 유기농 식품을 섭취할 경우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소변에서 살충제와 같은 성분이 적게 나온다고는 하지만 그 차이 또한 미미하다.

유기농, 과연 이름값을 할까?_2
보기만 해도 믿고 안심하게 하는 단어 '유기농'

요즘은 인터넷 식품몰, 대형마트 그리고 소형 슈퍼에서도 유기농코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기농 야채와 채소는 물론 유기농으로 만든 이유식, 유기농 반찬, 유기농 쌀등 건강을 위한 관심을 넘어서 유기농에 대한 집착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건강을 위해 음식의 재료부터 신선하고 안전한 것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하지만 좋다는 말만 듣고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따라하는 무분별한 소비문화는 교정되어져야 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유기농 재료를 무조건적으로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신선한 재료로 올바른 조리방법으로 조금씩 자주 만들어 먹는 방법이 더욱 효율적이다. 그리고 꾸준한 운동이 병행된다면 유기농이라는 상술에 발목이 잡혀 비싼 대가를 치루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다.

한 철 입고 버리는 유행지난 옷처럼 건강에 대한 유행 또한 자주 바뀐다. 그 때마다 모든 유행을 따라가고 아니면 관두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무엇이 좋다고 하면 무작정 따라하지 말고 제대로 검증되었는지, 그 효과가 어떠한지, 그 만한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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