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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다녀온 피서
2012-09-24 11:30:27최종 업데이트 : 2012-09-24 11:30:27 작성자 : 시민기자   오승택

올 여름이 다 지나가고 아침 저녁에는 추워서 겉옷을 걸쳐 입어야 하는 완연한 가을이 왔지만 아직 휴가에 대한 미련을 남기지 못한 이가 여기 한명 있었다. 
피서 계획을 다 잡아 놓고 휴가까지 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가지 못하고 이런 저런 일들로 여름 물에 발 한번 못담근 신세가 되니 내년 여름까지 1년을 어떻게 기다릴까 하는 막막함에 사로 잡혀 있었다. 

지금 물놀이를 가는 사람은 없을 뿐만 아니라, 있다 하더라도 물속에 몸을 담궈서 첨벙첨벙거릴수 조차 없는 차가운 온도 때문에, 물엔 못들어 간다.
수영 한번 했다가 지독한 감기몸살에 걸려 고생 할 우려 때문에 내년 여름에는 비가 오지 않는 뜨겁고 최고로 더운 날에 맞춰 물놀이를 가기로 하고 아쉬움을 접으려 했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여름날씨 비슷하게 기온이 올라갔던 주말에 강가로 때늦은 피서를 다녀왔다. 

계속 태풍이 올라왔고 날씨도 추웠지만 한 5분정도는 물에 몸을 담글 마음으로 신발과 갈아 입을 옷들을 챙겨가지고 갔다. 수박과 사이다도 가지고 가서 잠시만 놀다 오려고 떠난 피서였는데, 가을인만큼 사람도 없었고 덩그라니 우리들만 있었다. 

개미 한 마리 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때 보다 무더웠던 올 여름에 피서객들로 바글거렸을 계곡을 떠올려 본다. 그래도 이왕이면 노는 사람들도 조금씩 보여야지만 피서온 느낌이 날텐데 한명도 없으니까, 흥이 나지 않는것은 사실이었다. 

조금이라도 땀을 내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 다니기를 삼십여분정도 하니 이마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것을 보고 물로 뛰어 들려고 했지만, 발만 살짝 담궜는데도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차가운 물 온도는 오금을 저리게 했고 사내대장부라는 허세를 부리며 들어가다가 잘못하면 몸에 무리가 올 수 있을거라는 판단 하에 발목까지만 담글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올 여름 물에 발 한번 못 담구고 말줄 알았는데... 
뮤직 비디오 속에서나 볼법한 물로 물치기 신공을 보이던 나는 물 속이 훤히 비치는 깨끗한 물을 보고 내 더러운 발때문에 더렵혀지는건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됐지만 일단 즐기고 보자는 심보가 더 강했다. 

시원한 물로 세수를 하니 진짜 차가웠지만 절로 웃음이 나왔다. 휴가 없이 매일 일만 한다면 사람이 제정신이 아닐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힘들게 갖고 온 수박을 네명의 장정이 퍼먹기 시작하더니 바로 흰바닥을 보였고 덩그라니 빈 수박통 안에 사이다를 집어 넣어 즉석 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가을에 다녀온 피서_1
가을에 다녀온 피서_1

평소에는 수박 한조각 조차 먹기 버거운데 야외에서 물이 흐르는곳에서 먹는 수박은 왜 그렇게 꿀맛이던지 희한했다. 흐르는 물줄기를 보며 삼겹살을 구워 먹고 싶긴 했지만, 요즘에는 취사 행위를 잘못 하다가 걸리는 경우에는 큰 벌금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애시당초 불을 피우지 않고, 수원에 돌아오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나마 주말 날씨가 우리를 살렸던 것 같다. 한동안 계속 날씨가 흐리다가 어제만큼은 태양이 강렬해서 반팔과 반바지만 입고 놀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다만 수영 실력을 뽐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우리에겐 내년 뜨거운 여름이 있으니 괜찮다. 

새로산 수영복을 올해 선보이려고 했지만 고이 장롱 속에 잘 모셔 뒀다가 내년에 꺼내 입어야겠다. 일년 안에 수영복 유행이 변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내년에는 피서계획을 잘 짜서 휴가도 못가는 불쌍한 신세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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