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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즐거움
2013-09-09 18:59:51최종 업데이트 : 2013-09-09 18:59:51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몇 년 전 텔레비전에서 방영했던 아내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 거처를 따로 마련하여 생활하는 주말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생각이 났다. 그 아내가 혼자 살기 시작한 것은 이혼해서 혼자 살게 된 것도 아니고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서 멀쩡한 가족을 두고 떨어져 사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다가 띄엄띄엄 보았던 것이라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드라마를 상영할 당시에는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며느리인 사람이 가족과 떨어져 살기를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갈망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혼자 사는 즐거움_1
혼자 사는 즐거움_1

추석을 앞둔 야외는 어느새 가을 냄새가 진했다. 요즘은 계절을 잊고 피는 코스모스라지만 제철에 보는 코스모스는 여전히 가을 알리는 전령사였고 하늘하늘 여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혼자 산다는 것, 혼자 살아간다는 것을 깊게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오늘 지인의 집을 방문하면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모두 걷어치워 버렸다. 

혼자 사는 세대가 늘어나고, 혼자 사는 세대를 위한 물건들이 홈쇼핑에서 매출이 수직상승 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도 혼기가 차지 않았거나 언제든지 혼인을 하여 단독세대를 탈피할 수 있는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과도기적 삶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방문했던 혼자 사는 지인의 삶을 보고 단지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차원을 넘어 부러움이 일었다. 집안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집 가장 깊숙한 곳까지 책장이 들어서고 어디고 앉을 수 있는 공간에 의자를 비치하여 편하게 손만 뻗치면 볼 수 있게 진열되어 있었다. 

정말 딱 혼자 앉아서 식사 할 수 있는 작은 식탁, 군더더기 없이 잘 정돈 된 가구들, 정신 시끄럽게 쌓여진 지친 생활들의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베란다 문을 열고 소파에서 바라보이는 푸른 산과 파란 하늘, 구름과 바람이 얘기하는 속삭임까지도 들릴 것 같은 조용함이 생활의 공간이기 보다 휴식의 공간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지만 혼자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배려와 시스템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모든 것을 양성평등을 원하고 있는 살벌한 사회에서 여성이 혼자 살아가기 위한 노력은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적 구조를 극복해야 하는데 여성이기에 더 배려 받고 구조적으로 장치가 되어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환호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혼자 살아도 근사하게 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궁금한 것이 끝이 없고 지인은 "같이 사는 백성들은 어떡하려고?" 한다. 
'같이 사는 백성들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혼자 멋지게 살 수 있다는데...' 일탈을 꿈꾸었다. 

내가 밥 먹고 싶을 때 먹고 안 먹고 싶을 땐 먹지 않고 이런 생리적인 사소한 것들까지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함께하는 것이 참을 수 없다. 일하고 싶을 때 밤새워서라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공동의 규칙이 아닌 오로지 혼자만의 규칙 안에서 편견을 떠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멋진 생활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정말 콩깍지가 완전하게 벗어지나보다. 처음부터 혼자 사는 사람이야 이렇게 살지만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던 사람들은 외로워서 이렇게 못살걸. 혼자 사는 것이 멋있어 보여도 다 속을 들려다보면 말 못하고 사는 것들이 더 많지" 한다. 

가족들을 위하여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함께 산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고 함께 산다는 것이 바른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이 다 옳은 것이 아니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단지 익숙할 뿐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양보와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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