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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화장, 추모음악회의 감동
2012-09-24 10:21:06최종 업데이트 : 2012-09-24 10:21:0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수원연화장, 추모음악회의 감동_1
수원연화장, 추모음악회의 감동_1

지난 토요일(22일) 오후3시, 눈시울이 뜨겁도록 아름다운 음악회가 열렸다. 
수원연화장에서 개장 11주년을 맞이해 또 하나의 새로운 주제로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 웰다잉(Well-dying)문화를 수원시민과 함께 선도하는 종합장사시설로 거듭나고자 '하늘 길을 여는 추모음악회'를 개최했던 것. 

연화장에 모신 유가족들과 일반인들이 운집한 야외 특설무대는 3시간여 남은 이들의 슬픔을 음악과 춤으로 승화시키며 서로 위무(慰撫)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곳에서 난,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삶과 죽음의 문제와 동시에 우리들 모두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하여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모든 삶의 순간은 '어떤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수원시 염태영 시장은 기념사에서 "새로운 장묘문화를 이끌어 가는 이곳에서 가을 날 아름다운 '멋진 음악회'를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더불어 '웰다잉(Well-dying)'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가는 동안 알차게 준비하는 시간이 되시기 바란다."며 삶의 여정 웰리빙(Well-living)을 강조했다.  

테마1-하늘맞이 영신굿 

"하늘의 문을 엽니다."
수원시장의 선언과 함께 큰 징 3타가 자연 속으로 울려 퍼졌다. 하늘을 여는 소리가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친구와 친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원이 하늘에 닿는 순간이었다. 

수원연화장, 추모음악회의 감동_4
수원연화장, 추모음악회의 감동_4

큰 징소리에 이어 '우리의 삶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영신굿 공연으로 막이 올랐다.
스러질 듯 다시 일어나는 '민족의 얼' 대금독주를 들으며 '공수레 공수거(空手來空手去是人生)'를 되뇌었다.  

테마2- 삶의 이야기

신명의 북소리에 이어 태어남의 신비와 환희를 '넬라 환타지아'로 엮어내고, 삶의 즐거움과 고단한 사랑이야기들을 담은 노래들이 소개됐다. 
새들의 합창이 오카리나 연주로 울려 퍼지고, 님(남편)을 향한 애절함이 담긴 편지 '하늘에 부치는 편지'도 소개됐다. 

'매일 밤 그리워하며. 여보! 당신이 계신 그곳은 편안하신가요? 어느덧 7년 세월이 흘렀네요. 고마운 당신............든든한 두 아들과 열심히 살고 있어요. 당신의 빈자리 하루하루 실감하며.....이제는 마음의 짐 벗고 편안히 사시길.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지요. 먼 훗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내가.' 

유가족 대표에 의해 낭독되면서 행사장은 이내 눈물바다를 이뤘다. 
사랑 이야기는 '회심곡', '아버지',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리꾼 장사익 선생님의 '봄날은 간다', '비 내리는 고모령', '동백아가씨' 등의 노랫소리에 애써 슬픔을 꾹꾹 참아왔던 사람들까지 속수무책 눈물을 흘리게 했다. 

수원연화장, 추모음악회의 감동_2
수원연화장, 추모음악회의 감동_2

"네팔의 어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직접 염을 하며 화장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감동 받았다. 이곳 연화장에서 음악회를 연다는 것이 다소 어불성설이지만, 이 또한 위로라 생각한다."
장사익 선생님은 노래 중간 이렇게 말을 한 후, 어머님 장례식 때에 바친 노래라며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로 시작되는 '비 내리는 고모령'을 혼신의 힘을 다해 불러주셨다. 

이날 음악 감독으로서 대금을 들고 무대에 선 분은 "분위기 너무 무겁다"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초반엔 분위기 있게 그리고 중간에 흥을 돋울 것이니, 소리 질러도 된다며 애써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차마 웃음을 보이기는 힘들었다. 

테마3- 씻김굿, 살풀이, 송신(길닦음), 대동마당

망자의 원한을 달래는 씻김굿이 퓨전스타일로 이어지고 난 후 독무 씻김굿이 행해졌다.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헤어지는 무대에 이어 추모의 예까지 진행되었다. 

함께한 이들은 무대 왼편에 마련된 '추념(追念)'의 공간에서 꽃과 향을 올리며 예를 표하고, 무대에선 살풀이를 통해 망자의 한을 풀음으로서 '일심(一心)'이 되었다. 

복과 흥을 나누는 대동마당 아리랑의 연주로 절정의 불꽃은 서서히 사그라지며 무대는 막을 내렸다. 
이 행사는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로만 생각했던 아니, 더욱 솔직히 말한다면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죽음'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찬찬히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다소 어두운 이미지 '수원시연화장'이란 공간에서 '하늘 길을 여는 추모음악회'를 주최한 수원시에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수원연화장, 추모음악회의 감동_3
수원연화장, 추모음악회의 감동_3

'잠수종과 나비',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내사랑 내곁에', '버킷 리스트'등은 모두 죽음과 관련된 영화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존엄한 죽음에 대하여 성찰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여전히 유교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참 어려운 문제다.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대한민국! 자기의 죽음을 미리 그려보며 그에 대한 인식을 솔직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생과 사는 없으나, 생과 사는 있는 법이니/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이 자리에/ 모든 영혼들이 편안하시길/ 하늘을 우러러 축원합니다.....' 음악회 무대 오른편에 새겨진 문구가 가슴에 와 닿아 살짝 적어와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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