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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공장 견학기
2013-09-10 01:15:14최종 업데이트 : 2013-09-10 01:15:14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아들 아이가 기타를 배우는 문화센터에서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단돈 1천원만 내면 맥주공장 견학과 용문산을 다녀 올수 있다는 내용이다. 평소 음주를 하지 않는 터라 맥주공장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용문산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기회에 은행나무로 유명한 용문산을 보고 와야겠다는 욕심에, 함께 가고 싶은 이에게 연락을 했더니 다른 일이 있어 아쉽지만 갈수 없다는 대답이다. 모두들 아는 사람끼리 어울려서 갈텐데 혼자 가면 외롭지 않을까, 잠깐의 고민 끝에 혼자라도 가보기로 결정하고 혹여 접수가 마감됐을까봐 부랴부랴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아직 마감전이라는 답변과 함께 직접 나와서 접수를 해야 한다고 한다.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 일어날수도 있는 사고를 대비해 여행자보험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야 하는데, 요즘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직접 방문하여 접수를 해달라는 뜻이다. 항상 버스나 전철을 이용하여 다니는 내가,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인 용문사를 간다는데, 그것도 거의 공짜로 편안하게 다녀올수 있다는데 ,잠시의 지체도 없이 바로 방문하여 접수를 마치고 느긋한 마음으로 견학일을 기다린다. 

드디어 견학일 아침, 집합장소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데, 거의가 나이 지긋하신 분들로 문화센터 노래교실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단체로 신청을 했나보다. 잠시 후 출발하는 버스 안 에서는 한 묶음의 간식 봉투가 각자에게 지급되고, 맥주도 준비되어 있으니 마시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마시라는 노래교실 총무님의 안내방송이 이어진다. 아침부터 맥주라니..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란다. 그때까지만 해도 맥주를 직접사서 준비 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게소에서 내리면서 타고 온 차량을 확인하니 맥주회사 차량이다. 문화센터직원에게 물어보니 맥주회사에서 차량 제공뿐 아니라 차안에 준비된 많은 양의 맥주와 우리 일행의 점심식사 경비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맥주공장 견학기_2
맥주공장 견학기_2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단돈 천원으로 하루 동안의 여행을 즐기는게 나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나머지 경비는 누가 부담할까 아주 많이 궁금했었다. 신뢰 할 수 있는 곳의 행사였기 때문에 신나서 접수를 했지만 만약 다른 곳에서 이런 금액으로, 이런 행사를 제공 했다면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을거라 의심하면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끔 여행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에도 만원으로 다녀오는 여행상품 같은게 있는데, 막상 가보면 특정상품을 강매한다거나 특정 장소에서 쇼핑을 하도록 유도한다거나 하는 소문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설명을 들으니 궁금증이 풀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순진한 걱정이 생긴다. 

겨우 버스 한 대에 타고 있는 몇십명의 사람에게서 얻는 홍보효과가,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할 만한 값어치가 있을까, 홍보비가 엄청나게 들겠구나, 거기다 광고비까지 더하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결국은 그 모든 비용을 맥주회사가 아닌 바로 내가 부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맥주공장 견학기_1
맥주공장 견학기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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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공장 견학기_3
맥주공장 견학기_3
 
씁쓸한 기분으로 도착한 곳은 강원도 홍천에 있는 맥주공장이다. 넓은 공장을 차량으로 한참 들어가니, 견학동이라는 푯말과 함께 아름다운 안내직원이 건물 바깥에까지 나와서 90도로 인사를 하면서 우리 일행을 맞아준다. 먼저 영상으로 제품에 대한 소개를 받은 후 직원의 안내로 견학코스를 둘러본다. 견학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물과 맥아와 효모와 호프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맥주 제조 과정을 보는것인데, 내가 생각했던 공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장이다. 내가 생각했던 공장은 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자기 공정을 담당하면서 숨가쁘게 돌아가는 생산현장을 보게 되리라 생각했는데, 각 공정마다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제품에도 모형이 있듯이 견학온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업시설도 모형으로 만들어 놓고, 혹여 발생할수 있는 기밀유출에 대비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 라인이 컴퓨터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는 최첨단공장 이라고 안내직원은 자랑을 한다. 사람이 아예 없는 공정도 있고, 어떤 공정은 그 넓은 공정에 단 한 사람이 근무하는데 그것도 직접 어떤 작업을 하는게 아니라 모니터만 열심히 들여다 보는가 하면 ,그나마 가장 많은 인원이 근무하는 공정도 채 열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시설의 놀라움보다 사람이 필요 없는 최첨단 생산공정이 나를 충격에 빠뜨린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16만평의 거대한 공장에 근무하는 인원이 고작 300명이라고 한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직원이 완성된 제품을 차에 싣고 내리며 운반하는 작업인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편리한 삶을 위해 최첨단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에 정작 사람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이, 몇 가지의 정책이나 임기응변식의 대처로는 해결이 될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임을 생각하니 더욱더 씁쓸하다. 

맥주공장 견학기_4
맥주공장 견학기_4
 
모든 공정을 둘러본후 시음장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즐거움을 누리는 일행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길은, 그들이 마시는 맥주맛보다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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